[신정섭의 희망중독] 전교조는 과연 초심을 잃었는가?

신정섭 ·호수돈여고 교사, 전교조대전지부장 | 기사입력 2022/07/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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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의 희망중독] 전교조는 과연 초심을 잃었는가?
신정섭 ·호수돈여고 교사, 전교조대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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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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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사람들이 전교조가 초심을 잃었다고 말한다
. 초창기 전교조는 촌지 거부, 체벌 반대, 부조리 척결 등에 앞장섰고 학교 민주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대안 제시보다는 반대와 투쟁만 일삼으며 순수성과 진정성을 잃고 집단 권력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2018년 주민직선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전교조 성향의 인사였다는 사실이 증거라고 주장한다. 전교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권력이 되어버렸다는 논리다. 그들에겐 전교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것도 순수성과 진정성을 잃은 또 다른 근거로 보인다.

 

전교조는 과연 초심을 잃었는가? 15백여 명 해직을 무릅쓰고 1989528일 탄생한 전교조는 이 사회의 민주화가 교육의 민주화에서 비롯됨을 아는 우리는 반민주적인 교육제도와 학생과 교사의 참삶을 파괴하는 교육현실을 그대로 둔 채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고 선언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전교조는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살인적인 입시경쟁교육과 맞서 싸우고, 학교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학생인권 보장, 교권침해 구제, 창의적 학급운영, 학교업무 정상화, 친환경 무상급식, 기후정의 실현 등에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201712, 전교조가 초심을 잃었다며 교사노조연맹이 출범했다. 대정부 투쟁과 정치적 행동을 지양하고, 교원의 권익 실현과 전문성 신장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를 두고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전교조가 쇠락하고 있다고 떠드는데, 그럼 한국교총이나 교사노조연맹에는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지 반문하고 싶다.

2030을 중심으로 교사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분들에게 전교조가 초심을 잃었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않으면서도 전교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게 싫고 조합비도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전교조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고 질책하기도 한다.

 

물론, 전교조도 성찰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교육 민주화 실현이라는 대의명분 하나만으로도 힘을 결집할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학교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정착했고, 현장 교사들의 이해와 요구는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 세련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전교조가 초심을 잃고 권력화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공정’, ‘능력주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런 정치적 수사는 진보적 대안세력인 전교조를 밀어내기 위한 기득권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극우 정치인과 언론이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외쳐대는 이유는 전교조를 약화시키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가 완성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사는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말한다. 참으로 무식한 소리다. 교육자가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한다는 의미는 정치적 금치산자로 살라는 게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춤추지 말고 본연의 교육을 지키라는 뜻이다.

 

전교조는 초심을 잃은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초심을 단련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전교조는 학교 현장과 밀착한 미래형 정책 대안 제시에 역량을 집중하되,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들도 교육되어야 한다.

전교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민주시민교육이 아닌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89년 창립선언문을 다시 읽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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