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잇기] 사람은 한권의 책, 사람책 - 경북지부 구미지회 한민혁 선생님

구자숙·인천부개초 | 기사입력 2020/10/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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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잇기] 사람은 한권의 책, 사람책 - 경북지부 구미지회 한민혁 선생님
구자숙·인천부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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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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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인터뷰어가 되어 선생님들을 만나다보니 동종업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걸까요? "사람은 한권의 책. 사람책"이라는 근사한 제목의 인터뷰 카드뉴스를 본 순간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인터뷰어를 자처했을까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부탁에 이야기거리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걱정하셨으나 역시 모든 사람은 한권의 책이고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사람책을 읽는 과정이었습니다. 구미지회에서 지회장 5년차를 이어오면서 한달에 한번 지회 선생님들을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만나고 계신 한민혁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인터뷰어 인천지부 구자숙 선생님

인터뷰이 : 경북지부 한민혁 선생님

인터뷰일 : 2020년 10월 12일 전화 인터뷰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역사 교사구요 교직 13년차입니다.(육아휴직 포함올해로 구미지회장 5년째 하고 있구요(5년이요와우내년에는 지역을 옮겨서요 구미지회장으로서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아요.

 

2. [사람책]이라는 이름으로 구미지회에서 한달에 한번 인터뷰 카드뉴스를 만들고 계셔요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조합원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경북처럼 지역이 넓은 단위에서는 지회 사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구미지회는 그동안 평화기행 이름으로 제주 4.3도 가고 광주도 가고 그랬어요올해는 여수 순천 지역으로 기행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오프 행사를 못하게 된거죠그런데 구미지회 조직상황을 검토해보니 500명 단위였던 조합원이 300명대로 줄었고 87개 분회중 20여개가 1인분회인거에요문득 소통이나 교류가 힘든 이 시기에 1인 분회 선생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또 보면 조합비만 내지 별로 아는 거 없다고 하시지만 후배 선생님들 잘 챙기는 선생님들 계셔요그런 선생님 덕에 조합원이 늘어나거든요영양특수 등 업무 특성상 학교에서 혼자 생활하는 조합원들이 계시구요그렇게 정책 결정과정에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는 않지만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알리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해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그래서 카드뉴스 형식으로 웹에서 공유하기 쉽게 만들었어요연말에는 책자로 만들어 선물로 드리면서 1년 사업을 정리하려고 해요.

 

 

3. 인터뷰이를 정하고 질문을 뽑을때 가장 신경쓰는건 무엇인가요?

 

일단은 인터뷰할 선생님을 운영위 회의나 조합원에게 문자를 보내서 추천을 받아요가능하면 1인분회특수교사영양교사처럼 평소 이야기를 잘 들어보지 못하는 선생님들로 초중고 골고루 섭외를 해요질문은 예를 들면 인터뷰할 선생님이 일인분회이면서 올해 제주도에서 전입오셨어요일인분회인데도 법외노조 취소되고 나서 떡나눔 행사를 혼자서 하시더라구요이런 경우에는 초등학교제주도, 1인분회 등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질문 초안을 만들어서 선생님에게 보내요그리고 그 답변을 바탕으로 두 번째 회의를 해서 질문을 추가하고 지회 운영위에서 누가 만나면 좋을까 결정해서 인터뷰를 진행해요.

 

4.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인물이 있다면?

 

첫 번째 인터뷰를 했던 장미정 선생님인데요 지회 연수에 자주 나오시는 분인데 후배 선생님을 꼭 챙겨서 데리고 나오셨어요연세가 좀 있으신데 늘 담임을 하셔요새학년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로또 맞았다며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이 선생님은 학급 1년 프로젝트로 연극을 하시는데요 방학 때 모이기로 한날 세 명만 딸랑 나왔데요나 같으면 화가 날 것 같은데 그날 학생들과 라면 끓여먹고 편하고 재밌게 놀았다 하시더라구요그 마음 참 내기 힘든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 교육 철학이 라면을 끓여주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어요그래서 저도 학생을 만났는데 화가 나면 이 이야기를 곱씹어 봐요선생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하면서요저에게는 첫 번째 인터뷰이기도 하고 그래서 라면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해 선생님반 아이들은 구미지역 청소년 연극제 무대에도 섰고 연극 마치고 울면서 헤어졌다고 해요. ^^)

