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가자"는 희망사항이 아니다

이윤경‧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 기사입력 2020/10/13 [15:46]
기/고/ "학교 가자"는 희망사항이 아니다
이윤경‧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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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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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왜 가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3 아들에게서 우려했던 말이 나왔다. 응원단장, 학급회장 등 친구들을 몰고 다니며 학교생활을 즐겼던 아이다.

 

1학기만 해도 누구보다 등교를 반대했던 학부모였다.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IT 강국인 나라에서 교사들이 원격 수업으로도 현명하게 위기에 대처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등교 수업을 그대로 옮겨 놓은 수업 내용과 출결관리, 수업시수, 평가 등은 시행착오만 거듭할 뿐 아이들을 지치고 숨 막히게 했다.

 

자녀가 힘들어 하고 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 수준까지 차올랐다. 그 분노가 고스란히 학교로, 공교육으로 향했고 결국 교육공동체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지침'이라는 강력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그런 교사는 "우리 학교엔 없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이제는 감염보다 아이의 인생이 더 걱정된다. 단지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학습 격차가 아닌 그 나이에 맞는 최소한의 기본 상식과 인성을 습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부모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의 원격 교육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진도를 따라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아이가 두 세 명이면 거의 포기 상태다. 맞벌이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인 것이 지금처럼 아이에게 미안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학습적인 것은 두 번째일 뿐이다. 한글도 못 떼고 2학년이 되는 것은 사교육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한 기억도 없이 1, 2년 후 아이의 성격과 가치관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모니터만 보고, 혼자 놀고, 혼자 밥 먹으며 친구 없는 아이로 자라는 모습을 더는 지켜 볼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학부모들이 등교를 주장하는 이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과학고는 매일 등교하고, 사립은 온라인 시스템이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보면 자괴감이 든다. 재난 시대에도 교육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현실에 화가 난다.

 

거리두기가 가능할 정도로 학생 수를 줄여야 하지만,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2부제를 제안하니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한다. 수업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부족한 수업시수는 콘텐츠를 제시하고 그걸 봐야만 풀 수 있는 퀴즈를 내면 되지 않냐고 했다. 콘텐츠를 보지도 않고 학생들끼리 답을 공유하면 어떻게 하냐고 한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행정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방법을 찾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무수한 안 되는 이유 대신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했으면 좋겠다.

 

교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학부모로서, "의사가 어떻게 그래?""교사가 어떻게 그래?"로 바뀔까봐 염려된다.

 

원격 교육 기간에 학교장 몰래 아이들 집 근처를 찾아가 만났던 고3 담임, 학교 방침은 구글 클래스룸인데 혼자서만 줌으로 수업하는 비담임 국어교사를 알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획일적 지침 하달로 파행을 겪는 교육활동에 대해 교육적 소신을 실천하는 교사가 많아져서 현장으로부터 교육 혁명이 이뤄지면 좋겠다.

 

 

그런 선생님들을 지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행복한 학부모가 되고 싶다. 31년 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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