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죽음, 대안은 없나

김상정 | 기사입력 2021/10/26 [14:16]
정책이슈
직업교육 정상화
끊이지 않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죽음, 대안은 없나
현장실습을 넘어 학교에서 충분한 직업교육을

안전한 취업 보장되는 국가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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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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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을 넘어 학교에서 충분한 직업교육을

안전한 취업 보장되는 국가시스템 마련해야

2011년 광주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2교대로 유해 페인트 도색 작업을 하다 쓰려져 사망한 고 김민재 학생

2012년 울산신항만 작업선 전복사고로 사망한 고 홍성대 학생

2014년 울산에서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져 심야작업 중 사망한 고 김대환 학생

2014CJ제일제당 충북 진천 공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투신한 고 김동준 학생

2016년 경기도 성남 외식업체 토다이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동균 학생

20171, 전주 LG U+ 콜센타에서 성과압박으로 사망한 고 홍수연 학생

201711, 제주제이크레이션 생수 공장에서 적재기에 눌려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

그리고 202110, 여수 해양에서 잠수작업 도중 사고로 사망한 고 홍정운 학생

 

최근 10년 간 언론에 보도됐던 현장실습 사망 사고들이다

 

▲ 여수 현장실습 사고 대책위 활동을 하고 있는 이규학 교사(전교조 전남지부 실업위원장)는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현장실습 사고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현장실습 제도의 역사를 설명하며 폐지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정 기자

 

이규학 교사는 1997년 목포공고 재직 당시 호남고속도로에서 현장실습 중 차에 치어 사망한 말수가 적고 성실했던 제자 고 김정민 학생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자와 유가족의 울부짖음이 현장실습 사고 때마다 자신을 불러세운다고 했다. 퇴임을 한 이 교사가 여수 고 홍정운 학생 대책위 활동을 함께 하는 이유다.

 

사고가 나면 쉬쉬하고 학생 과실로 덮으려고만 하던 과거를 지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그나마 함께 싸워온 이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죽음은 이어지고 있다. 끝나지 않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해법은 없을까?

 

현장실습 제도의 역사, 직업계고 교육 파행의 역사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산업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법제화됐다. 1973년 박정희 정권이 이 법을 개정해 모든 실업계고 학생들에게 의무 적용했다. 어린 학생들의 노동력을 산업현장에 동원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다 1997년 산업교육진흥법을 대체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1년 동안 현장실습을 보내는 2+1 제도를 도입해 당시 IMF 자금난과 인력난에 허덕이던 3D업체에 현장실습 학생들을 대거 투입했다. 당시 현장실습 학생들이 일이 힘들고 위험해서 중도포기하고 학교에 돌아오면 교칙으로 처벌을 받거나 심한 경우,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그후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3학년 2학기 수업을 2/3이상 이수하고 졸업 뒤 취업이 보장되어야만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현장교사들은 이때를 직업계고 교육이 비로소 정상화 길로 들어선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은 현장실습 제한도 풀어 직업계고 교육을 다시 노무현 정부(2006) 이전으로 돌려놨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는 3학년 1학기에도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도록 했으며 2014년에는 2학년부터 실제적인 현장실습을 가능하게 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도 도입했다.

 

▲ “지금 (교육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지난 50여 년 동안 10대 청소년들이 꽃다운 나이에 죽어가는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임동헌 광주전자공고 교사의 말이다.     ©김상정

 

 2017년 고 이민호 학생이 적재기에 놀려 숨지는 CCTV화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분노한 여론에  김상곤 당시 교육부 장관은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2018년 교육부는 다시 학습형 현장실습이란 이름으로 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안전이 보장된다는 선도형 기업에만 최대 3개월 학생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은혜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현장실습 지침이 완화되었고, 5인 미만 영세업체로, 시도교육청 승인조차 필요없는 참여형 기업까지 현장실습 파견이 확대되었다. 지난 106일 여수에서 일어난 여수해양과학고 현장실습생 고 홍정운 학생의 익사 사고에서 교육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실습제도는  63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성공을 위해 값싼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지금도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직업계고 현장교사들의 의견이다. 직업계고는 기업의 이윤추구 도구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하며, 수십 년간 직업교육을 파행적 운영으로 이끌어 온 주범은 바로 현장실습제도라는 것이다. 

 

현장실습을 넘어, 현장교사들이 제시하는 대안

지난 24일, 전교조 직업교육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에 책임있는 정책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직업계교 교육과정을 정상화 학생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보장 산업재해 감소 효과 등을 거둘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특성화고 재학 중에 정부가 제공하는 좋은 취업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지역별 차별없이 취업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교사는 면접이나 채용시험 준비를 지원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선 교육부가 해야 할 역할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 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을 필수로 반영하고 직업계고가 학생 졸업일까지 정상 수업을 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학교에서 충분히 하도록 교육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실제로 고 홍정운 학생이 다니던 여수해양과학고 해양레저학과는 3학년 때 총 180시간의 잠수기술 교과가 편성되어 있었다. 이 수업은 다이버를 교육시킬 때 마스터급 이상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었다. 고 홍정운 학생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임동헌 광주전자공고교사는 만약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과정 이수를 했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게 잠수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설명했다. 직업계고에서는 현장실습이 아니라 직업교육이 충실히 이뤄져야 하는 게 교사들이 제시하는 첫 번째 대안이다.

 

이어 현장교사들은 정부 차원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업체에 대한 정보와 취업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취업하는 업체는 인증과 재인증을 거쳐 안전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부가 11월까지 전국의 취업 희망 업체를 접수하고 발굴하여 현장 방문을 통해 취업 적합 업체를 인증’하자는 것이다. 또 취업 지원 센터의 취업지원관과 노무사는 적합 업체 재인증을 하고,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 안내, 취업생의 정착과 안전, 노동인권 보장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는 3학년 2학기 12월을 전국 동시 구직활동기간으로 정하고 학교에서 충분히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취업 준비 활동을 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하게된다취업 확정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으로 전환하고 겨울방학 동안 취업 확정 학생에 대해 업체 주관으로 입사 사전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전교조 직업교육위를 중심으로 한 직업계고 현장교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의 주 내용이다.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직업계고 현장교사는 말했다. 매년 25000 명이 넘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학생과 12000여 개의 현장실습 업체를 실시간으로 확인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며 언제 어디에서 또 사고가 날지 모른다. 수십년간 직업교육을 파행으로 이끌어 온 주범은 바로 현장실습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장실습 폐지를 통한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뿐이다.”라는 목소리에 교육부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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