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왜 교사만? 의사가 행정업무하며 의료행위하나요?

김형배 · 전교조 정책기획1국장 | 기사입력 2022/05/19 [14:15]
정책이슈
교원업무정상화
[정책이슈] 왜 교사만? 의사가 행정업무하며 의료행위하나요?
"회계 물품관련 업무는 학교장 · 행정실 업무"
김형배 · 전교조 정책기획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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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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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물품관련 업무는 학교장 · 행정실 업무"

 

교원업무 정상화는 참교육 실현 투쟁

 1986년 5월 10일 전국의 교사들은 교육의 민주화를 주장하면 5가지를 요구했다. 그중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온갖 비교육적 잡무는 제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치기본권 쟁취, 교사·학생·학부모의 교육권 보장, 교육자치 실현, 교원단체 설립의 다른 주장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낮은 듯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의사가 진료하지 않고 회계업무를 수행하고 소방관이 현장 출동하지 않고 인력 채용 업무를 하고 있다면 정체성을 흔들 정도의 중차대한 사항이고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교사가 채용·회계·시설 등의 학생들과 교육과정과 관련도 없고 교사가 아닌 직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은 교사에게 부여하는 것은 교사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비교육적 잡무'를 제거하라는 교사들의 외침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외침에 응답해 귀 기울인 지 20년이 넘었다. 제자의 제자가 동료 교사가 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교원의 행정업무의 총량은 전혀 줄지 않았다. 교육 관료들이 핀셋 업무 경감하고 있을 때 각종 법률, 정책에 의해 수많은 사업이 학교로 밀려 들어왔고 그것들을 오롯이 교사들이 감당해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새로이 무언가 한다는 것은 학교와 교사의 행정업무가 늘어난다는 것과 동의어다. 행정업무경감 시범학교 한다고 예산을 학교에 배분하면 그 역시 일이 된다. 행정업무에 빼앗겨버린 교사의 노동시간을 다시금 수업과 학생들에 되돌려주는 것은 참교육 실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투쟁이다. 

 

 업무정상화는 본연의 직무 수행 과정

 의약분업이 사회적 쟁점이었던 시절 시선을 끌었던 구호가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수업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행정은 행정직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행정일까지 하게 되고 수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서 종사하는 직업이니 자신들의 직업에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지는 것이다. '교육은 교사에게 행정은 직원에게' 이러한 구호가 다른 직종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더 우려해야 하는 것은 학교를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이고 수업과 아이들에 소홀히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모른 척하는 내 마음의 시선이다. 의사가 행정업무가 아닌 의료와 연구에 집중해야 하듯이 교사 역시 행정업무가 아닌 수업과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리고 행정업무는 직원이 담당토록 해야 한다. 행정업무의 양이 과중하다면 직원을 늘리고 행정업무를 덜어 줘야 한다. 

 

 회계·물품 업무는 법령 지정자가  

 회계와 물품 관련 업무는 기본적으로 학교장과 행정실의 업무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품의를 포함하여 지출, 징수의 필수적인 기초행위를 하는 자 역시 회계 관계 공무원이기에 관련 법률과 조례에 따라 재정보증보험에 가입되어야 한다. 물품과 관련해서는 물품 사용과 유지 및 관리는 물품운용관인 교감의 사무이고 출납은 행정실의 사무이다. 회계와 물품은 자산이므로 지정된 자를 통해서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수업 연구와 학생 지도를 뒤로하고 법을 어겨가며까지 해서는 안 된다. 회계와 물품을 전문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람은 교사가 아닌 관리자와 직원이다.

 어린이놀이시설, 환경정화시설, 소방시설, 안전시설 관리 업무도 교사의 역할이 아니다. 교육청에서 안내하는 시설관리 매뉴얼에는 해당 시설을 포함하여 안내하고 있다. 학교 안전관리자가 받아야 할 연수의 대부분은 시설의 안전 점검과 관리에 관한 내용이다. 그것이 교사의 업무라 말할 수 있다면 시설관리 직원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인력 채용 역시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인력 채용 전형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 정도의 참여만 하면 된다. 그런데 내부 결재, 공고부터 해당 인력의 수당 지급 품의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사를 행정업무로부터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참교육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교사의 직무 범위 법제화 추진 필요

 전교조는 교사의 직무 범위를 법제화하는 과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사가 행정업무를 하느라 수업과 학생에 소홀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대중적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 선출되는 교육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 지회 차원의 교육청 대상 노사협의회를 추진하며 그와 더불어 학교 내에서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의 성장을 위해서 학교 구성원이 각자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하고 업무 분장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추진할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진심이 통하면 갈등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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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3/04/12 [05:58] 수정 | 삭제
  • 뭔소리여... 의사들도 페이퍼 워크 오지게 하는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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