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의자가 주는 위안

김용훈·경기 영생고 | 기사입력 2020/12/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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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자가 주는 위안
김용훈·경기 영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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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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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에서 눈에 띄는 물리적 변화는 가림막 설치, 격리 고사실 운영,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일 것이다. 가림막의 경우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책상이 좀 더 좁아져 불편함을 느꼈을 것 같다. 가림막 아랫부분 중간이 뚫려 있어서 그 사이로 필기도구를 떨어뜨리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격리 고사실은 준비에 비해 실제 시험 시작 또는 중간에 격리실로 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격리 고사실이 있는 층의 일정 공간은 아예 출입금지여서 격리 고사실을 말로만 들었을 뿐이다. 방호복까지 준비하고 사전에 감독관 지원까지 받아 만든 격리 고사실이 어땠는지 나도 궁금하다. 

 

일반 감독관이었던 내 입장에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감독관 의자 배치였다. 수능 고사실에 있는 의자를 보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겨우 의자 2개 놓는데 몇 년이 걸릴일이야?"였다. 그럼에도 그 '겨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분들 덕에 수능 감독할 때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몸이 너무 힘들면 눈치 볼 것 없이 앉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았다.

 


내가 있던 고사장은 고사실에 학생용 의자 2개가 놓여있었다. 사전 연수에서 한 명만 앉고 한 명은 정위치 감독을 요구했다. 고사 시간 중에는 불필요한 대화 금지이니 입실 전에 의자에 앉는 것까지 협의하여 정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당일날 감독 배치표에서 이름만 보고 생전 처음 보는 선생님과 입실 전에 협의해서 의자 앉기를 해야 한다니. 나같은 내성적인 사람은 못 앉을 수도 있겠다고 순간 생각했다.

 

그럼에도 좀 힘들어서 결국 앉기는 했다. 총 3개 교시 감독 중 30여분 정도 앉았던 것 같다. 2교시에 2감독관 일 때 1감독관 샘께서 앉지 않으셔서 30여분 정도 앉았었다. 3교시는 1감독관이고 듣기평가와 학생 확인하고 나니 딱히 앉기도 애매해서 2감독관 샘께만 앉으시라고 손짓으로 전했다. 4교시는 2감독관 역할이었는데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상태였고 두 분이 모두 앞에 계셔서 혼자 뒤에서 앉기가 민망했다. 그렇게 앉을 것인가, 말 것인가, 앉자고 말할 것인가 내적 고민을 잠깐씩 하다가 결국 끝까지 서서 감독했다. 그럼에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으니 너무 힘들면 앉아버려야지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었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랬지만 수업생 입장에서 보면 어땠을까? 4교시 때 수능의자는 좌우 수험생과 대략 50cm정도 거리였다. 거기에 앉았다면 수험생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까? 특히 예민한 학생 입장에서는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내가 앉았던 2교시에는 마지막 좌석이 결시자였고 두 번째 줄이라 주변 학생과의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나도, 학생도 신경이 덜 쓰였다.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국에 치러진 시험이어서 시험실 내 간격이 중요했는데 이런 탓에 아마 선생님들도 앉으셨던, 앉지 않으셨던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수능 당일 고사실은 기침 소리, 시험지 넘기는 소리도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그런 시험을 코로나 상황에서 치뤘어야하니 수험생과 감독관 선생님들 모두 기운이 쑥 빠졌을 듯하다. 감독관 의자 하나에 감독관 선생님들의 마음이 조금 편했듯, 수험생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기울이면 조금 더 나은 시험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능만이 아니라 교육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교사와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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