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처음 마주한 학교, 따듯… 뿌듯… 강렬… 충격

김상정 | 기사입력 2021/06/03 [14:02]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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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처음 마주한 학교, 따듯… 뿌듯… 강렬… 충격
학생에서 노동자로
첫학교 첫경험
우리끼리 솔직수다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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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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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노동자로
첫학교 첫경험
우리끼리 솔직수다

학교, 신규교사들이 교육노동자가 되어 첫발을 내딛는 일터다.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던 이들은 교사가 되어 다시 학교를 간다. 교사가 되어 만난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조건에서 첫 학교를 경험하고 있는 신규 교사들을 만나 솔직한 학교살이를 들어보았다. 이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학교와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편집자주>

 

❤️ : 521() 18:00 ~ 21:00

❤️ 곳 : 전교조 본부 대회의실

❤️ 참석 : 서울 00중 조쌤

           충북 00초 이쌤

           부산 00초 김쌤

❤️ 진행  구자숙 편집실장

❤️ 사진·정리 : 김상정 기자

 

▲ 5월 21일 오후 6시, 전교조 본부 대회의실에서 신규교사들이 첫 발령난 학교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를 펼쳐놨다.   © 김상정

 

"동료 교사의 지지가 아이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일은 산더미인데 교실에서 혼자 방치되어 있고 업무가 미숙한데 물어보는 것도 어렵다."

 

"관리자의 개성이 학교 문화를 침범하거나 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 첫 출근 날, 학교는?

 편집실장 처음 학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뭔가?

 조쌤 3년 차 교사다. 학교에 첫 출근한 날. 같은 과목 선생님이 꽃을 주셨고 선생님들이 불러주셨다. 첫 교직원 회의 때는 다 같이 박수쳐 주고 소개를 해주셨다. 예상치 못했던 따듯한 환대를 받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김쌤 부산지역이 블랜디드 교육 선도주자라고 해서 기대를 했다. 그런데 학교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학교였고 분필쓰는 칠판, 잡음 많은 TV에 충격을 받았다.

 이쌤 시골학교에 발령받았다. 첫 출근 날, 학교 옆에 엄청 넓은 텃밭이 눈에 들어왔다. 업무분장 때 환경교육을 하라면서 텃밭도 하라더라. 들어오면서 봤던 바로 그 텃밭이다.(폭소) 저 넓은 텃밭을 나보고 하라고? 충격! 강렬했다.

 

🌈 학교가 왜 이러지?

 편집실장 이해도 적응도 안되는 이상한 학교문화가 있었나?

 김쌤 이게 꼭 해야 되는 건지 서류만 쓰고 안 해도 되는 건지가 여전히 구분이 안 된다. (좌중 폭소) 그리고 아침마다 공무직 선생님이 교장실을 청소하신다. 이상하다.

 조쌤 근무 기간 3년 동안 기안한 서류가 10개가 안 넘는다.(모두 놀람) 지난해까지 담임을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공문 기안을 많이 안해도 됐던 것은 그것을 누군가 하고 있어서다. 몇몇 사람의 희생으로 학교가 돌아가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

 이쌤 신규교사에게 떡돌리라는 문화가 가장 이해가 안됐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라고 한다. 두 가지 대회에 2명의 학생이 참가하는데 장소가 달랐다. 그런데 인솔교사는 한 명을 배치했다. 수업해야 하는데 전화해서 공문 처리하라고 한다. 이상하다.

 

🌈 보람찼거나 혹은 그만두고 싶었거나

 편집실장 학교 생활하면서 보람있고 재밌었던 순간 혹은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조쌤 수업 시간이 되게 재밌다. 내가 열심히 고민해서 수업을 하는데 원하는 반응이 나오면 더 좋고 안 나오면 맞춰가는 과정이 재밌다. 힘든 건 학교폭력이 있을 때 학부모들이 오해 하는 경우다. 그럴 때 좀 힘들다.

 김쌤2 담임을 맡고 일주일 내내 학부모 전화 상담을 했는데 어떤 학생이 와서 "선생님, 저희 엄마가 선생님 사랑한대요" 말해줬을 때 너무 뿌듯했다. 방과 후, 체육업무, 환경 세 가지 업무를 하고 있다. 백지상태에서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실수할 것 같아서 걱정이 많다. 24명 애들만 신경쓰기도 바쁜데 업무가 너무 많아 내가 뭐하려고 교사 됐나 이런 생각이 든다.

