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법을 배웠으니 우린 괜찮아!"

심신아 · 인천 남동초 | 기사입력 2021/12/09 [17:06]
참교육
"함께 하는 법을 배웠으니 우린 괜찮아!"
코로나시기, 학급마무리 이렇게
심신아 · 인천 남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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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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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기, 학급마무리 이렇게

  '위드코로나'로 커졌던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는 '오미크론'이라는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또다시 무너졌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사스(SARS)나 신종플루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한 계절만 조심하면서 잘 넘기면 되겠지 했었다. 이렇게 우리의 삶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줄 어찌 알았으랴.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워지는 건 어른들뿐만이 아니다. 12월이 되면서 교실에 걸어둔 크리스마스 장식에 아이들은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이내 '코로나 때문에 안돼'라고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린다. 아이들 얼굴에 슬픔과 체념의 표정이 스쳤다. "음식만 먹지만 않으면 괜찮죠?" 한 아이가 질문한다. "그럼~ 너희들이 계획해 봐. 선생님이 뭐든 도와줄게." "~" 아이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며 안쓰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생태수업  © 심신아 선생님 제공



 


 
너희들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처
음 아이들을 만났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새 학년 새 학기의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고, 마스크를 한 친구의 얼굴이 낯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도 데면 데면 했다. 3학년이 된 이 아이들에겐 학교생활의 기억이 많지 않았다. 학교에 나올 수도, 동네에서 친구들과 맘껏 놀 수도 없었던 아이들은 외로움과 무기력감에 지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담임인 나는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었다. 힘들었던 마음을 밖으로 꺼내 말해보는 것과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어떨 때 외로운지 나는 무얼 하고 싶은지 등등 자신을 소개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어서 복도에 게시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서로에게 댓글을 달아주면서 코로나로 얼어있던 관계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틈만 나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쭈볏대던 아이들도 자기 얘기를 많이 꺼내놓았다. 그렇게 학교에 매일 나오고 싶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과 즐겁고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만들고 싶은 바람이 실현되는 교실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오전·오후로 나누어 모든 아이들이 날마다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았다. 매일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예전처럼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코로나로 다친 아이들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함께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선생님들은 힘을 내기 시작했다.

 

 

▲ 1학년 후배에게 보내는 성탄 편지  © 심신아 선생님 제공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단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계속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나를 넘어 친구와 평화로운 관계 맺기를 위한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친구를 자세히 관찰해서 책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친구를 이해하면서 성장해나갔다. 친구를 만난 뒤에는 시선을 좀 더 넓혀 마을로 나갔다. 오래된 가게 또는 관공서를 찾아 마을을 돌보고 지켜온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 마을 사진전을 열었다. 그리고 오래된 공원에서 마을 분들을 모시고 음악회를 열어 감사함을 전했다. 그렇게 자기로부터 시작한 시선은 친구를 거쳐 마을로 이어졌고 코로나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날마다 얼굴을 보며 즐거운 배움을 이어나갔다.

 

 

 장수천음악회 © 심신아 선생님 제공



 함께 하는 법을 배웠으니 우린 모두 괜찮을거야

 10살이었던 우리 반 아이들은 이제 곧 11살이 된다. 나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요즘은 아이들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해 동안 힘들었던 것, 좋았던 것도 물어보고 4학년을 맞이하는 느낌이 어떤지도 들어본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4학년이 되면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고학년 선배들이 학교와 마을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머지않아 저 활동을 하겠구나 기대한다. 1학년 동생들이 한글을 배웠다며 보내온 응원 편지에 감동받아 선물을 보내면서 후배를 돌본다. 이렇게 우리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는 또한 코로나가 우리 아이들에게 주었을 공포와 고립감, 그로 인한 외로움과 무기력감을 없애기 위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노력했던 결과이다. 1월에 우리 아이들은 3학년을 정리하며 자기소개서를 쓰게 될 것이다. 소개서에서는 1년 동안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했는지 자기의 진짜 이야기가 담길 것이고 아이들은 소개서를 들고 4학년으로 올라갈 것이다.

 

 

▲ 교실로 찾아온 6학년 선배들  © 심신아 선생님 제공

 

 

 앞으로도 코로나는 각종 변이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해 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배움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린 모두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함께 있으니 우리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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