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일, 참교육 실천의 여정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9/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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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일, 참교육 실천의 여정
법외노조 취소 7년 투쟁 돌아보니
강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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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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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취소 7년 투쟁 돌아보니

2020년 9월 3일.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음 날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노조 아님 통보 취소 공문을 전달했다.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다시 노동부의 공문 한 장으로 합법 노조가 되었다. 

 

 강영구 전교조 정책법률국장은 " 전교조는 9월 4일부터 법내 노조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쭉 법내 노조였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7년의 시간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 전교조는 2018년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 사건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의 주요 사건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찾아 항의했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추석 연휴가 끝난 2013년 9월 23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한다. 10월 23일까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교사 9명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 취소 절차를 밟겠다는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전교조는 오후 7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지만 이미 오후 2시 50분경 전교조 사무실로 몰려온 100여 명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보수국민연합 등 단체 소속 회원들은 '학생에게 친북-반미 이념을 주입시키는 전교조 즉각 해체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전교조 관계자들은 이들의 정보력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한겨레21>이 보도한 국정원의 '노조 와해 공작' 재판기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노조 아님 통보가 정당하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보수 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이들에게 자금을 댔다는 정황이 나온다. 

 

 그 즈음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정부는 서버 압수수색으로 답했다. 역사 왜곡으로 논란이 된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에 반발 여론이 높자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다. 전교조는 2015년 10월 전국 3094개 학교 2만 1379명이 참여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298명은 교육부 장관 표창 대상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교조가 조퇴 투쟁계획을 밝히자 검찰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한 교사 285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퇴 투쟁에 참여한 전교조 집행부에 결의문을 읽은 현장교사까지 모두 고발 대상에 올렸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국정 역사 교과서, 초등 한자병기 등을 포함한 졸속 교육과정 개정, 차등 성과급, 연금법 개악, 누리과정 예산 국고 지원 요구 등 투쟁은 계속됐다. 그 가운데 열린 진보교육감 시대 혁신학교에서 시작된 학교혁신 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사법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의 1심과 2심에서 모두 정부 편에 섰다. 2심 판결 이후인 2016년 4월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 34명을 직권면직한다. 

 

 숨 가쁘게 달려온 4년의 세월. 2016년 말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은 긴박했던 전교조 투쟁이 정권의 집요하고 끈질긴 탄압의 산물이었음을 말해준다. 2014년 6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170일 중 42일에 걸쳐 전교조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진두지휘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1심 판결 전 이미 청와대는 '승소 시 강력한 집행', '재판 집행 철저히'라는 입장을 세우고 '전교조 이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세월호 참사 계기 수업에는 '보수에서도 계기 수업 적극적으로 진행' 등이 적혀 있어 청와대가 맞불 계기 수업을 기획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8년 밝혀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정점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이 있다. 대법원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 대법원이 2014년 12월 3일 생산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는 노동부의 재항고 인용을 박근혜 정권과 대법원 모두 이익으로 규정하고 윈-윈하는 판결을 주문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15년 6월 대법원은 노동부의 재항고를 인용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국정농단과 사법 농단의 결과임이 밝혀지면서 전교조는 다시 한 번 '노조 아님 통보'의 직권 취소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전교조는 대법원에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해 정의로운 판결을 낼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지난 9월 3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 하다는 결론을 냈다. 뒤이어 노동부도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 취소했다. 7년, 2507일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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