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2시부터 세종 한국노동연구원 5층에서 개최한 ‘학교 안전보건체계 운영 현황 및 실태조사' 연구 수행결과 설명회’에서 영양교사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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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조리종사자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영양교사에게 떠넘기고 있어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노동부마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전국의 영양교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2시부터 세종 한국노동연구원 5층에서 ‘학교 안전보건체계 운영 현황 및 실태조사' 연구 수행결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전국에서 영양교사들 300여 명이 모였다. 전교조 영양교사 조합원 200여명과 전교조 영양위와 MOU를 체결한 (사)한국식생활교육연대 100여명의 회원들은 설명회 전인 1시 30분부터 집회를 열었다.
▲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영양교사 300여명이 '영양교사를 현업업무 종사자로 규정한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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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일부 제외되었으나, 고용노동부는 2019년부터 학교 급식실을 구내식당업에 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하였다.
문제는 고용노동부 고시(제2020-62호)에서 ‘수업과 행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업무의 유해· 위험도가 현저히 다른 자는 현업업무 종사자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현업업무 종사자로 묶어서 적용한 것이다.
이에 영양교사는 고시에서 명시한 현업은 ‘조리현업’을 일컫는다는 것을 고용노동부 전문위원 등을 통해 수차례 확인한 바 있으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을 미루어 왔다.
영양교사를 현업업무 종사자로 규정하려는 이유를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영양교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인 시도교육청은 현업업무 종사자인 조리종사자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영양교사에게 (기존에 해왔던 업무라는 이유로) 떠넘기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이에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의 영양교사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엉터리같은, 조작의 흔적이 보이는 용역연구의 결과다.
연구진은 영양교사의 업무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과학적 실측 없이 진행한 방향이 의도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영양교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현업업무 종사자로 간주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식생활교육연대와 전교조 영양위에서는 영양교사의 어느 직무가 위험하며 또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여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물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설명회 진행 중, 분노한 영양교사들의 설명회장 진입을 저지하려 했고 설명회 사전 입장 허용자 이외의 사람들은 어떠한 발언과 함성 등 소란행위를 하지 말라는 겁박 속에 설명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설명회를 진행하면 할수록 연구진의 무지가 드러났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후속 조처에 대한 약속도 없이 서둘러 설명회를 마쳤다.
영양교사는 조리현업 종사자와는 그 업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건축설계사와 건설노동자의 업무 또는 출판업과 인쇄업이 다른 것 등에 비유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에 모인 300여 명 영양교사 학교에는 급식이 이상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즉 영양교사가 잠시 급식현장을 떠나더라도 조리업무는 이루어진다. 반면 조리종사자가 파업을 하는 날은 곧바로 정상 급식을 할 수 없다. 이것이 영양교사가 현업업무 종사자가 아님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영양교사가 현업 아님을 주장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으나, 요약하자면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명시한 현업이란 조리현업을 일컫는 것이며, 식단구성작업과 조리작업은 그 속성이 전혀 다른 업무다.
둘째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하기 전에 학교 조리노동자 안전보건관리는 관행적, 비전문적, 형식적으로 영양교사에게 떠넘겼고, 이것이 조리노동자 안전사고 다발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따라서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것은 결코 조리노동자 안전사고를 줄일 수 없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오히려 위험에 더욱 노출, 방치시키는 것일 뿐이다. 조리노동자 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셋째 영양교사는 학생 건강의 책임자다. 조리노동자 건강까지 책임질 수 없다.
학생건강은 곧 미래사회의 건강이다. 정부(교육부, 고용노동부, 시도교육청)는 미래건강의 주체인 영양교사를 제도에 순응하는 하수인으로 간주하지 말고 교육주체로 인정, 이제라도 영양교사가 학생건강 증진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
▲ 고용노동부 항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장 ©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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