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잇다] "많이 힘들지? 우리가 있잖아!" 서클로 잇는 따뜻한 마음

양미정 · 서울전동초 | 기사입력 2022/05/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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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잇다] "많이 힘들지? 우리가 있잖아!" 서클로 잇는 따뜻한 마음
양미정 · 서울전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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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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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가르침은 언제나 상호 연결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가르침은 공간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이자 미국의 교육학자인 파커 J. 파머가 한 말이다. 이는 교육 활동의 관계적 측면을 강조한 말로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 학생들의 학습 측면과 더불어 ‘학생들 간 약화 된 유대감과 공동체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교실에서 진행한 서클 대화를 통해 학생들 간 관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활동을 몇 가지 소개함으로써 관계중심의 학급 운영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서클 대화란 학생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공통의 주제에 대해 공평한 발언 기회를 갖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연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쉽고 간단한 대화 방식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학급에 적용할 수 있으며, 서클 대화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함으로써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함께’의 가치와 ‘하나됨’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서클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참여자가 의자로 원을 만들고 둘러 앉는다. 그리고 센터피스(원 가운데 원형보를 깔고 꽃 화분이나 의미있는 상징물들을 펼쳐 놓은 것), 토킹스틱(발언권을 상징하는 도구), 대화약속(안전한 대화 환경을 위해 참여자들 간 합의된 약속)을 바탕으로 주제질문(참여자들이 나눌 이야기)을 가지고 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대화 과정은 환대로 공간 열기–침묵으로의 초대–대화 약속 확인–주제질문 제시–돌아가며 말하기–소감 나누기–공간 닫기의 흐름을 갖는다.

 

내가 평소 자주 하는 서클은 시작할 때 하는 체크인 서클과 정리할 때 하는 체크아웃 서클이다. 체크인 서클은 하루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이 어떤 몸과 마음 상태로 학교에 왔는지 살펴보며 기쁜 일은 함께 축하하고, 슬픈 일은 서로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월요일 아침일 경우에는 지난 주말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의 주말이 어땠는지 살펴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중 지난 2021년 11월경 2학년 한 학급에서 진행했던 ‘주말 이야기’ 체크인 서클에서 느꼈던 감동을 살짝 전하고자 한다.

 

평소와 같이 수업 시작 전 환대와 침묵, 대화약속을 확인한 후 학생들에게 ‘지난 주말을 점수로 표현하고 그 이유 말하기’라는 주제로 체크인 서클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100점 만점에 1000점부터 –200점까지 각양각색의 점수와 이유를 대며 자신의 주말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그러던 중 한 남학생에게 발언권이 주어졌을 때 남학생은 눈물만 글썽일 뿐 아무말을 못하고 있었다. 진행자인 나는 “말 하고 싶지 않으면 패스할 수 있어.”라고 하자 토킹스킥을 옆 사람에게 전했다.

 

이후 다음 학생들은 순조롭게 주말 이야기를 하며 체크인 서클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서클 대화의 목적이 서로에 대한 연결과 돌봄이라는 점에서 진행자인 나는 주말 이야기에 대해 말을 못하고 눈물만 흘렸던 그 남학생의 마음과 연결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잠시 침묵을 요청했다.

 

학생들은 눈을 감고 침묵하며 그 남학생의 마음을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이후 “혹시, 저 친구가 힘이 날 수 있도록 위로나 응원의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는 사람 있나요?”하며 묻자 5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고, 한 명이 그 남학생에게 “00아, 많이 힘들지? 그래도 우리가 있잖아. 힘내”라는 응원을 시작으로 4명의 학생들이 위로와 격력의 말을 전해졌다.

 

이후 그 남학생은 표정이 밝아지면서 이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처럼 체크인 서클은 서로의 몸과 마음을 확인하고 축하나 위로를 통해 학생들 간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연결의 의미를 갖는다.

 

한편, 체크아웃 서클은 활동을 마감할 때 주로 하는 서클로 평소 수업 종료 5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하루 동안 자신 또는 친구들에게 축하하고 싶은 점이나 고마운 점 등을 나눔으로써 훈훈한 정리의 시간을 갖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밖에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온전히 한 차시 수업을 서클 대화로 운영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 4학년 학급에서 진행한 ‘유쾌한 거짓말’이라는 주제서클이 그 예다.

 

만우절이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허용하여 누군가를 속임으로써 한바탕 크게 웃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만우절 취지에 맞춰 학생들과 ‘유쾌한 거짓말’ 서클을 진행해 보았다. 거짓말은 ‘개인이 아닌 학급 전체와 관련될 것’, ‘기분이 좋아지는 거짓말일 것’이라는 두 가지를 전제로 하였다.

 

한 명씩 유쾌한 거짓말을 시작했고, 학생들은 친구들의 거짓말에 환호와 박수로 공감했다. 그 중 “얘들아, 앞으로 두 달 동안 학원이 다 문을 닫는대”, “오늘 6교시 내내 체육만 한 대”, “우리 학교 급식이 뷔페로 바뀐대”,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졌대”와 같은 거짓말이 학생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학생들은 서로 원하는 것이 같다는 점에서 실컷 웃고 공감하고 환호하며 마음으로 깊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번은 ‘존중받은 경험’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을 때 한 남학생이 “제가 코로나 걸려서 학교에 결석했을 때 한 친구가 저에게 너가 학교 안 오니까 무척 심심해라는 말을 해줬을 때 참 고맙고 존중받는 느낌이었습니다.”라고 말하자 “나도 나도”하며 다른 친구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존중의 경험을 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동그랗게 둘러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서클대화는 학생들 간 멀어진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요즘 학급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활동으로 많이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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