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사가 된 이들, 해고자들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차별과 경쟁이 여전한 교육현실, 교육혁명 실현에 앞장설 것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9/22 [18:03]

다시 교사가 된 이들, 해고자들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차별과 경쟁이 여전한 교육현실, 교육혁명 실현에 앞장설 것

김상정 | 입력 : 2020/09/22 [18:03]

청와대 앞에 참 많이도 왔던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 밖에 천막을 치고 거리 위에서 잠을 청하면서 밤샘 농성을 했던 시간이 하세월이다. 그동안 계절이 바뀌었고 해가 바뀌었다. 그리고 대통령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5년이란 시간 동안 청와대 앞을 오가는 이들을 보며 아예 주소를 청와대로 옮기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전교조 법외노조로 인해 2016년 해직된 34명의 해직교사들 이야기다.

 

손호만 교사는 학교로 돌아갔지만, 현실은 괴롭고 착찹하다

이들이 922일 오후 2, 청와대 앞에 다시 섰다. 문재인 정부에게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피해배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코로나로 인해 9명만이 기자회견 청와대를 등 뒤로 하고 기자들 앞에 섰다. 손호만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원복투) 위원장은 921일까지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원직복직이 되고 있다고 전하며 정부의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 손호만 교사는 복직을 하면서 마음이 괴롭고 착찹하다. 복직발령이 나자마자 다시 해고된 이영주 교사, 거리의 해고자로 있는 136명이 공무원노조 해고자들......© 손균자 기자


손 위원장은 복직은 하지만 여전히 아픈 3가지 현실을 꺼냈다. 해직상태에서 정년을 맞이한 김재석 교사와 복직발령이 나자마자 다시 해고된 이영주 교사, 전교조와 같은 문제지만, 아직도 해고자로 거리에 있는 136명의 공무원노조 해고자들, 그리고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고되었지만 원상회복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30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1500여 교사들의 현실이다. 손호만 교사는 이런 가슴아픈 사실을 두고 현장에 복귀할 수 밖에 없는 게 너무나 괴롭고 착찹하다고 했다.

 

박철준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 부위원장은 20091020, 공무원노조에 노조아님통보를 했던 고용노동부에 당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라일하 회복투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로비에서 농성 중인 상황을 전했다. 박 부위원장은 공무원노조 해고자 136명은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서 반드시 원직복직해서 국민이 원하는 노조를 만들고 부정부패 뿌리뽑고 법과 제도에서 공정한 행정을 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히며 학교로 돌아가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함께 뚜벅뚜벅 걸어갑시다라고 말했다.

 

최덕현 교사는 오늘, 청와대를 뚜벅뚜벅 걸어왔다

지난 18, 최덕현 교사는 2016121일 자로 시행된 직권면직이 취소되면서 경기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발령이 났다. 최 교사는 청와대를 오간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편히 걸어서 와도 되는 길이건만 삭발로 오고, 온몸을 길바닥에 대고 엎드려가면서 왔던 순간, 아픈 건지 고픈 건지 모를 만큼 주린 배를 달래는 오는 길이 멀기도 했던 단식투쟁 때를 떠올렸다. 청와대를 오는 과정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설움과 분노가 북받친 눈물이 되기도 했다. 아사를 결의했던 조창익 위원장이 병원으로 실려갈 땐 눈물이 핑 돌았고 농성장이 강제철거 될 때 바라만 봐야 했던 스스로를 탓하며 국가의 폭력 만행에 치를 떨기도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가을 햇살에 빛나는 푸른 지붕을 멀찍이 바라보면서 청와대 앞에 걸어올 때, 그의 발걸음은 제법 가벼웠다.

 

▲ 최덕현 교사는 청와대를 오간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삭발로 오고, 온몸을 길바닥에 대고 엎드려가면서 오고, 주린 배를 달래면서 왔던 그 시간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눈물이 되었다.   © 손균자 기자


최 교사는 이제 청와대가 아닌 학교를 오가는 비로소, 다시 교사가 되었다. 그는 학교에 가면, 대부분은 일하는 노동자가 될 학교 안팎에서 만나는 학생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그들이 하게 될 노동이 지금과 같은 자본 중심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는 길에 함께 서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에게 청와대 앞은 함께 청와대를 향해 외쳤던 노동자들의 연대의 장이었고 투쟁 결의의 장이었다. 이들 요구사항은 대부분 그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라는 것.

