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해고자가 34명 해고자에게

“거리두기에도 마음은 이미 아이들과 부비부비 하겠지”

송원재 · 퇴직교사 | 기사입력 2020/09/21 [16:25]

9명 해고자가 34명 해고자에게

“거리두기에도 마음은 이미 아이들과 부비부비 하겠지”

송원재 · 퇴직교사 | 입력 : 2020/09/21 [16:25]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해직교사들이 오늘 복직한다. 멀고 험한 길을 비잉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해직교사 9명을 구하자고 그 네 배 가까운 34명이 스스로 해직의 길을 걸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었다.  

 지정배 전 대전지부장의 출근하는 날 - 대전지부 제공 

 원인을 제공한 9명 중에 나도 끼어 있다. 당사자가 되다 보니 내놓고 의견을 말하기는 어려웠다. 우리 때문에 다른 이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 싫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어 가시밭길을 걷는 것은 더더욱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직의 길을 선택했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들이 받은 고통은 같은 해직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분노나 울분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모자라는, 자기 땅에서 뿌리뽑힌 자의 아득한 서러움, 시도때도 없이 울컥 올라오는 지독한 슬픔같은...  
길을 가다가도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가슴이 저미고, 멀리서 학교건물만 봐도 "내가 왜 여기 있지?" 가슴이 미어져 하루종일 일이 손에서 헛도는 그런...  
그런 이들이 오늘 학교로 돌아간다. 코로나가 아이들과 거리를 두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들의 마음은 벌써 아이들과 부비부비하고 있을 게다.  
그분들에게 축하의 꽃을 바친다. 다시는 그렇게 생살을 찢는 일을 당하지 마시길... 오래오래 아이들과 아옹다옹하면서 정년을 맞기를...  
덧. 꼭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다. 법외노조 관련 해직자이면서,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맡아 민중총궐기 투쟁을 이끌어 촛불혁명의 불씨를 일궈 낸 사람.
이.영. 주.  
2007~2008년, 내가 전교조 서울지부장일 때 그는 수석부지부장이었다. 교육감선거  개입으로 지부장이었던 나와 집행부 6명이 해직됐을 때 그는 살아남았지만, 훗날 더 크게 쓰여졌다.  
그는 오늘 복직할 수 없다. 법외노조 직권면직은 취소됐지만, 민중총궐기로 받은 유죄판결이 아직 사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뽑히지 않은 가시다. 그 가시가 계속 찔러대니 아직도 아프다. 고통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 아플 뿐,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에게도 꽃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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