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기, 학급마무리 이렇게
학기초가 떠오른다. 중3 우리반 아이들은 학급 규칙을 정할 때 서로가 바라는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사이좋게', '친하게'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1학년 시절의 짧은 추억을 안고 2학년의 공백기를 거쳐 진급한 아이들에게 '관계'에 대한 갈증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은 바람이 엿보였다.
나는 낯설고 갈등 해결이 서툰 아이들과 함께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했다. 아이들은 학급내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친구들가 이야기하며 소통했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는 책임을 알려 주었고 고립된 친구들은 학급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으며 힘으로 인정 받으려는 친구들은 평등을 우선 가치로 여길 수 있도록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동안 우리 모두 조금씩 성장해 갔다.
졸업을 앞둔 지금 나는 마냥 서툴고 미흡했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일깨워 주고 싶어 '함께 자란 우리 반'을 주제로 학급 마무리 활동을 했다. 1학년 입학 사진과 3학년 졸업 사진을 나란히 넣은 카드를 나눠 주었고 스스로 성장한 부분을 찾아서 적도록 했다. 아이들은 불과 2년 사이 확연히 달라진 외모에 놀라워하면서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가치관의 변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성숙한 문제 해결 방식 등 스스로 성장한 면모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다.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반짝였다. 나는 이 아이들을 보며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괜히 울컥하며 화를 내던 친구를 다독여 주던 아이들, 불안을 느낄 때마다 아이들을 편안하게 품어준 교실의 한 자리, 늘 갈등 유발자 취급을 받아온 친구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마음들이 떠올라 뭉클했다.
친구들 속에서 배우고 함께 자랄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길, 누군가의 위에 서기보다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서길 바라며 한해 학급활동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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