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부'를 꿈꾸는 국어교사입니다.
필자 : 전북지부 정은균
6월 9일,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5월 20일부터 시작된 등교개학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3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등교 개학 풍경을 지켜보면서, 나는 우리가 맞이할 코로나-19 시대 이후 학교와 수업, 그리고 교육 생태계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잠깐 상상해 보았다.
교육부가 4월 9일부터 40여일에 걸쳐 각 학교에서 실시한 온라인 수업(개학)의 가능성이나 성과를 대대적으로 수합해 국민들에게 홍보한다. 비대면이 전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온라인 수업이 전염병 창궐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그것이 여러 가지 특장점이나 혜택이나 현실적인 이점 들을 갖고 있었다는 듯 ‘교육’의 이름으로 포장해 보여준다.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온라인 수업이 학교교육의 자연스러운 형태처럼 받아들여진다. 온라인 교육을 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확충하고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온라인 교육 예산이 늘어나고, 온라인 교육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가 학교 현장 안팎으로 밀려들면서 변화 기운이 거세진다.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철학, 가치 등을 중시하는 전통주의자와, 새로운 교육 도구로 무장하고 교육 혁명을 꿈꾸는 기술혁신주의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크게 내놓는다.
온라인 수업도 수업이고, 교육 방법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자. 온라인 수업은 편리성, 안정성, 효율성 측면에서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진행되는 교실 수업보다 이점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우리 학교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등교 개학을 한 우리 학교 2,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시간에 온라인 수업을 평가해 달라는 설문 조사를 해 보았다. 3학년 2개 반 52명과 2학년 1개 반 27명 등 학생 79명에게 설문지를 돌려 다섯 등급 척도로 만족도를 묻고, 그렇게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하위 두 등급(‘불만족’과 ‘아주 불만족’)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 교육적으로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 기간 중에 모든 교사가 실시간 수업을 했다. 지역에 중학교 18개교가 있는데, 우리 학교와 면 지역 학교 한 곳 등 두 곳에서만 실시간 수업을 실시했다. 나는 설문지를 돌리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반응이 과제 제시형 수업 형태를 선택한 학교 학생들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급별로 약간 편차가 있었으나 전체 학생의 85% 정도가 온라인 수업 만족도 질문에서 보통 이상의 선택지를 골랐다. 전체 79명 중 ‘아주 만족’이 4명(5.1%), ‘만족’이 29명(36%), ‘보통’이 35명(44.3%)를 차지했다. ‘불만족’(8명)과 ‘아주 불만족’(3명)은 약 14%였다.
‘아주 만족’이나 ‘만족’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면 집에서 비교적 여유 있고 편하고 안전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불필요하게 쓰는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는 점, 주변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서 집중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말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만족감’을 준 수업이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측면과 연결될 수 있을까. 일도양단하듯 선뜻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분위기가 교육자나 피교육자에게 주는 보이지 않는 영향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점이 교육의 결과와 연결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85%의 긍정적인(?) 평가 결과만 보고 말기에는 과제처럼 다가오는 말들도 많았다. 특히 여러 학생이 내놓은 “혼자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어려웠다”나 “집중이 잘 안 됐다” 같은 의견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근원적인 한계와 관계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홀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온라인 원격연수를 하는 교사들 다수가 온라인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인터넷이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지 않게 한다는 점은 디지털 문명에 비판적인 사람이 아니라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 두 달간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가장 힘주어 반복적으로 말한 것은 “천천히 깊이 생각하면서 하자”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려고 한 것은 학생들이 무언가를 천천히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일이었다. 상식적인 판단과 달리 온라인 수업이 편안한 여유나 고요한 집중보다 이유를 알기 힘든 조급함이나 산만함을 내포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 기간에 수업을 준비하면서 고민한 문제가 정말 ‘교육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확신이 잘 안 선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 맺기를 기본으로 한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만나 일정한 교육 내용을 디딤돌 삼아 색깔이 다른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서로 다른 철학과 세계관으로 무장한 정체성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인문 교양적 감각을 키운다. 자기 자신과 타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고 깊게 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역량을 늘려 간다. 이런 것이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홀로 의자에 앉은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학생이 풀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수업을 하는 교사의 수업 동영상을 바라보는 일이 교육의 그런 측면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까.
학생들 각자는 학습 동기, 학습 방법, 문제 극복 태도나 능력 들이 모두 다르다. 나는 그 모든 학생에게 교육자(교사)의 존재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교사가 눈 앞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 교사와 주고받는 눈빛과 교사가 무심한 듯 짓는 표정과 자세 등 모두가 교육 사태의 미세한 부분들을 섬세하게 채운다. 그 과정 전체가 학생들에게 교육적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불가능하다. 그곳에는 교사가 있지만 교사가 없다! 등교 개학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질 온라인 수업을 고민할 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