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복잡성에 적응하는 혁신교육

불확실성의 시대, 유연함과 통찰력 필요

이준범·서울 상천초 교장 | 기사입력 2020/12/15 [13:57]

21세기 복잡성에 적응하는 혁신교육

불확실성의 시대, 유연함과 통찰력 필요

이준범·서울 상천초 교장 | 입력 : 2020/12/15 [13:57]

미래의 특징을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라고 규정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이러한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 해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지 불확실하다. 이 모든 것을 복잡성이라고 통칭한다면 정해진 패턴(단순성)으로 진행하던 학교들이 갑자기 복잡성을 경험하였고, 초반의 혼란을 극복하면서 그 복잡성에 적응하기 위해 창조적인 지혜를 모아 나갔다.

 

학년 또는 학교별로 원격학습의 방향을 정하고 온라인 수업 기술을 가르쳐주고 배우며 학습 콘텐츠를 만들었다. 또한 온라인상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동영상이나 수업자료를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이로 인해 전국 교사들의 적응 능력이 높아졌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이웃학교, 나아가서 혁신학교(서로나눔학교) 2년째인 울산의 선생님들과 대화 속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했던 복잡성이 갑자기 우리 앞에 다가왔을 때, 권위적인 관료 행정 시스템이나 평소 말도 하기 힘든 비민주적 회의에서 학년별, 학교별 논의가 가능했을까?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없었더라면 공동으로 원격학습준비를 하고, 쉽게 온라인 수업 기술을 익힐 수 있었을까? 촘촘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모두 이수해야하거나 비상시에도 회계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했다면 학교의 복잡성 적응 능력이 생겼을까? 

 

▲ 서울형혁신학교 운영보고회에서 공연하고 있는 4학년 산반 학생들     ©교육희망 자료 사진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빛난 혁신교육

 

예기치 않는 상황에 긴급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은 어디서 발원하였을까? 그것은 수십 년 동안 학생을 학습의 주체로 세우고, 교사를 교육과정 운영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전교조의 학교민주화와 참교육 운동을 비롯한 작은학교살리기 운동, 열린교육운동 등의 여러 교육 운동들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교육운동들을 집대성해서 학교 시스템 전체를 개혁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추진한 혁신학교, 교육 당국의 학사·회계지침 지원 등이 복잡성에 적응할 수 있는 배경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학교혁신 정책의 중심축에는 혁신학교 정책이 있다. 혁신학교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지금은 한국 교육의 주요한 교육시스템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혁신학교 정책으로 추진되었던 '학교운영의 혁신, 교육과정과 수업의 혁신, 공동체문화 활성화' 등의 모든 학교의 수행과제로 녹아들고 있다. 토론있는 회의 문화, 질문있는 교실, 학생자치와 자율활동, 학교업무정상화, 전문적학습공동체 등을 학교 일상에서 수행하면서 학생의 학습력을 높이고 학교자율운영을 위한 장치로 만든다. 

 

수업은 의미없는 전달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삶의 현재성과 지역성을 반영하면서 의미있는 교육으로 전환한다. 교육과정은 마을형, 체험학습, 활동형, 주제중심, 프로젝트 등으로 재구성하면서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고 맥락있는 교육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조립라인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시간표와 수업시수, 그리고 표준화 평가체제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전달교육만으로도 사회가 지속되던 시대인 20세기 중반까지 이러한 조립라인 시스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과 성취'에 방점을 둘 수 있었다. 그런데 폭발적인 지식과 기술의 증가와 소멸, 가치관의 혼재 등으로 복잡성이 증가된 이 시대에서 전달교육만으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불확실성의 시대, 협력·적응/유연함과 통찰력 필요

 

OECD의 '교육과 기술의 미래, 교육 2030' 프로젝트(이하 교육2030 프로젝트)는 우리들에게 질문한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지식과 기술과 가치와 태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교육기관은 이러한 지식과 기술과 가치와 태도를 어떻게 형성하도록 할 것인가." 지금은 사회의 복잡성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과 정체성 형성'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이고, 혁신학교들이 그러한 교육을 하고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디지털 중심의 교육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우리학교도 혁신학교로서 그동안 해오던 협력과 활동 중심의 학습을 온라인 원격학습으로 깨뜨리지 않을까 염려하다가 조금 늦게 온라인 화상학습을 부분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활동꾸러미와 온라인 실시간 학습을 연결하기도 하고, 배움이 더 필요한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오늘보다 미래는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혁신교육, 또 코로나19대응 과정을 복기하면서 협력과 적응, 유연함과 통찰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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