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불편러] '교복비 업무' 꾸준한 민원 제기로 98% 업무 감축

김효식·진해냉천중 | 기사입력 2022/05/03 [17:20]
정책이슈
교원업무정상화
[화이트불편러] '교복비 업무' 꾸준한 민원 제기로 98% 업무 감축
교복비 현금지원 사업이 일폭탄으로 교육활동 침해
지자체 수차례 민원 제기
업무량 98% 감축
김효식·진해냉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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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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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비 현금지원 사업이 일폭탄으로 교육활동 침해
지자체 수차례 민원 제기
업무량 98% 감축

 

 


중·고교생 교복비 현금지원 사업이 2018년 지방선거 공약의 주메뉴가 되는가 싶더니, 교복지원 조례를 제정한 경남도 2020학년도부터 동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였다.

  

야속한 것은 학교현장과 사전에 상의 한마디 없는, 지자체의 일방통행이었다는 것이다. 단지, 교사는 안중에 없는 교육청 관료의 무성의한 동의를 구했을 뿐이고, 교사들이 지자체 일꾼으로 동원된 것이었다.

  

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된 2020학년도에는 경남도가 산하의 읍·면·동을 창구로 지정·접수부터 현금지원까지 일련의 과정을 처리했지만, 정상적으로 신학기가 시작된 2021학년도부터는 학교를 접수창구로 일원화해버렸다.

  

학교에 떠넘긴 행정사무로 교사는 신입생 가정을 대상으로 교복비 지원 홍보 전단과 지원신청서를 배부해서 작성 및 제출을 독려하는 것부터 학생 주민등록초본과 현금지원 계좌 사본도 징구해야 했다. 문제는 일 년 동안 생산되는 각종 서류의 대부분이 유통되는 3월에 이루어지는 것. 필요 서류가 다 회수되면 담당교사는 경남도에서 만든 복잡한 서식에 일일이 학생 인적사항과 학부모의 금융 정보를 입력하고 공문으로 보내야 했다.

  

교육의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공교육 교사가 일선 행정기관의 사무를 도맡아 대행해야 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것도 열정을 가장한 무보수로. 1학년 담임교사들의 볼멘 아우성은 당연한 반발이었다.

  

지난해 나는 이 부당한 상황에 대해서 지자체에 수차례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원을 제기했다.지자체 담당부서는 절차상의 다소 무리한 점을 인정하나 학생을 위하는 일이니 학교의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난 지자체의 교육에 대한 무지하고 허약한 발상이 교사의 사기를 저하하고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이는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집요한 항의로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교사의 교육활동 지원은 고사하고라도 훼방만큼은 하지 말 것을 포효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교조 경남지부가 동행해 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그해 12월 말에 경남도청에서 익년의 교복지원 사업에 대한 지침이 학교로 시행되었다. 서류 일체를 요구하던 방식을 온라인 접수로 일대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절반 이상의 일이 줄었지만 담당교사가 작성해야 할 서식은 여전히 가공할 아가리를 벌린 채 버티고 있었다.

  

발끈한 나는 지자체에 기왕 개선할 거면 교사의 부담이 아예 없도록 보완할 것을 요구했으나 소소한 핑계를 대는 그들은 차기년도에 검토하겠다고 얼버무렸다. 경남지부에 이 상황을 중계하고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굼뜨기 그지없던 도교육청은 교원업무 경감의 칼을 빼든 경남지부의 서슬에 기함해서 경남도청과 진지한 협의를 진행하였고 3월 초, 가장 곤란했던 학부모의 금융정보란을 서식에서 삭제한 단출한 서식으로의 협조를 합의했다. 지난해와 견주어 일의 양이 98%정도 감축된 것이었다.

  

‘천성이 게을러서 자빠져 잠만 자는 권리는 자신을 찾아 나서서 깨우지 않는 한 아무도 돕지 않는다.’라는 경구를 재차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잘못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잘 못 가르치는 것이며 그 가르치는 사람을 움직이는 행정이 잘못한다고 봐야 옳다.”는 참스승 고 이오덕 선생님의 지적을 교육부를 비롯한 모든 행정기관의 정문에 새기고 싶은 심정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나의 화이트 불편러 활시위는 당분간 과녁의 반(反)교육 표지를 겨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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