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명퇴를 하고
자연으로 돌아왔다
시골창고에 도서관을 꾸미고
이곳에서 자연학교를 만들어
늘 봄처럼 살아가고 있다"
봄이 익어간다. 버드나무류에 연두빛이 초록으로 짙어지고 아무르강쪽으로 떠나는 새들의 이동으로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기러기 무리만 조금 남았다.
왜가리들은 동남아에서 고향으로 찾아와 산란 준비를 하고 뭇 생명들도 둥지 준비하느라고 분주하다. 더하여 가장 기쁜 일은 우포늪 근처 모곡마을에는 올해도 따오기가 둥지를 트고 알을 품은 어미가 소나무 숲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이다. 4월 말쯤이면 새 생명이 작년처럼 태어날 것이다. 이때를 맞추어 '새들의 밥상' 저자 이우만 작가를 초대하여 첫 강의와 현장 탐조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마을아이들과 도시아이들을 초대하여 '우포따오기자연학교'를 시작하는 것이다. 퇴직후 13년 동안 계속해 온 일이다. 이렇게 70 늙은이는 늘 봄처럼 행복하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가끔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89년 뜨거운 여름 해직교사들은 명동성당에서 전교조결성을 인정하고 해직교사를 학교현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낯선 서울 한복판에서 밤을 지새우면서도 고향하늘의 수리부엉이 울음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90년 도교육청 단체협약을 놓고 농성투쟁을 하다가 구속되어 마산교도소에서 보낼 때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리워서 학교로 돌아가는 꿈을 꾸며 살아냈다. 이듬해 낙동강에 페놀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운명적으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다. 구미 공업단지의 두산전자에서 나온 독성물질인 페놀이 식수원인 강으로 흘러든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마산가톨릭여성회가 중심이 되어 진상 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마산 시청으로 격려 방문 갔다가, 시민사회 요청으로 활동가 역할을 했다. 1991년 12월 마산·창원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마창공추협, 1993년에 환경운동연합으로 전환)가 결성될 때 초대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다.
더구나 이듬해인 1992년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을 때는 지역 환경단체활동가의 일원으로서 브라질까지 갔다. 1991년 겨울 전교조 해직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환경교육 문제를 참교육실천운동의 한 주요 과제로 설정했던 고창 선운사 동백호텔 모임에 참여한 바 있는 그였기에 리우 환경회의는 교육, 환경, 노동 등 여러 면에서 배움과 향후 행동의 나침판이 되었다. 거기에서 환경과 노동단체 부스를 드나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반핵을 비롯해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 환경교육에 관한 캠페인도 함께 벌이면서 말이다. 또 많은 세미나가 열렸는데, 그중에서도 유럽의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과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숲속학교나 생명학교라 할 수 있는 '자연학교' 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그럼으로써 폭력성이나 상처로부터도 벗어나게 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게 되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운동)을 꼭 하겠다고. 2010년 명퇴를 하고 자연으로 돌아왔다. 시골창고도서관을 꾸미고 이곳에서 자연학교를 만들어 늘 봄처럼 살아가고 있다. 더 고마운 일은 참교육운동을 함께한 후배들이 이곳에서 살겠다고 찾아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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