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더하기 틀리셨어요. 13빼기 7은 5 아니고 6이에요."
"아! 미안. 내가 원래 더하기 빼기는 잘 못해요. 그래서, 선생님은 과학만 가르쳤어요."
"선생님, 손들기 기능을 사용하면 숫자 세기 쉬워요."
"아! 그래? 내가 원격수업 방법은 잘 몰라요. 다음에 또 아는 거 있으면 알려줘요."
6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 과학을 가르쳤던 아이들이다. 가르쳤던 학생들을 연이어 맡기로 결정한 뒤, 걱정이 시작됐다.
'새로 만나는 선생님에 설레고 새로운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닐까?'
'이해가 되었나요?를 입에 달고 실험 수업에 매달리던 교과전담 선생님의 딱딱한 이미지는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실시간 원격수업이 익숙하지 않은데 수업하다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며칠 동안 생각은 꼬리를 물고 선생 노릇한지 스무해를 넘긴 내 모습을 돌아보는 지경까지 갔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했는지... 유능하고 똑부러지는 선생님이 되고자 애썼던 스물 두해 동안의 나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그럼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나로 다가서면 어떨까?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사람임을 아이들 앞에서 드러내 보는 건 어떨까? 할 수 있을까?
첫날, 둥그렇게 책상을 모아놓고 돌아가면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마다 하는 일인데도 입을 떼는 것도 조심스럽다.
"얘들아, 내 소개 하기 전에 먼저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 엄청 떨렸어요. 작년에 봤던 선생님이네? 하고 실망하고 시시해 할까 봐요. 그래서 너희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담임을 해서 6년을 다닌 너희들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어요."
아이들은 '괜찮아요!' '아는 선생님이라서 마음이 편해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텐데도 내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뭘 모르는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며칠 사이 알려 줄 것도 도와줄 일도 많았다. 칠판 지우개는 행정실에 가서 달라고 하면 새것을 내어 준다는 것, 교실 청소함을 여는 법이나 뒷문 고리를 푸는 방법도 아이들이 알려 주었다. 게다가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채 안됐는데 수학 시간에 계산 실수를 두 번이나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들은 내가 계산할 때 틀리지 않는지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
예전에 각종 유행하는 연수와 수업 방법, 학급운영강좌 등을 통해서 교수법과 수업 기술을 연마하는데 쓴 시간과 노력을 비교했을때 나를 내려 놓고 시작한 올해는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각종 학기초 학급 운영 프로젝트를 펼쳐 보이며 나의 유능함을 뽐내고 시작한 해보다 아이들의 말수가 조금 더 늘은 것 같기도 하고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어제는, 반 아이들을 훨씬 적극적으로 생활하게 만든 비법이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게 많다고 얘기한 덕인 것 같다며 고등학생 딸 아이에게 떠벌렸다가 한소리 들었다.
"엄마는 선생님이면서 여태 몰랐어? 원래 모른다고 하는게 게 장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