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돌봄 지자체 이관, 아이들의 요구다

손균자 편집실장 | 기사입력 2020/10/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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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돌봄 지자체 이관, 아이들의 요구다
손균자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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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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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리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돌봄의 가장 바람직한 또는 합의 가능한 수준의 해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문제의 정점에 돌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돌봄이 있고, 학교돌봄 이슈에서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학교돌봄의 지자체 이관이 법안으로 발의되면서 학교 내 구성원의 상충된 이해와 요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돌봄 지자체 이관이란 화두가 던진 파장은 서로 다른 차원의 절박한 요구로 얽혀있어 더 껄끄럽고 복잡하다.

 

학부모들은 가장 안전한 학교 공간을 원한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돌봄서비스, 어린이집 등을 거치며 지자체의 직간접 지원이나 위탁을 경험했지만, 학교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돌봄전담사들은 돌봄 본연의 업무 역량 강화를 원한다. 현재도 단시간 근로로 돌봄의 질적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로 이관될 때 불명확한 고용승계는 절박한 생계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요구가 업무과중만으로 왜곡 포장되어 교육적 관점에서 출발한 지자체 이관 주장이 가려져 아쉬움이 크다.  

  

대부분 학교의 돌봄 담당교사는 한 두명이니 다수의 교사가 업무과중을 겪지는 않는다. 간혹 대체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을 뿐. 이보다는 겸용교실로 인해 수업의 공간과 돌봄의 공간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정규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지적할 수 있다.

 

1시 전에 모든 일과를 마무리한 후 교실을 비워야 하니 학생들의 하루 학습을 성찰할 여유가 없다. 학부모 상담이라도 할라치면 장소를 찾아 다녀야 하고, 배움의 결과가 누적된 교육공간으로써 교실 활용에도 제약이 따른다. 사물함부터 교구 등 비품까지 두 세트가 세팅된 교실에는 만지면 안되는물건이 존재하며, 잦은 분실사고는 민원으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교실이 부족한 학교에서 전용교실을 확대하는 건 수업공간을 내놓지 않는한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이 피해는 과밀학교에 국한되는 문제이며, 그 외 학교나 교사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오토리

 

선생님, 교실에 좀 더 있다가 돌봄 가면 안되요?”

하루 종일 학교 있는 거 힘들어요.”

저는 방학에도 학교 와야 해요.”

저학년 담임교사들이 돌봄교실 입급 학생들에게 듣는 말이다. 그래서 하교 후 돌봄교실로 이동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꽤나 가슴 아프다. 이것이 대다수 교사들에게, 돌봄이 학교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증거이다.

 

초등교사에게 학교돌봄은 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보내는 초등 저학년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이다. 돌봄은 학교 수업 후 놀이와 쉼으로 다음 학습의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어야 한다. 배움의 내용을 8~9세의 인식 공간인 동 단위 마을에서 실체로 경험하면서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돌봄 현실은 가장 안전한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16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이는 16년간 국가가 실효성 있는 저출산, 여성의 경력단절, 맞벌이 가정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돌봄 휴가 및 휴직 지원, 기업유인책 등 다방면의 적극적인 대책은 강구하지 않은 채 돌봄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수요가 고스란히 학교돌봄으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돌봄 지자체 이관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라면 형제 사건에서도 보듯 돌봄은 포괄적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일정 시간, 특정 공간에서의 돌봄을 넘어 사각지대의 틈새까지 방어하는 국가적 돌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기관인 학교에서의 돌봄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공간에 아이들을 옭아매는 돌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 단위의 돌봄 질 관리 속에서 학교가 공간을 제공할 수 있지만, 더 이상 학교를 거점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현재 학교돌봄 운영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읍면지역은 돌봄전담사가 없는 곳이 많고 당연한 듯 교사의 업무로 자리(?)잡기도 했다. 현행 돌봄은 학교의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여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지자체별 거점 센터가 돌봄을 운영하며 질 관리를 통해 학교별 편차를 줄이고, 나아가 관련 시설 확충, 돌봄과 마을의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및 연계 등은 지자체의 당연한 법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 이 전제하에서 아이들의 공간은 네모난 교실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 오토리

  

이러한 이유로 돌봄의 지자체 이관이 실현되어야 하며, 반대하는 주체들의 요구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지자체로 운영주체가 바뀌더라도 학부모들이 걱정하듯이 현행 학교돌봄의 근간이 쉽게 흔들리진 않는다. 향후 수년간, 어쩌면 오랜 기간 돌봄은 학교 공간에 머물 것이다. 학교 밖 여건조성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지자체 운영의 학교 돌봄 사례를 만들어가는 과도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희망적인 점은 몇몇 지자체들이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학교돌봄 운영에서 돌봄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돌봄전담사의 근무여건 개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 등을 보장하고 고용안정을 명시하여 지자체 이관에 따르는 돌봄 주체들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이제, 학교돌봄 이슈의 중심에 아이들을 놓아보길 바란다. 학교 옆 돌봄센터, 학교 옆 놀이터, 학교 옆 도서관, 학교 옆 체육시설... 바다 저편의 현재를 우린 언제까지 꿈꾸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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