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문화 돌아보기]④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성우 · 경북 구미사곡초 | 기사입력 2021/12/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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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문화 돌아보기]④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성우 · 경북 구미사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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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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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문제는 이 땅의 교사이면 피할 수 없는 치열한 고민거리다. 누구나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이 들어서 승진하지 않으면 불안하지 않나? 나이 들어서 담임 맡으면 학부모에게 눈치 보이지 않나? 나이 들어 교단에 같이 서 있으면 후배 교사들에게 위축되지 않나? 승진하지 않고 이 모든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은 하나다. 그것은 "공부하라!".

 나는 작년보다 약간 더, 10년 전보다는 훨씬 많이 지적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교사로서 예전보다 유능하다. 같은 교과 내용을 예전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고, 예전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관리자나 동료교사들과도 더 잘 지낸다. 이 같은 결과는 연륜이 쌓이면서 삶의 지혜가 풍부해진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부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 나는 교단에 선 뒤로 지금까지 꾸준히 공부해왔다. 책에만 파고든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추구했으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나 교육 담론을 놓고 이웃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생각들과 부대끼면서 나의 관점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갔다.

 

 핀란드 교육탐방 때 고등학교의 수업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어느 교실에서 연로한 여교사가 체육 이론 수업으로 인체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핀란드 말을 몰라서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열강을 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교사의 그 열의를 수용하는 태도였다. 교사의 작은 실수에 괜찮다는 듯 힘내시라는 듯 따뜻한 피드백으로 반응하는가 하면 교사의 열성에 부응하려는 듯 모두들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이 사회에선 교사의 나이 듦이 무능의 의미로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이 많은 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은 친목 배구와 술모임 같은 인맥쌓기 풍토가 빚어낸 후유증처럼 보인다. 학습과 토론을 통해 교육적 고민을 성장시키는 문화 없이는 지성인으로서의 역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나는 확신한다. 지금은 몰라도 이삼십 대의 후배 교사들이 원로교사가 되었을 때는 핀란드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이분들은 학창시절 수재 소리 들으며 성장하신 분들이기에 나이 들어서도 우리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분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이 든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달라질 것이다. 유념할 것은, 젊었을 때 아무리 똑똑해도 지적 단련을 게을리하면 지성은 퇴화한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책을 멀리하면서 나이만 먹은 교사가 인정받을 곳은 없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원로교사로서 교직살이를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은 나이 많은 교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불성실하고 무능한 교사,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교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만 먹는 것이 문제다. 나이와 함께 발전하는 교사는 교단에서 위축될 이유가 없다. 끊임없는 자기연찬으로 지성을 갖춘 유능한 교사는 두려울 게 없다.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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