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직 중 정년 맞은 김재석 교사

“평생 전교조 조합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박근희 | 기사입력 2020/10/13 [16:40]

인/터/뷰/ 해직 중 정년 맞은 김재석 교사

“평생 전교조 조합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박근희 | 입력 : 2020/10/13 [16:40]

▲ 해직교사 34명 중 한 명이었던 김재석 교사는 해직 기간 중 정년을 맞아야 했다. 그런 김 교사는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며 감개무량했다. ©김상정

 

대법원의 판결, 법외노조 통보 취소, 후속 조치 발표, 복직.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생각나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해직교사 34명 중 한 명이었다.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교사의 삶에서 직권면직의 길을 택했던 김재석 교사. 결국,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퇴직을 맞아야 했던 김 교사는 그토록 바랐던 법외노조 취소가 이뤄지던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20168월 말 퇴직한 뒤 귀촌해 농사를 조금 짓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마을 이장을 맡았는데 마을 분들을 세세하게 몰라 어려움이 좀 있었으나 그분들이 잘 이해해 주시고 저도 노인분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답니다. 퇴직조합원 단체인 참교육동지회와 교육혁명포럼에도 참여하고 있어 교육노동운동의 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죠.

 

   

- 대법원의 판결 선고 중계는 보셨나요?

 

사전에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를 하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재판장이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 왔던 모법이 없는 시행령에 따른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 변호사가 그렇게도 주장해 왔던 이 말을 재판장이 하니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사실 대법원이 우리 손을 들어 주더라도 뭔가 좀 유보적인 판결을 할 줄 알았는데 확실하게 법외노조 통보를 무효화 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지난 7년간 그 수많은 집회, 농성, 단식 등으로 조합원들을 생고생시킨 이명박과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에 의한 전교조 탄압을 바로 잡아 준 대법원 재판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특히 조합원 투표에서 절대다수로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시정 명령을 거부하고 줄기차게 싸워 온 조합원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 법외노조 통보 취소 후 있었던 기자회견장. 복직을 앞둔 해직교사들은 김 교사에게 꽃다발과 함께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해직 중 정년으로 퇴임한 김 교사는 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 김상정

 

- 해직교사들의 복직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법원 판결 이후 신속하게 원직 복직시켜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희망 고문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교조의 대의를 지켜온 서른 세분의 선생님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도 축하한다는 말을 여러분에게 들었는데 해고 7개월 만에 투쟁의 길에서 벗어나 퇴직한 입장에서는 많이 민망했으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이 좀 정리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 2016년 직권면직 상태에서 퇴직하셨는데 당시 심정은 어떠셨나요?

 

제가 직권면직을 선택한 이유는 교직 생활이 창창한 젊은 교사들도 당당하게 해고의 길을 가는데 퇴직 6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박근혜에게 쫓겨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퇴직할 때도 한창 싸우는 전선을 이탈하는 제대 군인과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교직 후반부를 두 번의 해고와 여러 차례 전임으로 아이들 곁에서 차분하게 교직 생활을 정리해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89년 해직교사와 관련해 얘기하셨는데요.

 

노조가 해고자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는 것은 노조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고 그것이 노조의 존립 기반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창립 당시 해고자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지내온 것은 우리가 손대야 할 시급한 교육 과제가 산적해 있고 최근에는 법외노조 문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이제 89년 해직교사 원상회복 문제 해결이 전교조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89년 해직교사가 퇴직하고 돌아가신 상황에서 이 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특히 해직 중 돌아가신 열여섯 분의 선생님을 생각하면 비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전교조가 주체가 되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 2018년 7월, 퇴직 조합원으로 이뤄진 참교육동지회 소속으로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며 삭발한 김 교사. ©최승훈 오늘의 교육 기자

 

- 후배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많은 조합원에게 전교조는 삶 자체였습니다만 우리의 열정도 많이 식었고 학교와 사회 전체의 조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교육이 만족스럽고 가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을 것입니다. 참교육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교육개혁(교육혁명), 이 두 길은 우리의 실천 대상이고 투쟁 과제입니다.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술술 풀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이제 좀 더 좋은 조건에서 가르치고 변혁하는 일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항상 우리 머리맡에는 해고자를 버리라는 박근혜를 거부한 그 연대 정신을 잘 간직하고 말입니다.

 

- 전교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전교조를 흉보는 얘기가 예전에는 빨갱이였는데 요즘엔 권력 집단이 되었다고도 하고 혹은 종이호랑이라고도 합니다. 전자는 우리가 법외노조로 수년간을 풍찬노숙해 왔는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전교조 출신 많은 인사가 문재인 정부 교육 분야 중요 직책을 맡으며 이로 인한 권력 증대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후자는 전교조 조합원이 줄고 다른 노조가 세를 불려가는 상황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지적일 것입니다. 교육체제 내 영향력은 커졌으나 사회 전체적인 영향력은 작아졌다는 것일까요.

 

이에 역시 법외노조라는 질곡에서 벗어난 조건을 잘 활용해 참교육을 가능케 하는 학교 현장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한편 대학입시 제도 개혁 등 평등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교사들의 성향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지만, 이들의 기본적 시민의식은 탄탄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사회적 책임감과 연대의식은 참교육을 가능케 하는 교육제도 개혁에 함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교육체제 내에서 힘이 있다면 참교육 실천과 교육개혁을 위해 써야 하고 젊은 교사들을 포기하지 말고 그들을 동반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제 퇴직조합원들도 계속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약 개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평생 전교조 조합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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