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역할을 다하고 현장교사로 돌아갑니다”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9/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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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할을 다하고 현장교사로 돌아갑니다”
서울지부, 전교조 법적지위 회복-해직교사 원직복직 기자회견 열어
강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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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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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부, 전교조 법적지위 회복-해직교사 원직복직 기자회견 열어

안녕하세요.”

이윤경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 상임대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인사를 미안해하지 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 고맙다며 울먹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긴 시간을 학교 담장 밖에서 삭발, 단식, 농성으로 보낸 선생님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할 수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으며 아이들 곁으로 돌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 해직교사들의 복직을 축하하며 연대단체 관계자들이 꽃을 건내고 있다   © 최승훈 오늘의 교육 기자

  

전교조 서울지부는 2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해직교사 원직 복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4년여 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해직교사들과 그들을 축하하기 위한 동료 교사들, 투쟁에 함께한 연대단체가 함께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참가자들은 학교로 돌아가는 교사들에게 꽃다발을 건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는 수업을 위한 물백묵, 오랜만에 간 학교에서 마음 조급하지 않고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찻잔을 건냈다. 서교협은 축하 떡을 준비했다.

 

거리 두기로 인해 9명 이상 모일 수 없는 상황. 법외노조 관련 해직교사 9명은 한결같이 연대해주신 동지들 덕분입니다현수막 앞에, 연대단체 회원들은 '아이들 곁으로 돌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가 적힌 현수막 앞에 섰다. 조합원들은 복직하는 교사들의 이름과 선생님께서 열어주신 이 길이 참교육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 축하인사를 건내는 이윤경 서교협 대표     ©손균자 기자

 

여는 말에 나선 조연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지난 7년 참으로 모질고 힘든 시간이었다. 가장 앞에서 연대하고 투쟁, 집회, 농성, 1인 시위까지 한결같았던 동지들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지역마다 전교조 지키기 대책위를 꾸려 함께 투쟁한 연대단체들과 조합원 선생님들 이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 이 자리가 있었다.”면서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해직 중 정년퇴임을 한 김재석 교사, 법외노조 취소로 원직 복직을 했으나 민중총궐기 관련 복직과 동시에 해직교사가 된 이영주 교사의 상황도 언급하며 이 투쟁에도 함께해 달라.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전교조는 한 명의 교사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았다. 조직적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은 전교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로 돌아간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쉽사리 첫 마디를 시작하지 못하던 변성호 전 전교조 위원장은 이 자리를 빌려 투쟁에 함께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일 년 남짓 남은 시간을 교단에서 보내고 정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그보다 더 큰 기쁨은 마음 속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위원장으로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 채 해직을 결단해야 했다. 함께한 동지들과 승리를 말할 수 있어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손균자 기자

 

  송재혁 전 대변인은 꽃길만 걷자는 조합원들의 응원 현수막을 보며 7년의 길이 가시밭길처럼 험난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꽃길이기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농성요정으로 자신을 소개한 신성호 전 참교육실장은 법외노조 관련 해직교사들은 복직하지만 아직 전교조에는 악법인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노동법으로 인한 9명의 해고자가 있다.”면서 정부가 이들의 복직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경 전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서울지부장으로 단식, 삭발, 삼천배,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면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교육혁명으로 교육대전환을 함께하는 전교조를 만들자.”고 밝혔다. 

 

어제까지 해고자였다가 오늘부터 현장교사가 되었다.”며 자신을 소개한 김용섭 전 전교조 사무처장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꽃다발을 동시에 받은 것은 처음이다. 9명의 해직교사를 포기하지 않은 6만 조합원의 총투표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도 묵묵히 전교조의 끈을 놓지 않은 동지들과 옆에서 연대해준 동지들이 이 자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는 이민숙 전 교육선전실장     © 최승훈 오늘의 교육 기자

 

 

 이민숙 전 전교조 교육선전실장은 교무실에 있었던 제 책상과 그 위에 적힌 교무연구부 이민숙이라는 글자를 보며 복직이 실감 나 울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꽃다발도 이런 눈물도 처음이었다.”면서 어찌 해고의 길을 가느냐고 울면서 묻던 선생님에게 역할분담이라고, 전교조에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오늘 그 역할을 다 마치고 현장교사로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복직과 동시에 다시 해직교사의 길에 들어선 이영주 교사는 민주노조의 가장 모범적 투쟁을 벌이던 7년의 시간. 그 앞에 서게 해주신 조합원과 연대 단체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 어제까지는 법외노조 오늘부터는 민중총궐기 해고자다. 해고의 이유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 앞으로 교사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 획득 투쟁을 통해 복직하겠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했지만 떨림을 숨길 수는 없었다. 

 

▲ 이영주 교사와 조연희 서울지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최승훈 오늘의 교육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면복권 쟁취하자!”는 구호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교사들은 양손에 가득 든 꽃다발들을 다시 연대단체 관계자들과 조합원들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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