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날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꿈편지'

오은정·서울 사당초 | 기사입력 2022/06/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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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날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꿈편지'
6월 통일 수업
오은정·서울 사당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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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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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통일 수업

 

잃지 않기 위해 잊지 않기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았다. 100년 전 풍운에 휩싸인 조국 현실 속에서 존엄성 말살, 강제노동, 교육기회 박탈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풍파를 견디고 있는 이들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이에 소파 방정환 선생은 "대우주 뇌신경의 맨 끄트머리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라고 '어른들에게' 고변하면서, 어린이야말로 서글픈 조국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간곡하게 일깨우고자 했다. 

 

 100년 후 지금,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우리는 100년 전보다는 나은 상황 속에 있는 걸까. 참담한 조국현실은 식민지에서 분단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분단은 혐오와 폭력의 근원이 되는 '어떠한 종류의 적대감은 옳다'는 태도를 노골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그것도 온 사회가 합심하여 '북(北)'에 대해서라면 증오와 적시를 해도 좋다고 알려준다. 

 

 어느 날 통일 주제 수업에서 가상공간을 설정하고 '북한에서 무엇인가 가져오기'라는 주제로 창의적 연극놀이를 할 때 초등학교 1학년 학생 10명 중 2명은 북의 핵심리더를 '가져'왔다. "왜?"라고 물으면(사실은 초기에 대답을 듣고서는 이러한 추가질문은 하지 않는다) 데려와서 '죽이려고'라고 답한다. 윗니 빠진 해맑은 웃음의 여덟 살배기가 북녘 대표를 물건 취급하고, 죽이려고 생각하는 것. 이를 심각한 '학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대망상일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잃어가고 있는 이 현장은 나로 하여금, 내 나라를 잃었던 기억을 잊고만 우리들의 아픈 자화상이라는 생각만 든다.

 

 동무생각으로 '평화' 상상하기

 2022년 전교조 통일위원회는 <동무생각: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꿈편지>(이하 동무생각)라는 제목으로 북녘 친구들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에 대해 갖고 있는 다짜고짜 적대감에 일정의 균열을 꾀하고, '만나야 하고 만날 수 있는 실체'로서의 북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편지 전달을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말의 교육교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이다. 이상석<북녘동포에게 편지쓰기> 대표는 <동무생각> 사전 강연에서 "편지가 북녘에 전달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동무를 되찾고 싶은 '내 마음'에게 편지를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라고 강변한 바 있다. 겪지도 알지도 못하는 북녘을 생생한 실체의 이웃으로 여기는 마음을 위해 우리는 수업을 준비하였다. <남북의 창> 등의 국내방송 동영상클립 등을 보여주고, '북녘학생 성철이의 일기'에서 남녘과 같은 점, 다른 점 찾기를 하는 동안 참여한 학생들은 부쩍 북녘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다. 스마트폰(손전화) 많이 하고 싶고, 초등학교(소학교) 동무(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 '우리'들은 남녘과 북녘이 똑 닮았다는 점을 너무나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애잔했지만. 

 

 "아,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힘들어, 흑흑. 너희는 안 힘드니?"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가 하는 민속놀이도 알려줄게. 만경대 소년궁전 앞에서도 할 수 있나?"

 

 엽서가 꼭 전달되고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정말 간절하게 또박또박 적어낸 모습은 통일 수업 장면에서 내가 본 명장면이었다. 그들의 꾹꾹 눌러쓴 글씨체에서 '동무'라는 정겨운 단어가 살아나고 동무와 함께 손 맞잡을 수 있는 선한 마음도 조금쯤 일어나지 않았을까. 서로에게 "너희 이상하다며?", "너희 고생한다며?"라는 말 외에도 건넬 수 있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글쓰기의 부담이 활동의 취지를 저해할까 싶어 엽서 형태로 형식을 제한했던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핵무기 말고 북한, 아니 북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게 많다는 게 신기했어요."

 

 한 학생의 수업 소감에 어쩌면, 너도나도 어렵다고 하는 통일수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해결책이 들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저한 현대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은 '상상'과 '궁리'에 있다는 것은 대개가 동의하는 인류사의 여정일 것이다. 그렇게 상상하고 궁리하여 발전시킨 기술 문명 속에서 숱하게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지금 이 순간도 도처에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을지 몰라도 인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후 위기, 양극화와 그에 따른 불평등 등등 남북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그리하여 이제야말로, '평화'와 '통일'을 본격적으로 상상할 때다. 평화와 통일을 정책 문서나 편협한 미디어에서 주입받고, 통일비용이니 통일편익이니 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상상'이야말로 평화와 통일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우리의 '평화 상상'은 생생한 감각으로 시작하면 된다. 내 마음과 편지를 받을 동무는 어떤 눈매를 가졌을까, 나처럼 만화를 좋아할까,라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게 만드는 상상 말이다. 그 상상은 마침내 이뤄낼 평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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