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전태일, 더 낮은 곳을 향해

한석호·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 | 기사입력 2020/11/17 [15:31]

[희망칼럼] 전태일, 더 낮은 곳을 향해

한석호·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 | 입력 : 2020/11/17 [15:31]

전태일 50주기다. 2020년 11월 13일, 전태일이 불꽃으로 세상에 다가온 지 50년 되는 날이었다. 많은 노동자·시민이 전태일을 얘기하고, 언론은 특집을 다뤘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노동운동 열사인 전태일에게 국민훈장도 추서됐다. 사회가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조망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적인 기억과 추모가 왠지 자꾸만 전태일 정신의 핵심을 향해 다가서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전태일은 실력 있고 부지런한 재단사였다. 1970년 당시 평화시장 봉제업은 큰 호황을 누렸다. 봉제업을 하면 돈을 자루로 쓸어 담는다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재단사는 조금만 노력하면 사업주가 될 수 있는 위치였다. 재단사를 하다 사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단사 월급은 웬만한 업종의 노동자보다 많았다. 지금으로 치면, 전태일은 정규직이었다. 

 

 전태일은 자신의 처우 때문에 항거한 것이 아니다. 정규직 전태일은 자신보다 처우가 못한 비정규직 시다와 중규직 미싱사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실천했다. 전태일은 위를 바라보며 사다리를 탄 것이 아니었다. 낮은 곳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산화했다. 나를 아는 모든 나뿐 아니라, 나를 모르는 모든 나까지 살리려고 자신을 죽였다. 이것이 전태일 실천정신의 정수다. 불평등이 심화하는 사회, 노동자마저 중심부와 주변부로 분단된 사회, 학생 대다수가 밑바닥 주변부 노동으로 전락하는 사회, 이 현실에서 낮은 곳을 향해 손잡았던 전태일 실천정신의 핵심을 빼고 기억·추모하는 것은 2% 부족이 아닌 98% 부족 아닐까 싶다.

 

 그것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희망한다. 분신은 그만 얘기하고, 학생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희망한다. 이 땅 노동자의 절반, 그러니까 교사들의 제자 절반이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로 평생을 노동하며 살아가야 한다. 연대와 나눔의 정신이 절박하다. 그것을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실천하는 교사를 기대한다. 

 

 전태일은 잘 나가는 재단사였지만, 그렇다고 모아놓은 것이 많은 상태는 아니었다. 가족도 먹여 살려야 했다. 그 처지에서도 월급의 상당액을 평화시장 노동조건 개선에 쏟아부었다. 열서넛 또래 어린 시다들이 하루 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배를 곯는 설움을 전태일은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의 버스비를 탈탈 털어 풀빵을 사줬다. 그러고서 평화시장에서 창동 판잣집까지 12㎞ 넘는 거리를 휘청휘청 걷고 뛰며 퇴근했다. 전태일은 가진 것이 많아서 시다들과 나눈 것이 아니다.

 

 교사는 평균 소득 기준 이 사회 상위 30%가 되었다. 2018년 기준, 상위 30% 하한선은 연 소득 4064만 원이었다. 한국 사회 중위소득은 2000만 원 선이다. 교사 세계 바깥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와 영세상인과 청년실업자를 생각하고 손 내미는 전교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실천하는 전교조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의 제자들과 앞으로의 제자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좌절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를 희망한다. 전태일 정신의 핵심은 더 낮은 곳을 향해 손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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