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싸안고 울고 싶었으나… 현실은 재택

2020년 9월 3일, 나의 하루

유성희 · 서울 한울중 | 기사입력 2020/09/10 [12:51]

얼싸안고 울고 싶었으나… 현실은 재택

2020년 9월 3일, 나의 하루

유성희 · 서울 한울중 | 입력 : 2020/09/10 [12:51]

2013년 9월 23일 고용노동부(노동부)가 해고 조합원 9명을 이유로 규약개정을 요구했다는 뉴스를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3월 봄부터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게 된 것을 비밀로 하고, 아침마다 몰래 서대문으로 출근하던 시절이었다. 전임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박근혜-문용린 당선을 보며 가시밭길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니네 규약이 니네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니까, 니네 한 달 내로 규약을 바꿔'라는 이상한 공격을 받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바로 그날 급히 광화문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하러 나가면서, 부랴부랴 만든 피켓이 '대통령으로 보지 않음 통보'였다.   

 

 그날부터 노동부가 규약개정 시한으로 제시한 한 달 동안 야근이 일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2020년 전교조를 있게한 중요하고 감사한 시기였는데, 그땐 그걸 알 수가 있나?! 조합원 6만이 넘는 조직이 한 달 안에 어마 무시한 결정을 해야한다니 오로지 사업을 처리하느라 불안, 분노, 슬픔 따위는 느낄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 조합원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치열한 토론을 해주었고, 조합원 총투표도 기세 좋게 '거부'로 결정까지 나니 휴~. 

 

 

 

 나는 10월이 되어 우리가 끝내 '노조로 보지 않음'을 통보를 받더라도 꽤 의연하고 당당할 수 있을 거라생각했다. 가입원서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들어오고 있었고, 조합원들의 기세등등한 모습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응원이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었나 보다. 심지어 '설마, 진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의 나는 '노조로 보지 아니 한다.'는 공문에 대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맑디맑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끝내 마주하게 된 공문 한 장. '아 대박인데?!'     

 

 바로 그날 10월 24일 저녁,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한 달 동안 부쩍 수척해진 위원장과 사무실 동지들의 얼굴들, 학교 현장에서 정신없이 뛰어오신 샘들, 분노의 구호 소리, 특별히 매우 슬프게 느껴졌던 '참교육의 함성으로' 노랫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 손엔 촛불을 높이 들었지만 나는 맨 앞에 앉아서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 날 엄마가 갑자기 경향신문 1면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야! 이 가시나야! 교회에 신문 있길래 봤는데, 1면에 니 사진이 있어서 놀랬어."하셨다. 순간 '아, 어제 내 우는 모습이 기자들 보기에 그럴듯했군.' 뒤늦은 깨달음과 '부모는 자식이 고개를 숙인 사진도 알아보는구나' 싶어 놀란 마음이 뒤엉켰다. 그리고 '휴~ 사진 설명에 눈물 흘리는 전임자가 아니라 조합원이라 되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역시 엄마한테 안 혼나는 게 우선 이었던가!  

 

 어쩌다 보니 7년이 흘렀다. 2020년 9월 3일,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었다는 판결을 들은 곳은 안타깝게도 집이었다. 거리에서 그간 고생한 사람들이랑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웃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라니ㅜㅜ  

 

 대법 판결 전, 엄청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마음은 '제발'과 '설마' 그 어디쯤에서 정신없이 널을 뛰는데, 현실은 너무나 고요한 방에 홀로 앉아있었다. 줄줄 읽어내려가는 판결문. '어? 먼가 뉘앙스가 좋은데?' 그래도 믿어 지지가 않아 지회 카톡방에 조심스레 '우리가 이긴 거 같은데 맞나요?'라고 쓰니 내내 조용했던 지회 카톡방에 봇물이 터졌다. '맞아요!', '이겼다!', '해냈다!' 순간 내내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눈물도 봇물이 터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들은 함께 사무실에서 일하다 '해직된 동지'들이었다. 2013년에 시작되었던 나의 지부 전임자 생활은 2015년 말까지 이어졌는데, 그 사이 몇 차례의 정부의 '전임자 복귀 명령' 이 있었다. 처음엔 '거부'하고 '이제 꼼짝없이 해고인가!' 했다가, 가처분 '인용'으로 살아나 안도감으로 펑펑 울었고, 마지막 '복귀 명령'은 결국 끝까지 남겠다는 해고 동지들을 뒤로하고, 현장으로 돌아오며 펑펑 울었다. 그래서인지 승리의 그 날, 흘린 눈물의 절반 이상은 거리에서 내내 싸웠던 '해고 동지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단순히 '기각' 정도도 아니고 '위법'이라고, 원직 복직까지 해 줘야한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구나~' 하지만 대법이나 문재인 정권이 고맙지는 않다. 박근혜 정권의 재판 거래, 국정원의 국정 농단 등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외면했던 정부. 이번 대법 공개변론에서 '법외노조 통보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고용노동부의 모습은 아직도 분하고 또 분하다. 

 

 누군가 SNS에 올린 '7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글귀도 새삼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다시 2013년 제자리가 아니라, 어렵게 회복한 이 '법적 지위'를 어디에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깨는 좀 무겁지만 지회 카톡에 릴레이로 올라오는 분회의 축하 인사와 선물 인증샷으로 전해오는 '동지애'를 무기 삼아 어깨 한번 쫙 펴본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