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직교사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 포문 연 정해숙 전교조 전 위원장

31년 지연된 정의, 촛불 정부가 바로 세워야

김상정 | 기사입력 2020/12/15 [12:32]

[인터뷰] 해직교사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 포문 연 정해숙 전교조 전 위원장

31년 지연된 정의, 촛불 정부가 바로 세워야

김상정 | 입력 : 2020/12/15 [12:32]

지난 12일 전교조 광주지부 사무실에서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희망><광주교사신문>에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광주교사신문>은 정해숙 전 위원장을 만났고 영상을 <교육희망>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1989년 노태우 정권에 의해 감옥에 갇히고 감시당하고 교단에서 쫓겨난 수많은 교사들의 해직을 두고 '교육 대학살'이라고들 했다. 19943, 해직교사들의 특별채용 형식의 복직, 1999년 전교조 합법화, 2002년 해직교사 민주화운동유공자 인정, 2013년 법외노조 통보 그리고 2020년 법외노조 취소,31. 전교조 결성으로 인해 해직된 교사들의 고통이 지속된 기간만큼 피해도 겹겹이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간 그 역사의 중심에서 전교조 5·6대 위원장으로 전교조 합법화 투쟁의 포문을 열었던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다.

 

▲ 지난 12일, 정해숙 위원장은 교사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처방약이라고 했다.     ©광주교사신문

 

 

 많은 이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94년 해직교사들의 복직은 현장에서 참교육을 일구고 전교조 합법화를 이뤄내자는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이것을 이끈 정해숙 전 위원장에게도, 해직교사 모두에게도 89년 전교조 결성 시기 해직교사들의 '원상회복'은 꼭 풀어야 할 숙명의 과제가 됐다. '해직교사 원상회복하라.'고 외쳤던 구호는 해직됐던 31년 전과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청와대 앞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매일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는 해직교사들의 모습만이 속절없이 세월을 이고 지고 있을 뿐이다. 지난 12일은 해직교사인 전남 여수의 윤영덕 선생 기일이었다. 그는 94년 복직 당시 암 투병 중이라 결국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그의 집으로 찾아 갔을 때 윤 교사가 '날마다 물을 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많은 이가 정년이 되어 퇴직했고 이제 교단에 남아 있는 교사도 얼마 되지 않는다. 50대 후반에 전교조를 이끌었던 정해숙 위원장은 올해 85세다.

 

 31'지연된 정의' 바로 세워야

 전교조 결성 전, 893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사를 포함한 6급 공무원 이하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전교조가 528일 창립했으니 법의 하자가 없었음에도 노태우는 대통령 직권으로 그 법을 파기시키고 전교조를 탄압했다. 촛불 정부가 그 일을 풀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 정의로운 역사, 31년 지연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정 전 위원장은 아직도 당시 돌아가신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모두 젊은 교사들이었다. 다 건강했던 선생님들이었다. 의사들은 스트레스로 암이 생겼다고 했다. 건강했고 쟁쟁했던 교사들이 해직되고 그렇게 전교조 곁을 하나둘 떠나갔다. 30여 년이 지나니 벌써 그 수가 140여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국제연대와 EI 가입을 이끌었던 이동진 전 국제국장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정해숙 위원장은 "우주 공간에서 가장 큰 언어인 침묵으로 대신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장례위원장을 했다. 젊은 동지들의 죽음을 앞에 놓고 장례위원장을 할 때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원상회복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933, 청와대에서 전국대학에 수석입학한 고교 졸업생을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한 여학생은 "대통령님, 저희들이 고등학생 때 정말 존경했던 선생님들이 전교조로 인해서 해직되었는데 그 선생님들을 언제쯤 복직시켜 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교사가 무슨 노동자입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 자리를 취재했던 한 기자가 직접 정 전 위원장에게 전한 이야기는 엄혹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원상회복이 아닌 굴욕적 복직이라고 말할지라도 그 같은 결정을 위해 숱한 밤을 지새우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반공교육에 찌든 교육현실을 바꾸자며 민족·민주·인간화 교육과 통일 교육을 내걸고 전교조가 출범했다. 학생들, 국민 모두가 함께했기에 전교조가 존재했다복직 역시 해직교사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정 위원장은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사회 원로들을 만났고 "그 동안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하셨다. 이제 링 안으로 들어가서 하시라."라는 건의를 들었다. 그렇게 복직할 수 없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을 하면서, 쓰러져가는 선생님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원상회복은 꼭 되어야 한다. 해직교사들의 원상회복은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노동조합이기에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떳떳하게 원상회복을 요구해야 한다. 겸손한 자세로 끝까지 교사집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정 위원장은 말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갖자'

 정해숙 위원장은 우리가 주장하는 참교육에 먼지가 끼어 있지 않은가 한번 되돌아보자라는 시구절을 언급했다. 내 활동이, 내 모습이 다른 동료 교사에게 또는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자기를 반추하는 것, 혼란한 시대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5분이라도 10분이라도 학생들이 조용하게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 시대 가장 좋은 처방약이라고 했다. 학생들을 자기도 돌아보고 이웃도 돌아볼 줄 아는 품성으로 키워내는 교육을 꼭 하자고도 했다.

 

 

취재 · 사진 <광주교사신문> 장권호·이종명 기자

 

정리 김상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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