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외노조, '없던 일'이 되었다

교육희망 | 기사입력 2020/09/10 [16:01]

[사설] 법외노조, '없던 일'이 되었다

교육희망 | 입력 : 2020/09/10 [16:01]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적어도 그 본질 사항에 대하여 국회가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

 

2심까지 패소할 때도 알지 못했던 법의 상식, 법의 존재 이유를 비로소 확인하였다. 7년간 비상식의 세월을 보내고, 비로소 듣게 된 상식의 언어가 새삼 비상식적으로 느껴졌다면 비약일까?

 

93일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중대 조치에 법률의 근거가 없었음을 위법으로 판단했다. 기본권으로서 노동3권의 보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불어 원심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란 점을 지적하며 재론의 여지를 없앴다. 이는 사실상 노조법 시행령에 내린 철퇴다.

 

나아가 별개의견을 제시한 김재형 대법관은 "해고된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이 허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고된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도 허용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해석방법"이라고 밝혔다. 산별노조의 경우 해고자의 가입이 가능한 반면, 유독 교원노조법만 해직자의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은 헌법이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는 취지이다.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교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으로 이를 보장하고자 한 것이 교원노조법이다. 그러나 교원노조법은 기본권 보장보다 제약을 위한 장치로 작동했고, 최대 교사노조인 전교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9명의 해직자를 품고 있다는 이유로 6만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타당한가이번 판결은 교원노조법이 과연 어떤 취지로 만들어진 것인지, 헌법의 정신을 담고 있는지 묻고 있다.

 

한편,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정부, 수년째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며 묶여 있던 국회 입법은 대법 판결로 기다리던 정답지를 받아든 셈이다. 정답지를 어떻게 실현할지 지켜볼 일이다4일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면서 전교조의 7년 법외노조는 '없던 일'로 되돌려졌다. 적어도 법적으로는그러나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의 실체는 유효하다. 전교조는 법적 근거도 없는 시행령으로 7년간 노조해산에 가까운 권리 박탈을 겪었다. 87년 폐지된 노조 해산명령이 88년 법외노조 통보 제도로 부활하더니 2013년 박근혜 정권이 작심하고 겨눈 칼끝은 전교조를 향했다.

 

해직되어 학교 현장의 삶이 멈춰버린 7, 교섭 중단으로 조합원의 요구를 무위로 돌려버린 7, 국가적 폭력과 정치 프레임에 가둬버린 7정부는 상식적인 결정조차 법적 판단으로 미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과가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에 대한 각계의 환영을 무겁게 받아야 한다모든 것은 2013년 시점의 제자리로 돌려져야 한다. 조치는 신속해야 한다.

 

2013년 법외노조 취소 통보 이후 교육부는 노조전임자 휴직 허가 취소, 전교소 사무실 퇴거 및 지원금 반환요청, 단체 협약 중지, 각종 위원회의 전교조 조합원 참여 자격 상실 등을 빠르게 처리했다. 그때의 속도로 합법노조 전교조에 따르는 후속조치가 이행되어야 한다후속조치에는 교육청의 권한으로 조정될 수 있는 사안들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큰 틀에서 책임있고 일관된 조치 기준을 제시해서 시도별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온 자리에서 전교조의 교육 개혁은 가속도를 낼 것이다. 법적 지위가 멈춘 7년 동안 전교조의 교육 개혁은 멈추지 않았다학교 현장은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만들어낸 교육 대전환기 앞에 섰다. 불가항력적으로 조여오는 원격수업을 위시해 고교학점제, 교원양성체제 공론화 등은 직면한 문제이다. 지난 10여년간 전교조는 교육혁신을 주도해오면서 학교민주주의를 싹 틔워왔다. 이를 완성할 학교자치법과 교장승진제 등 국회 교육개혁 입법도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교사라서' 제한된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은 상식적이지도, 당연하지도 않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6만 조합원을 뒷배로 법적 지위를 회복한 전교조가 힘있게 전개해야 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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