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목소리를 만들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
만원 전철이었다. 코로나로 더없이 고요한 전철.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로나는 거짓입니다. 문재앙은 물러나야 합니다." 그는 이어 외쳤다. "000은 동성애자입니다. 동성애는자는 사라져야 합니다" 3월 변희수 하사와 김기홍 선생님을 잃고 마주하는 세상이다. 견딜 수 없어 "지금 당신은 소수자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듣기 불편합니다. 멈춰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요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고 나는 결국 전철에서 뛰쳐 내려 우주 미아가 된 듯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의자에 주저 앉았다. 혐오와 폭력이 신념인 양 당당한 세상.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김기홍님과 변희수님을 잃었고 폭력보다는 평화를, 독재보다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사람을 잃었다. 7년 전에는 세월호 속 304명의 아이들을 잃었다. 얼마나 더 소중한 이들을 잃어야 미친 폭력은 힘을 잃게 될 것인가.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어르신들은 전철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그들이 온 몸에 쇠사슬을 감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전철 선로에 떨어져서 기어가며 싸울때, 누군가는 '저 병신 새끼들이'하며 욕했다. 사람들은 저상버스가 언제부터 도입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들이 도로를 점거해서 길이 막힐 때 누군가는 '집구석에나 쳐박혀 있지. 왜 나와서 저 지랄들이야?'하며 장애인들을 욕했다. 이렇게 바뀌는데 20년이 걸렸고 그들은 여전히 싸운다." 이 글을 쓴 이는 장애인 권리투쟁으로 생긴 벌금 4440만원을 2만2200원씩 2000명이 나누어 내자고 제안했다. 그 글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흘만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은 구치소에서 출소했다.
맞다. 세상은 혐오하는 이와 맞서 싸우는 이와 이들을 수호하는 이가 있다. 김기홍님과 변희수님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추모하는 이들. 미얀마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이들. 청와대 앞에서 416 진상규명을 외치며 촛불을 꺼트리지 않는 이들. 세상 어딘가에서는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밟아주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실이고 우리 아이들이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 받고 울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괜찮아. 함께 있어줄께"하며 다정하게 어깨를 쓸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우리 아이들 말이다.
4월이다. 꽃이 피면 마음 아픈 4월. 이번 4월은 더더욱 아이들과 함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폭력보다는 배려와 우정이 더 아름답고 힘이 세다는걸 믿어 보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자! 다시 힘내서 가자!" 잠시 방향을 잃었던 나는 방향감각을 찾았고 씩씩하게 걷다보니 뛰쳐 내릴때 등 뒤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마음 속을 따뜻하게 채웠다. "그만 하세요. 저도 듣기 싫어요!"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큰 목소리를 만들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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