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 교사 92.7% '현행 고교학점제 문제있다'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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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 교사 92.7% '현행 고교학점제 문제있다'
전교조,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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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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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전교조가 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 중단과 재검토를 통한 개선을 촉구했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연계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우선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고교학점제로 늘어난 행정업무 경감대책 마련과 다과목 지도교사의 수업시수 감축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22일 서울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939개교 학교를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인문계고교 연구 선도학교의 58.4%에 달하는 548개 학교에서 참여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을 위해 전국 2300여개 고교 중 절반이 넘는 1400여개 고교에서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보장을 내세워 시작했지만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학교중심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특히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이 극심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바꿔낼 청사진과 이 내용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를 재검토하고 개선 대책을 내야한다는 학교들이 66%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교사들과 머리를 맞댈 때 발전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말로 고교학점제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부가 전격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65.8%고교학점제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26.9%는 더 나아가 도입 반대입장이었다. 응답 교사의 92.7%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이다. 전교조는 지금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재검토하고 선결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사결과 응답 교사의 3분의 1을 넘는 34.7%가 희망에 반하여 전공과 관련 없는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양수업 등을 개설할 때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시수에 따라 과목을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제일 많은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담당 과목 수를 묻는 질문에는 3과목 이상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91.3%에 달했다. 이 가운데 4과목 이상 담당하는 교사는 27.7%, 심지어 5과목 이상 담당 교사도 3.8%가 있었다.

  

교사들은 담당 과목별로 수업 준비, 수업과 피드백, 평가, 생활기록부 입력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다 과목 담당교사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수업시수와 업무의 혁신적 감축 없이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되면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과목개설이 학생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면서 수업별 학급당 학생수도 서로 달라 30명을 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59.2%에 달했다. 수업당 학생 수가 41명 이상인 경우도 6.2%였다. 교실 내 거리두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물론 협력수업, 모둠 활동 등 학생 주도의 수업 진행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전교조는 22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 강성란 기자


 

학급 학생별로 다른 수업시간표가 학생 상담 및 생활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는 기존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학급 전체가 함께 수업을 듣는 경우가 줄면서 교우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담임이 학급 학생을 가르치지 않아 학생 파악과 지도가 힘든 경우들이 나타났다.

  

교원자격증 없는 외부전문가의 기간제 교원 임용을 통한 한시적 단독 수업 방안에 대해 교사의 73.7%가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학생 선택권이 늘면서 수업에 대한 학습 동기 강화, 책임성 증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개인 시간표에 따른 학급의 해체, 사회성이나 교우관계 등에서 학생이 겪는 어려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혼란과 부담, 준비되지 못한 학교 여건으로 인한 불편, 개인의 선택에 따른 지식 편중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운영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묻는 문항에 현행 입시제도와의 괴리로 인한 학생의 혼란과 입시 준비 과중, 선택과목에 따른 교원(강사) 수급, 교실 확보 등 여건 부족, 학생 개인별 시간표에 따른 상담의 어려움, 담당 과목 증가로 인한 수업 관련 업무 폭증, 수업준비 시간 부족, 지역적 교육여건 차이로 인한 불공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응답 교사의 71.3%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앞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행정업무 경감 등 대책 마련(51.1%), 다교과 지도 관련 수업시수 감축(49.2%), 교육과정편성 과정의 민주적 운영 제도화(39.3%), 공통과목 확대(37.7%)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병모 서울 영일고 교사는 현장 발언을 통해 선택을 내세웠지만 하루 7시간 시간표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담아낼 수 없기에 적당한 선에서 묶거나 소수과목은 폐강을 유도하는 등 취지를 살릴 수 없으며 아이들 역시 진로에 맞는 선택이 아닌 입시 유불리에 따른 선택을 하고 있다.”면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전에 교육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반조성 없이 확대하는 고교학점제 시행의 문제점은 예견된 것이라면서 고교학점제 시행의 선결과제로 성취평가제 전면 확대 및 대입제도 개선방안 우선 제시 다과목 지도교사 수업시수 감축 행정업무 대책 마련 공통과목 확대 교육과정 편성시 민주적 운영 제도화 교육격차 해소 위한 중소도시 및 농어촌 지역 특별 지원 고교학점제 문제 개선을 위한 교원단체 상설협의체 운영을 제시했다.

 

나아가 밀어붙이기식으로 확대하는 고교학점제의 문제점, 선결과제 이행 없는 제도 확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의견조사로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조합원의 역량을 모아 전면 대응할 것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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