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미선 20주기 전교조 자주평화 순례를 다녀와서

조선중 광주통일위원회 | 기사입력 2022/06/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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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 20주기 전교조 자주평화 순례를 다녀와서
추모를 넘어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조선중 광주통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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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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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넘어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를!

▲ 2021년에 시민의 손으로 완공된 '효순 미선 평화공원'은 사건 현장인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 있다. 사진은 상징탑 안에 있는 효순미선 동상.  © 오지연 기자

 

2002년 6월 13일,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있을 당시 모두가 몰랐던 참사가 있었다. 열다섯(중학교 2학년) 꽃다운 나이에 꿈도 채 피워보지 못한 두 소녀가 미군장갑차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사건이었다.

 

당시 한미당국은 단순 교통사고로 축소‧은폐를  시도했고, 언론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에 의해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게 되면서 대규모 촛불 시위의 효시가 될 정도로 국민들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20년 전,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나는 전교조 자주평화 순례 참가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 전교조통일위원회는 지난 11일, 양주와 동두천 일대를 돌아보는 '효순미선20주기 자주평화순례'를 개최했다.  © 오지연 기자

 
 
 

▲ 효순미선평화공원에서 순례단이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세번째 참가자가 조선중 필자.  © 오지연 기자

 
 
 
 

▲ 자주평화순례단의 해설을 진행한 전유리 교사는 “기억은 속도에 비례한다. 뭔가를 잊고 싶은 사람은 빠르게 걷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느리게 걷는다. 천천히 걸으며 역사를 새기는 순간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오지연 기자

 

순례는 효순, 미선의 꿈이 산산이 부서진 경기도 양주의 56번 지방도로 참사 장소 곁에 조성된 효순미선 평화공원에서 시작했다. 아니 진짜 시작은 순례 전날 밤 함께 모인 동지들이 나눈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분들은 자기소개와 더불어 2002년 상황을 돌아보면서 평범하지만 나름 특별했던 그날을 회상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소소한 삶은 국제관계의 구조적 지배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깨질 수도 있고, 지금도 그러한 가능성은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사고 현장에 남겨진 아이들 신발을 형상화하여 시민들의 노력에 의해 세워진 효순미선 평화공원에서 추도식과 더불어 참사 경과에 대해 전유리 선생님 해설을 들었다.

 

인도 없는 도로에서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들 간의 무리한 교차 주행, 그로 인한 참사였다. 그러나 미군은 공무수행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며, 그들만의 일방적인 사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1953년 냉전 상황 속에서 강대국에 예속된 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이에 근거해 만들어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바탕으로 미당국은 결국 무죄 판결을 내렸고 사과는커녕 가해 미군병사에 대한 처벌조차 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상황은 시민들이 좌절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10만 이상이 촛불을 들었고, 진상규명 및 미군 범죄자 처벌, 미 대통령의 사과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을 주장하였다. 효순미선이의 촛불이 한반도 평화와 주권 실현을 위한 투쟁의 횃불로 이어지는 계기기 되었다.

 

물론 2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민들에 의해 어렵게 평화공원이 조성된 것처럼 자주와 평화, 통일의 과정도 조금씩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오은정 전국통일위원장님의 발언을 들으며 잊지 않는 우리들에 의해 역사는 기록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평화공원 추모 이후 동두천 캠프모빌로 이동하여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활동가의 해설을 들으며 일대를 순례했다.

 

올해는 미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민간인 윤금이씨 사망 30주기다. 너무나도 처참히 살해당해서 더욱 크게 알려지긴 했지만 뻔뻔하기만 했던 가해 미군의 태도에 SOFA 개정 운동에 불을 붙인 사건이었다.

 

부끄럽게도 나로선 처음 들었던 사실이었고 적잖이 충격이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미군범죄가 많았지만 이만큼 처참한 살인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단지 추모만 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 최 활동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 왼쪽은 미군기지 캠프모빌, 오른쪽은 성병관리소. 최희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는 동두천이 평화와 인권을 위한 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했다. © 오지연 기자

 

한편 미군부대 캠프모빌 주변을 순례하며 들은 바로는 동두천 일대 미군 기지는 지금도 반환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철수를 위한 반환이 아니라,  오래되고 오염이 심한 기지를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업인 듯하다.

 

실제로 현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미군이 반환한 기지를 활용하여 조성된 공원 역시 그 오염 정도가 심각해 장시간 머무르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말 그대로 헌집 줄게 새집 내 놓으라는 뻔뻔함이 이를 데가 없다.

 

한 때 미군부대 주변 상권이 활발히 살아있던 시절에 대한 옛 세대의 향수도 남아있고, 미군 범죄로 인한 아픔이 ‘공존’하는 도시 동두천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일면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멀리 타지 한국 전쟁에서의 피 흘린 미군, 한반도 유사시 국방에 도움을 준다는 그들의 주장을 십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특권,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SOFA,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에도 일방적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공존’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공존은 커녕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냉전체제의 종속관계가, 자본주의와 힘의 논리에 따른 예속관계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와 군사력, 문화적인 힘을 가진 우리이다. 이제는 한반도에서의 일은 타국의 간섭과 개입보다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의 자주적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바로 서지 않으면 한반도는 결국 또 다른 강대국들 간의 전장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며, 지금도 그런 역사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후 동두천 소요산 자락에 폐가처럼 남아있는 성병관리소는 미군이 아시아인들을 비하하며 몽키하우스로 불리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부 젊은 유튜버들의 폐가 체험 장소로 기괴하게 남아있다. 그곳에서 미군을 상대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수많은 인권유린이 조직적으로 자행되었던 곳이었다. 단지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 여성과 평화와 인권을 위한 장소로 거듭나야 지금까지 보존해 온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마지막으로 “기억은 속도에 비례한다. 뭔가를 잊고 싶은 사람은 빠르게 걷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느리게 걷는다. 천천히 걸으며 역사를 새기는 순간이길 바란다."는 전유리 해설사님의 말을 음미하며, 참가한 ‘반미자주 노동자 대회’와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 평화대회’에서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걸으며 여전히 기억하고 행동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한다.

▲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 평화대회’ 참가자들이 '이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지연 기자

 

효순‧미선이와 윤금이씨, 그리고 기억되지 못하고 주한미군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한반도의 온전한 자주와 독립, 평화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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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2022/06/13 [22:17] 수정 | 삭제
  • 효순, 미선이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현장을 방문해보긴 처음입니다. 이런 좋은 기행을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울산지부 통일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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