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있슈] 페미니즘 왜곡으로 유괴되는 영혼들

장의훈 | 기사입력 2020/04/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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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있슈] 페미니즘 왜곡으로 유괴되는 영혼들
장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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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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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비판적 성찰’이라는 모토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적인 상황들을 주제로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은 글을 나눕니다. 

 

필자 : 경기지부 장의훈 

 

더이상 10대들의 건강해야 할 미래를 유괴하지 말라!

 

현장에서 중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도덕교사 입장에서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사건과 숙대학생들의 격렬한 반대로 트랜스젠더 A씨가 입학포기를 결정한 사건은 매우 절망적으로 느껴졌었다.  

 

이 땅에서 상당수 10대들의 인식은 '페미니즘=메갈=남혐'으로 단순하게 공식화되어 있다. 즉, 청소년 절대 다수가 여남을 불문,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에 기울어 있다는 뜻이다. (사실 어디 10대만 그러하랴.)

 

지난 학기에 민원 제기의 우려를 안고서 중2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목에 아예 '페미니즘'이 들어간 책으로 독서논술 수행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강남순 선생님의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페미니즘에 관한 탁월한 안내서이다!) 안타깝게도 중학교 도덕과 교육과정에는 '양성평등'과 '성적 주체성'정도의 개념만을 제한적으로 다룰 뿐, 본격적인 성평등 및 페미니즘 교육과정이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다. 

 

학생들의 답안을 검토하며 새삼 확인하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상이 매우 부정적이거나 왜곡되어 있거나 혹은 아예 무지했다는 점이다(그들은 대개 인터넷을 통해, 혹은 인터넷으로 알게 된 피상적인 정보를 얘기해 준 친구를 통해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폭넓게 독서하고 부단히 인문학적 사유를 계발하지 못한 10대 너희들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터프 (TERF: 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t)를 위시한 생물학적 본질주의에 입각한 혐오성 페미니즘을 절대화하고 양산하고 확산시키고 동조하고 침묵하고 은근히 옹호한 사람들. 그 사람들에 의해 페미니즘 공론장이 편향적으로 왜곡 형성된 것이 10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10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성적과는 무관하게 독서와 사색, 토론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페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등에서 언급되고 유통되는 단편적인 정보와 댓글, 이미지들로 세계관을 형성하고, 또 말하며 행동한다.

 

이런 사회적 조건 위에서 혐오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삼고 세력을 키워 온 극렬 페미니즘운동진영은 10대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운동방식과 내용, 방향은 청소년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이는 결국 이 사회에서 또 다른 배제와 폭력의 씨앗이 될 것이다.

 

변희수 하사, 트랜스젠더 A씨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일반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넘쳐나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이 때다 싶어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뒤로 한 채 페미니즘 일반을 확신에 차서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그들의 상당수는 남성발화자들이다. 

  

물론 페미니즘을 포함,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상이나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페미니즘이야말로 21세기를 선도할 수 있는 변혁적 사유방식이자 삶의 실천원리라고 믿는다. 

 

페미니즘은 그 안에서 다시 이론적으로 구별하여 그 종류만도 대략 26가지나 된다고 한다.(강남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162쪽) 페미니즘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 안에 담겨있는 휴머니즘적 가치, 약자에 대한 포용과 연대는 쏙 빼고 그저 배제와 차별을 내세우며 페미니즘을 참칭하는 세력이 점차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시민다수는 그것을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고, 곡해하여 수용하게 되는 한국의 비극적인 상황이 웃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고 있을 이 땅의 10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갖게 될 인상과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리라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것은 명백한 사회적 해악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대중들의 왜곡된, 부정적 인식이 아니었다면 가수 설리 역시 억울하게 스스로 삶을 포기해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메갈, 워마드 등의 극단적 표현방식이 오랜 시간동안 억압당해 온 여성들이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며, 그조차도 여성들의 최초의 정치적 영향력의 발로로 의미있게 보아야 하며,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단견이며, 속좁은 처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메갈사이트를 통해 직접 모니터링해본 게시물과 댓글들의 내용은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필설로 차마 묘사할 수 없는 반인륜적, 패륜적, 엽기적 게시물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남성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존엄성을 파괴하는 수준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메갈(2017년에 폐쇄), 워마드 사이트에 들어가 구체적으로 모니터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메갈리아 논쟁이 한창일 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소위 지식인 및 강단 페미니스트들은 대부분 그들의 행위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침묵했다.

  

그동안 소수에 불과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소멸할거라고 치부했던 극단적 배제를 그 동력으로 삼는 생물학적 본질주의 페미니즘은 이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주류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최근의 사건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흐름들이 더욱 세력화하여 페미니즘의 사회변혁적, 보편적 가치에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고 또 다른 차별과 혐오, 배제를 확대재생산한다면 이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배반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머지않아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의 주역으로 본격적인 시민생활을 해야 하는 현재 10대들은 소수자를 존중하고 평등한 동료인간으로 인식하기보다 왜곡된 성의식으로 그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며 공동체를 퇴보시키는데 앞장서게 될 것이다. 

 

더이상 10대들의 건강해야 할 미래를 유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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