 

 

5. 인터뷰어를 자처하셨는데요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일이 어렵다는 생각은 없었어요지회선생님과 협력해서 진행했구요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참 하고 싶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아요요즘 분회에서 식사 한번 하기도 힘들잖아요학교를 벗어나서 뭘 하기도 힘들구요전교조 조합원이긴 하지만 사실 가려져 있고 말할 통로가 없던 분들이잖아요그런 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시는 걸 보면 품을 들이는 것보다 얻는게 더 많아서 힘들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6. "이런 맛에 인터뷰를 하지!" 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인터뷰를 하며 느끼는 즐거움 또는 보람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던 장미정 선생님 예처럼 인터뷰를 하면서 배움이나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될 때가 있더라구요조합원을 만날 때 주로 공적인 공간에서 만나잖아요그래서 저 선생님 되게 인자하고 훌륭하신 선생님 또는 수업 멋지게 하는 선생님 이렇게 단면만 보게 되잖아요그런데 인터뷰를 하다보면 본인도 속상할때도 있고 실수할때도 있고 부끄러울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든요그러면 뭐랄까~~ 저는 안심이 되더라구요다들 이렇게 좌충우돌 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구나그런 생각이 들면서 사람이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더 가깝고 편안하게 느껴져요그래서 저는 이런 인간적이고 소소한 장면들이 너무 좋아서 그런 이야기를 가능하면 살리려고 해요그러다보니 글 분량이 많아져요.(웃음)

 

7. 인터뷰는 어쩌면 한 사람에게 스폿라이트를 비춰주고 그 존재를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전교조 활동으로서 인터뷰를 통해서 결국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5년전에 육아휴직을 했는데 전년 11월에 지회장 선거를 못해서 보궐선거로 넘어간 상황이었어요그런데 저는 학생운동 끝물에 대학을 들어갔고(01학번이에요학생회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고 전교조 들어와서 활동가도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지회에 편하게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그 전 지회 운영위 고민이 끊어지는게 너무 아쉽더라구요그래서 이름이라도 올리자 해서 육아휴직 상태에서 지회장을 했어요경북만 보면 지부는 크고 본부는 너무 멀고 분회는 잘 안 돌아가고 조합원 선생님들은 학교 안에서 소수잖아요학교를 벗어나서 하소연도 하고 고민도 풀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지회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그래서 저는 문턱이 낮은 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하는 사업이 올해에는 사람책입니다.

 

8.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했고 법외노조 7년을 함께 해온 조합원들이 생각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지회장을 하면서 그 시간을 함께 해오셨는데요 선생님에게 전교조는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대학때 선후배 사이가 이어져서 계속 활동 하시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학생회는 안하고 야학 정도 했죠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분들만큼 깊은 애정이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어요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긴 했는데요 내가 전교조와 함께 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그런 감정은 덜해요. (법외노조 5년간 지회장을 하셨는데요겸손의 말씀.^^) 그런데 2020년인 지금 참교육이란 말이 웹상에서 희화화 되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참 좋은 그릇이라고 생각해요담기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 참교육은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채워가는 그릇이에요.

 

 

9. 그리고 합법노조로서 전교조가 앞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시나요?

 

그냥 노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가입할 때 꺼려하는 분들이 많잖아요사실 역량에 비해서 전교조가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잖아요그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요그래서 조합원들이 함께 못하면 너무 죄스러워하거나 미안해하거든요그런데 그럴 것도 없이 그냥 노조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그러려면 시민사회의 역량이 충분히 여유가 있어야 되겠죠. (지역에서 일을 하다보면 경북같은 경우 민주당정의당은 당 자체도 약하고 민주노총시민단체도 약해서 연대 사업을 하면서 돈을 내고 지원 할 수 있는건 지회밖에 없더라구요.) 교육노동자가 노동조합 가입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닫는글]

 

문턱이 낮은 지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는 한민혁 선생님. 지회장을 하며 법외노조시기 5년을 이런 마음으로 지켰구나 싶습니다. 이런 마음이 바탕이 되고 힘이 되어 언젠가는 전교조가 한민혁 선생님 바람대로 "그냥 노조"가 되는 날을 저도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름다운 사람책 잘 읽었습니다. 한민혁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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