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 교사 1만 1749명,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 촉구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1/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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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 교사 1만 1749명,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 촉구
전교조,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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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재검토해야"

“며칠 전 대전지역 중학생이 학원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중학교 1학년인 이 학생은 특목반을 다니며 고3 영어, 고등수학 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무서웠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오늘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요구하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은 건 교육부가 주장하듯 고교학점제로 잠자는 아이를 깨울 수 있다고 쳐도, 과목선택권의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해도, 살인적 입시경쟁 교육을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선도학교운영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아이들의 선택권은 다양화 되었지만 학력 격차, 아동학대 수준의 살인적 입시경쟁교육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선결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중단해야한다.”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규탄 발언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국 1만 1749명의 고교 교사들이 현행 대입제도와 엇박자를 내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고교학점제 재검토와 대입제도 우선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제도 우선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전국 고교 교사 선언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7개 시도지역에서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교육부 앞 기자회견에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지부가 함께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이루어진 교사 서명에는 전국에서 1만 1749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제도 우선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전국 고교 교사 선언 결과를 발표했다. © 강성란 기자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기자회견 여는 말을 통해 “OEDC 국가 중 청소년 자살 1위인 대한민국에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대입제도 개선없이 학생 선택권을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라면서 “학생 선택권 보장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제시하며 도입되었지만 고교학점제는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문제가 드러났다. 교육부는 일단 제도 도입 후 문제점은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평생에 한 번뿐인 고교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무책임한 태도”라는 말로 현장 교사들의 요구를 수용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교사들은 고교학점제로 업무가 폭증해도 학교를 바꿀수만 있다면 기꺼이 할 수 있다고, 해볼만 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올해 교사들은 폭발 직전이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급 해체에 따른 공동체 파괴와 아이들의 정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학점제 시행에 따른 다양한 활동을 생기부에 적으면 아이들이 대학갈 때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교육당국이 말하는 교육의 변화인가? 학교를 혼란에 빠트리고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고교학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이유”라는 말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당초 2025년으로 예고한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를 2023년으로 앞당기고 연구·선도학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고교학점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연구·선도 학교 교사 설문 결과 7%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고교학점제 도입을 재검토하고 입시제도 우선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직업계고는 2022년, 일반고는 2023년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지만 이들은 정시 전형이 40%까지 확대된 현행 대입제도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제도의 엇박자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한 과목선택권 확대를 내세웠지만 대입제도 개선 없는 선택권 확대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 선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 전교조는 4일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전국 고교 1만1749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 강성란 기자


연구·선도학교에서는 교사 1인의 담당 과목이 늘면서 교사가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양한 과목 개설은 물론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도 어려운 농어촌의 현실은 지역격차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학교는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수업만 하는 강사, 순회교사, 박사급 전문가, 원격으로 만나는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진로상담을 할 수 없다.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할 시간이 없다."는 말로 비판했다. 울산지부에 따르면 2022년 모든 고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 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5개 교육청 중 하나인 울산시교육청은 일반고 역량 강화 예산을 연구·선도학교 지원예산으로 전환했고, 교과교실제 실시 고교를 우선 연구·선도학교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밝혀 일선 학교들은 축소된 예산 때문에라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지부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공모사업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비슷한 성격이 짙은 '준비학교'를 학기 중에 확대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박순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올해 5개 과목을 수업했다는 한 교사는 수업준비는 물론 평가, 기록 등의 업무 증가로 번 아웃 상태를 호소했다. 게다가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경북의 경우 강사를 구하기 어려운 읍, 면, 농어촌의 경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제안은 그림의 떡"이라는 말로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영길 전교조 세종지부장과 김종현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필요한 건 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추진이 아닌 현장교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선결과제 해결”이라면서 △고교 성취평가제 전면 확대와 수능 자격고사화 △다교과 지도교사 수업시수 감축과 교원정원 확대 △교육격차 해소 대책 마련 △과목선택 및 교육과정 편성시 민주적 협의회 운영 제도화 △공통과목 및 필수 이수 단위 확대 △선결과제 해결 없는 연구·시범학교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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