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혁신 핵심은, 안전한 학교

물리적 공간혁신 넘어 제도적 변화에 기반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

배성호‧서울 송중초 | 기사입력 2020/10/13 [15:28]

공간혁신 핵심은, 안전한 학교

물리적 공간혁신 넘어 제도적 변화에 기반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

배성호‧서울 송중초 | 입력 : 2020/10/13 [15:28]

 

▲ 다음날 있을 환경부 유해물질 안전 행사에 상영될 학교에서의 수업 모습  © 배성호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당연할 것만 같던 일상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체감하는 나날들이다. 원격 수업이 장기화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열어가는 대면 수업의 소중함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학교란 도대체 어떤 공간이었는지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의 변화는 우리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차대한 일로, 정부에서는 학교공간혁신을 주요 국책 과제인 '그린 스마트 뉴딜' 정책으로 선정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교육 현장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이같은 계획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제도적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공간혁신은 단순히 학교 공간에 대한 물리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수반되어야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공간혁신이 진정으로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학급당 인원수를 적정화하기 위한 교육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안타깝게도 세계적 위상은커녕 오히려 평균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물론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서도 혁신적인 원격 수업의 도입과 적용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기본적인 학급당 인원수 같은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기에 긴급 대응 방식으로 이뤄지는 현재 원격 수업은 교육격차 확대 등의 문제와 같은 논란을 일으키며 교육적 성과로 이어지질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교육 여건은 부끄러울 지경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2018년 기준)23.1명으로, 유럽연합(EU) 평균(19.9)이나 OECD 평균(21.1)에 미치지 못한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국가는 14개국이었고, 우리나라는 수치가 집계된 30개국 중에서 23번째였다. 중학교 역시 우리나라는 학급당 학생 수가 26.7명으로 EU 평균(21.0)OECD 평균(23.3)을 밑돈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국가는 8개국이며 우리나라는 30개국 중에서 24번째를 기록했다.

  

▲ 아이들의 소지물, 학교공간 내 건축 내장재, 책상, 의자 등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됨에도 제대로 된 안전 기준도 없는 현실이다.  © 배성호

 

이런 상황으로 인해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학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위험 공간이 되어버렸다. 방역과 등교가 원활하지 않자 원격 학습이 늘어나면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 위상에 걸맞게 모든 학급당 인원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서 거리두기가 가능한 교실과 학년 당 적정 학급수 기준을 마련하면서 화장실 밀집도를 줄이고 손씻기가 가능한 세면대 확충 등을 하는 등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 환경을 만들 때이다. 이런 바탕이 마련된다면 교사와 학생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업에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수업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도 학급당 인원수를 20명으로 제한하자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전교조를 비롯해 많은 교육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학생 수 제한 법제화 전 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현실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전과 건강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현재 학교공간혁신은 물리적 공간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학교공간혁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학급당 학생수 같은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 사항인 것처럼 이제는 학교공간혁신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공간혁신의 지속가능성이다.

 

학교공간혁신에서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건축 내장재와 책상, 의자, 사물함과 같은 가구류 등에 주목해야 한다. 제대로 된 안전 기준이 없어 학교공간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손꼽은 학교들의 내장재에서조차도 과도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상황이다. 학교 신축 과정에서 내장재 안전 기준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과 교육부, 조달청, 산업통상부 등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만일 안전성을 확인한 다음 유통되었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학교공간혁신 과정에서 정부는 여러 부처를 조율하면서 건축 내장재와 가구류 안전 기준을 도입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만들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직 정부 당국은 나서지 않았지만 오히려 학생들과 현장 교사들이 진정한 학교공간혁신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학교(유자학교)를 만들기 위해 시민 활동가들과 함께 발딛고 있는 삶터인 학교와 집 등 일상 공간을 '안전''건강'의 새로운 시선으로 살피면서 다채로운 수업과 활동을 열어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현실로 이뤄지길 응원하면서 글을 마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