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통할권(統轄權) 폐지 후 과제

김민석·전교조 교권지원실장 | 기사입력 2021/04/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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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통할권(統轄權) 폐지 후 과제
김민석·전교조 교권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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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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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교무(校務)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학생을 교육한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제정한 교육법 75조의 규정이다. 1998년 교육법을 폐지하고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을 제정하면서 교사의 법적 임무가 '교장의 명'이 아닌 '법령에서 정하는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지만 법령의 내용은 학교장의 '명'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시대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장의 통할권, 감독권이 변함없이 지속됐다. 

 

 통할권!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권한을 말한다. 봉건 군주 시대에 가능할 통할권, 해방 후 70년 이상 대한민국 초·중등 학교장에게 부여된 권한이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던 식민지 학교에선 모두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통할권이 학교장에게 필수적 권한이다. 식민지배 사상을 최일선에서 전파하는 사령관, 학교장에게 부여된 핵심 역할이다. 교사와 학생은 사령관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일제로부터 해방한지 70여 년,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식민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포괄하는 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교육기본법 제2장(교육당사자)에서는 교육당사자의 권리와 권한을 정하고 있다. 교육당사자란 학습자, 보호자, 교원, 교원단체, 설립자(사립),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이다. 그런데 법률에서는 핵심교육당사자인 학생, 보호자, 교원에게 교육목표, 교육정책,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 관련 어떠한 권리와 권한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칠 것인지 모든 것은 국가가 지배했다.

 

 교육기본법, 초ㆍ중등교육법에서 학생은 '존중'과 '보호'의 대상일 뿐이다. 학부모는 학생 교육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의견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추상적 권리가 전부이다. 수업, 생활교육 관련 교사에게 부여된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과정 결정권, 교과서 검·인정권, 교육청 및 학교평가권, 학업성취도 평가권, 학교생활 기록부 작성 및 관리권을 지닌 장관은 사실상 초·중등교육을 지배한다.

 

·사립학교 지도·감독권, 학교평가권,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학습 방법 등에 관한 장학 지도권을 지닌 교육감은 단위 학교의 일상적 교육활동을 지배한다. 단위 학교는 통할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학교장에 의해 운영된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자치 정책 협의회에서 「교육자치 및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법률정비 기본 방향을 국가 중심에서 지방 중심, 행정 중심에서 교육 중심, 교육의 자주성, 민주성 강화로 정한 바 있다. 국가 사무라는 논리로 중앙정부가 독점해 온 초·중등교육에 관한 권한을 지방정부와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개정 또는 제정 법률안이 논의되어 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주관하는 교육자치 포럼에서 전교조는 교육자치의 핵심은 학교자치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는 참으로 낯 뜨겁다.

 

지난 3월 23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어 학교장의 '통할권'을 '총괄권'으로 개정한 것이 전부이다. 교육자치,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개정한 것이 아니다. 교육위원회 소관 34개 법률의 법률용어 정비 차원에서 개정한 것이다. 통할권이 전체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권위적인 권한이라면 총괄권은 '모든 일을 한 데 묶어 담당'하는 권한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핵심 교육당사자인 학생, 보호자, 교원의 권리와 권한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학습권은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누구나 배울 의사가 있다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입시제도, 교육과정, 교육방법, 평가 등 교육관련 정책은 국가가 독점할 내용이 아니다. 초·중등학교의 핵심 목표는 민주시민 양성이다.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는 핵심 교육당사자인 학생ㄱ보호자ㄱ교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자치, 학교자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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