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런데 남자는 군대 가잖아요

김지현·울산 삼산초 | 기사입력 2021/04/01 [11:54]
참교육on
수업날다
선생님, 그런데 남자는 군대 가잖아요
우리는 남성 권력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반면 억압과 차별은 세계 모든 여성에게 전 생애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당신도 이 세계를 균열 내는 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나 손 내밀어 용기를 줄테니.
김지현·울산 삼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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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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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성 권력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반면 억압과 차별은 세계 모든 여성에게 전 생애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당신도 이 세계를 균열 내는 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나 손 내밀어 용기를 줄테니.

 

  © 운영자

 

  작년 어느 날, 차별을 주제로 한 수업 시간에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남자는 군대 가잖아요. 차별 아니에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은 내일 당장 입대라도 할 듯 억울한 투로 말했다.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군대에 가라고 떠민 것이 아니며, 남성들을 징병하는 주체는 국가다.'라고 말하며 수업을 마쳤다. 이후 나는 며칠 동안 학생들의 의문을 함께 풀기 위해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친구나 교사의 성차별적 발언에 대응하는 대화법 연습을 하고, 군 가산점 제도 폐지를 위한 헌법 소원에 장애 남성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아보며 수업을 이어갔다. 이 글에서는 학생들과 나누지 못한 얘기를 마저 해보려 한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올해 5년 만에 수석 남생도를 배출했을 정도로 그동안 여생도들의 성적이 우수했다고 한다. 심지어 2017년엔 여생도들이 졸업 성적 1~3위를 휩쓸었다. 군대를 가지 않은 2년 동안 여성들은 커리어를 쌓았을 테니 남성들보다 높은 직위에서 높은 임금을 받으며 승진도 더 빨리 하는 게 당연하겠지? 정계를 살펴보자.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남성이 약 80%를 구성하고 있다. 앗, 그럼 경제계를 살펴보자. 국내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의 비중은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으며 여성 임원의 비율도 4%대에 그친다.(2019년 기준) 교육계를 살펴보자. 서울에 근무하는 초등 교사 중 '여'교사가 너무 많다는 제목의 뉴스기사에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하라는 댓글이 달린다. 문화계는? 요즘엔 좀 나아졌다지만 여성 배우들은 여전히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주어진 자리가 적고 역할도 한정적이다.

 

