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대응...동료교사 연대기

오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1/10/07 [14:23]
띵동!교권
교권보장 큰 그림
교권침해 대응...동료교사 연대기
"○○중 ○○○교사 페미입니다" 유튜브에 실명 올리고 비방 댓글
오지연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1/10/07 [14:23]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중 ○○○교사 페미입니다" 유튜브에 실명 올리고 비방 댓글

A교사는 중3 B반 수업 중 '보이루', '기모띠'라는 말을 들었다. 예전에도 학생들이 쓰기도 했지만 '여성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말해서 쓰지 않기로 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서는데 들으라는 듯이 '보이루'말이 들렸다. '보겸 하이루'가 아닌 다른 뜻으로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더니 학생 한 명이 '선생님 페미에요?'라고 물었다.

 


A교사는 사회적으로 '페미'는 남성 혐오의 뜻으로 쓰이고 있고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하는 것과 같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후 본래의 페미니스트를 말하는 거라면 페미니스트라고 답했다. 학생들과 묻고 답하며 '정의로운 사회는 혐오가 없는 공정한 사회'라는 수업의 단원과도 연관시켰다.

 

그러나, 한 달 뒤 A교사는 '페미니즘 사상을 주입하는 교육을 했다'는 민원을 받았다. 민원내용은 수업을 왜곡한 내용이었다. 답변서를 작성하며 B반 수업이 떠올랐다. 민원 내용을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 '○○○○' 채널 영상에 'OOOO○○○교사 페미입니다. 엄청난 새끼입니다. 이 글을 올려주십시오'라는 A교사 실명이 적힌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어 상단에 노출되어 있었다. 1300개의 좋아요, 150여개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민원을 하자' '퇴출하자' 등의 댓글만 달려있고 댓글을 비판하는 댓글은 올라오는 즉시 사라졌다.

 

A교사는 여기저기에 대응방법을 알아보았다. A교사가 자신의 실명과 비방 내용이 담긴 댓글을 신고하고 유튜브 측에 문의했지만 댓글은 바로 지워지지 않았다. 교감은 알아보겠다고 답했고 교육청은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신청이 애매하며, 교권침해 결정이 나지 않아 치유상담이나 법률 지원이 어려워 개인적 고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온라인에서 발생한 일이라 처리가 애매하다고 답했다. 홀로 찾아간 경찰서에서도 고소도 어렵고 명예훼손도 아니라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A교사는 공동체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누가 그런 글을 올렸는지 학생 인권을 이유로 전수조사도 할 수 없고,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찾을 수 없는 상황. A교사는 수업에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고 학생들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다.

 

A교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권보호위) 개최를 요구했다. 1차 교권보호위가 열렸다. A교사는 B반 수업만을 배제해 달라고 했으나 교권보호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교권침해 여부는 논의되지 못했다.

 

이때, 동료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교조 교권상담실에 문의해 A교사의 사례가 교원지위법에 의한 교권침해와 불법정보 유통에 해당된다는 자문을 받았고 교권보호위원들을 만나 사안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2차 교권보호위는 명백한 교권침해, 불법정보 유통, 명예훼손으로 결정했다. A교사는 교육청에서 상담비를 지원받았고 공무상 병가를 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교권침해로 교권보호위가 결정하고 피해교사가 원하는 경우, 교육청 차원에 형사상 고소·고발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에서는 이 사안을 성평등 교육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교권침해 예방 교육, 성인지 교육,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진행했고, 동학년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업안을 구성 중에 있다.

 

현재 마음을 추수리고 있는 A교사는 "학교에서 교권보호위 심의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열어주어 고맙다."면서 "저 경력 여교사가 겪는 백래시와 같은 새로운 교권침해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분명하지 않다. 동료 교사들이 고통을 공감해주고 하나하나 함께 해결해주었다. 특히, 나의 회복과 복귀를 위해 학생 교육까지 진행된 것이 정말 치유가 된다"고 털어놨다.

 

A교사의 동료교사는 "학교에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피해 입은 교사가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피해 교사가 위로, 지지받고 교권 침해한 학생이 교육적 조치 이후 정식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환경이 될 때, 피해 교사가 현장으로 그나마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원지위법에 보면 '교육활동 중'이라는 말이 나와 이런 사이버상 교권침해에 대해 애매하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형식 논리에 치우쳐 고통받는 교사를 외면하는 것은 또다른 가해라고 생각하고 이런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20194월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하고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교육청은 수사기관에 고발할 의무가 있다. 온라인을 통한 명예훼손, 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학교장, 교육청이 적극 나서 피해 교원의 보호에 앞장 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 monami11 2023/07/06 [01:04] 수정 | 삭제
  • 솔직히 페미니스트 같은 민감한 단어를 사용할 때 신중하게 말하지 못한게 문제네요... 은근슬쩍 넣어서 교묘하게 비하등을 사용하는 일이 잦아들다보니, 이 지경이 된거죠.. 현대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펼치면서 죄 없는 남자까지 역차별시키는 일이 발생한 탓에, 실패된 사상으로 변모되었음을 인지되고 있는 상황인걸 모르는 체 말입니다..
사이버 교권침해, 백래시, 동로교사 연대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메인사진
[만화] 새학기는 늘 새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