 이쌤 지난해 1학년 담임이었다. 반 애들이 6명이었는데 선생님이 선생님이라서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텃밭 기획서를 냈는데 관리자 뜻대로 수정을 안 하니까 결재를 안 해줬다. 이런 일을 겪다가 흑화해서 관리자가 되나보다.

 

🌈 도움이 필요할 때

 편집실장 힘들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는가

 조쌤 지난해 4월까지 방학이었는데 그때 교사동아리가 많이 생겼고 여러가지를 많이 배웠고 재밌었다. 학생들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들에게 묻곤 하는데 그러다 내가 위로받고 온다. 학교에서 고립감을 느낀 적은 없다. 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 내려와 수다를 떨다가 간다. 동료 교사로부터 받는 지지가 아이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쌤 초등 학교다보니 애들이 있을 때는 주렁주렁 매달려서 안 떨어질라고 한다. 그런데 이후에는 아무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다. 4월은 내가 다른 반 선생님을 찾아간 거 말고는 아무도 안 왔다. 일은 산더미인데 교실에서 혼자 방치되어 있고 업무가 미숙한데 물어보는 것도 어렵다. 주로 도움을 받는 건 인디스쿨이나 임용 동기들이다. 학교에서는 도움을 구할 데가 딱히 없다.

 이쌤 한 학년에 한 학급이다. 학년 교육과정도 내가 짜야하고 신규인데 내가 학년 부장이다. 그래서 대학 선후배들한테 물어본다. 애들이 오후 4시에 스쿨버스 타고 집에 가서 외로울 시간은 없다. 그런데 말 통하는 사람과 대화가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없다.

 

🌈 내가 바라는 학교

 편집실장 교장, 교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는가

 김쌤 교직원 모임을 학기 초에 한 번 했고 동학년 모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나같은 신규는 고민을 나눌 곳이 없다. 교감 선생님은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교육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미래를 위한 고민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애들한테 인사도 잘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조쌤 교장·교감 선생님이 되게 좋다. 이들은 행정지원을 하면서 교사를 믿어준다. 교사와 수업을 존중·신뢰해주고, 학생 상담이 많을 때는 대신 상담해주고 어려운 문제는 책임져준다. 짓궂은 선생님들은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신규하면 다음 학교에서 엄청 힘들거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 것 같다.

 이쌤 교사들이 자유롭게 기획하고 수업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관리자의 역할이다. 관리자의 개성이 학교 문화를 침범하거나 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사가 되기 전에 인생의 힘을 다 고시에 몰아 쓰다보니 정작 교사가 되면 소진된 상태로 쉬고 싶어지더라. 교사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목표나 꿈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자라는 명칭도 책임자라고 바꿔 불렀으면 한다.

 

🌈 나 이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

 편집실장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 측면에서 교사의 노동조건 어떻게 느끼나. 그리고 앞으로 어떤 교사로 살고자 하는가

 김쌤 조퇴, 육아휴직 등 노동자의 권리는 다른 직종에 비해 훌륭하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가정 형편에 상관 없이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에서 애들을 살게 하고 싶다. 전교조가 할 일이 많다.

 이쌤 좋은 교사가 되려면 워라벨을 누릴 수 없다. 교사의 전문성과 괴리된 행정업무가 많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행정처리하고 집에 가서 수업준비를 한다. 수업 준비 안 하고 상담 안 하고 학교업무만 하고 딱 퇴근하면 워라벨을 지킬 수 있다. 교사의 전문성을 버리는 순간 워라벨이 찾아온다.

 조쌤 중간쯤인 거 같다. 학기 중에는 워라벨이 없다. 온라인 수업에 안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학생회 업무를 맡다보니 학생들에게 새벽이나 주말에 연락을 받기도 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규교사 공부 모임에서 학습지를 같이 만든다.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퇴근 시간이 이르고 방학이 있어서 그나마 워라벨이 괜찮은 편이다.

 

🌈 수다를 마무리하며

 편집실장 마지막으로 한마디!

 조쌤 닮고 싶은 샘들이 다 전교조 샘들이다. 학교에 전교조 샘이 계시면 학교생활이 편해진다는 것도, 부당한 일에 목소리 내주시는 분이 전교조 샘들이라는 것도 안다. 오늘 2시간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이쌤 특별히 준비 안하고 왔는데 얘기를 들으며 할 얘기가 많이 떠오른게 신기했다. 분위기 좋은 학교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고 첫 학교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 이야기 들으며 위로받고 즐거웠다.

 김쌤 중등샘 이야기 들어서 좋았다. 나의 처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나보다 힘든 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들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좀 더 신경 써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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