 미국의 여성 대법관이었던 루스베이더 긴즈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에서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나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9명 전원'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전원이 남성일 때는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남성 권력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남성들이 취업시장에서 받는 공기 같은 혜택들, 가정에서 남성이 가지는 가부장적 권력, 유리천장 아래 갇힌 여성 동료보다 훨씬 유리한 승진 등 모든 것이 남성들에게는 매일 삼시 세끼 먹는 쌀밥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반면 억압과 차별은 전 세계의 모든 여성에게 전 생애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군 입대'가 성차별이라 느껴질 정도로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이들이 왜 여성들이 받는 고통은 모른 척 눈 감는 걸까? 혹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남근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이 세상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이 세계를 균열 내는 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나 손 내밀어 용기를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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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 시민 2024/02/01 [10:11] 수정 | 삭제
  • 논리를 전개 해보면 징병하는 주체인 국가를 원망하라(초등학생들에게 반국가적인 경향을??) 헌법소원때 남자들도 찬성했다(정작 군면제 받은 장애인들...) 이렇게 어렸을때부터 특정 사상이나 종교를 주입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페미니스트 이전에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시고, 전자가 더 끌리시다면 교편을 내려놓고 활동가로 전직을 권유드립니다.
  • ㅇㅇ 2023/10/28 [17:39] 수정 | 삭제
  • 남성차별주의자네요
  • ㅇㅇ 2023/06/14 [20:36] 수정 | 삭제
  • 사람다운 기사를쓰십시오 군필자모욕하지말고요
  • ㅇㅇ 2023/04/05 [09:10] 수정 | 삭제
  • 높은 임금과 빠른 승진을 예로드는게 CEOㅋㅋ
  • Paper 2022/07/25 [11:22] 수정 | 삭제
  • 남성을 시민으로 전제했던 근대적 군복무제도의 모순을 들여다보는 교육적 시도가 오늘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차별적 전제와 문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페미니즘 언어로 교육을 시도하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 소라빵 2022/07/21 [19:53] 수정 | 삭제
  • 징병제도 때문에 정말 너무나 오랜 시간 고통 받아온 남성들이 이제 들고 일어나야합니다. 징병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화살이 여성에게만 오는 건 너무 부당해요.
  • 푸른들판 2022/07/21 [17:28] 수정 | 삭제
  • 차별에 민감한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두루 살피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 징병제는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니 군대를 선택할 자유를 위해 국가에 대항해야 합니다.
  • 곰곰 2022/07/21 [16:25] 수정 | 삭제
  •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성차별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언론 보도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아볼 수 있겠네요! 교실 현장에서 어떤 담론이든 사실을 체크하며 권력관계, 차별과 억압기제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성을 타자화하는 차별적 문화와 제도의 근원은 어디일까 질문을 던지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좋은 기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femtree 2022/07/21 [16:02] 수정 | 삭제
  • https://blog.naver.com/himawarib/221261662916 군가산점제와 여성징병
  • femtree 2022/07/21 [16:00] 수정 | 삭제
  •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중략) 국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의무는,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행했다고 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중략) 면제된 의무를 안 했다고 해서 개인의 권리와 생존권(취업권)을 박탈하거나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즉, 여성과 장애인은 ‘특권층’이어서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중략) 2등 시민에게는 의무도 권리도 없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배제된 것이다. - 페미니즘의 도전
  • 옴마야 2022/07/21 [14:04] 수정 | 삭제
  • 댓글들을 보면서 왜 학교에 성평등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 양성평등교육이 이모양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성차별로 성평등을 이룩하려는 래디컬 페미라니…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라니ㅋㅋㅋ 펨코라도 들어온 줄 알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페미니즘은여성우월주의 2022/07/15 [18:29] 수정 | 삭제
  • 내가 이래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을 싫어해 권력은 여성만의 것이어야한다, 대법관은 전부 여자여야한다 이런식으로 남성을 역차별하는걸 당연시여기잖아 남성차별을 말함으로써 성평등해질거라는 모순을 가진 페미니즘으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 안쓰럽지
  • qwerty 2022/05/13 [11:20] 수정 | 삭제
  • 끔찍하고 최악의 기사네요.
  • soberj 2021/04/04 [00:49] 수정 | 삭제
  • 초등학생이라도 선생님이 얼버무리는지, 정당한 이야기를 했는지 다 압니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나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이 둘 다 동일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즉, '저 사람이 바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하는 감수성을 전제로 페미니즘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선생님이 군입대하셔서 육체적으로도 힘든 훈련뿐만 아니라 합숙 생활 하면서 온갖 가혹행위를 2년간 당하고 왔는데,,,,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상대방이 "너는 국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고, 나는 해당 명령이 없었으니깐 별 수 없다. 하지만 너가 나보다 더 받는 혜택은 없어."라고 말한다면 "매우 맞는말이야!"라고 동의하시겠습니까?

    저도 역지사지로 제가 만약 여자라면, 의무 복무자에게 합당한 혜택이 주어지든가 아니면 남성이 지는 의무 복무의 업무 강도와 고된 정도, 복무로 인한 자신의 커리어에 손해 정도에 상응하는 의무를 하겠다고 먼저 주장한 후 유리천장과 급여차등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의무과 권리는 같이 지는 것입니다. 의무를 피해갔다고 그것이 "재수가 좋다."가 된다면 애초에 결과적 평등은 말도 되지 않고, 가진 자는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고, 못 가진 자는 하늘이 버린 사람이겠죠?

    정의에 어긋나면서 정의라고 주장하여, 1989년 촌지를 거부하고 해임된 교사들마저 전교조 소속이니, 잘못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전교조 소속원들과 같은 부류로 보고 불쌍히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치부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혹시 좋은 단체가 있나 해서 찾아보는 중에 전교조 단체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옳은 일을 하시다가 고난 당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정당하지 않은 정의를 주장하신다면, 앞에서 언급한 분들과 같이 정말 옳은 일을 하시다가 고난당하시는 분들마저 나쁜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또는 뭔가 다른 문제가 있어서 해임됐겠지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열매를 보고 나무를 판단하듯이 이런 기고들을 보고 전교조 자체를 나쁜 단체로 의심하게 됩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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