 

김재석 교사는 1989년 해고된 ‘1500명의 교사들을 생각한다

변성호 전 전교조 위원장은 김재석 교사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며 얼싸안았다. 김재석 교사는 2016년 직권면직이 되고 6개월 후에 정년이 되었다. 김 교사는 이미 원직복직을 했지만 원직복직을 한번 더 하셔야 할 분이 있다는 말로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고된 1500여 명의 전교조 교사들 이야기를 꺼냈다. 1989년부터 1994년 복직할 때까지 15명의 교사가 운명을 달리했던 5년 동안의 해직 기간의 비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사는 그들 중 대부분이 퇴직을 했고 또 운명을 달리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피해회복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1989년 당시 해직된 1500명의 교사들이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을 맞아 해직상태에서 퇴임한 김재석 교사가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직된 1500여명의 교사들의 원상회복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손균자 기자


 전교조가 법외노조였던 때 위원장을 지냈던 변성호 전 위원장은 권리와 삶을 짓밟은 행위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고
, 조창익 전 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만시지탄’, ‘사필귀정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가슴 벅찼고 눈물을 흘렸고 학교현장의 설렘을 온마음으로 받아 안고 있다면서 직접 쓴 시 한수를 읊었다. ‘다시 땅끝 교육 희망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이 시는 다만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리/더 이상 억압과 차별없는 세상을 향해/더 이상 눈물없는 세상을 향해/나 돌아가리/ 나의 고향/나의 참교단으로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16일 해남제일중학교에 발령이 난 조창익 교사는 이번이 두 번째 복직이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직되고 1994년 복직했지만, 당시는 원직복직 발령이 아닌 해고기간의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복직이었다. 그 피해는 김재석 교사의 말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주연 교사가 간 학교는 적막했다. 지난 7년간 무엇을 놓쳤는가

이주연 교사는 18, 정확히 59개월 만에 복직을 했지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설렘을 가득 안고 교문을 들어섰지만 당연히 들려야 할 아이들의 떠들고 장난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이 모여서 축하해줄 거라 상상했지만 상상에 그치고 말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교는 적막하기만 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인사하러 교장실 문을 연 순간 학교장이 처음 건넨 첫 마디는  아 잠깐만요, 3명 이상 들어 오시면 안 됩니다였다. 낯설어도 너무 낯선 학교풍경에 이 교사는 전교조 법외노조였던 7년, 교사들이 거리에서 싸웠던 그동안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 이주연 교사가 5년 만에 만난 학교는 적막했다. 아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학교 관리자들은 난데없이 이미 폐지된 청렴서약서를 쓰라고 했다. 이는 전교조가 결성된 이유이기도 했다.   © 손균자 기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학교를 한시라도 빨리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입시는 그대로고 지식과 암기가 교육인 양 대체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교사는 그런 현실이 가슴 아팠다. 이 교사가 복직하게 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언론에서 먼저 복직소식을 접하게 되고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출근일 전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교육청 장학사가 전화했다. 내일 아침에 가셔도 됩니다라는 한마디였다. 위법한 행정조치로 인해 억울하게 해고생활을 했는데 가면 됩니다라는 복직 과정이 비인권적인 복직이라고 느껴졌다. 사과를 먼저 해야 했고 그동안 박탈된 정당한 권리들에 대한 회복 조치와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건지 분명히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 당장 몇호봉인지, 연가는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임금은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사는 공문 한 장으로 법외노조 통보했듯이 발령장 하나로 학교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과 피해배상에 적극 나서서 5년 동안 박탈당한 권리가 제대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명의 해고자가 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박옥주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과 지정배 전 전교조 대전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아직 전교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8명의 교사들과 직권면직 취소와 함께 다시 해고자의 길을 가야 하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언급하며 해고된 동료 9명이 모두 학교 가는 날까지 복직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공무원노조 해고자들의 원직복직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면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공무원노조 해고자 136명에 대한 즉각적인 원직복직 약속 이행을 다시 촉구했다.

 

학교현장으로 돌아가 노동3권 쟁취와 교육혁명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연 해직교사들, 코로나로19 인해 이 사진속에는 9명이 서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전국에서 올라온 20여명의 원직복직된 교사들이 사진밖에 있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칠 때 함께 외쳤다.     © 손균자 기자

 

이들은 노조 아님 통보라는 기상천외한 전교조 탄압은 국가권력이 총동원된 명백한 노조피괴로 문재인 정부는 노조파괴와 국가폭력에 대하여 전교조에게 사과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전교조 5만 조합원들이 입은 피해, 지난 48개월 동안 해고자들의 고통에 대한 배상이 전교조 탄압을 34개월이나 이어 온 문재인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교사가 된 이들의 기자회견 시간은 1시간을 넘어섰다. 1시간 동안 해직 5년의 고통, 법외노조 7년의 고통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이들의 원상회복, 그리고 피해 회복을 위한 후속조치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노동조합활동을 했다고 해고를 당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비로소 후속조치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교조에는 9명의 해고자가 있다. 그리고 원상회복이 되지 못한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직된 1500여명의 교사들이 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이다. 이것은 청와대로 가는 발걸음을 계속해야 하는 전교조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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