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온라인 수업, 습관목록으로 삶의 주인공 되기

김찬경・제주 애월초 | 기사입력 2020/09/10 [13:01]

"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온라인 수업, 습관목록으로 삶의 주인공 되기

김찬경・제주 애월초 | 입력 : 2020/09/10 [13:01]

 "아직 자고 있었니? 어머님은?"

 "일 나가셨어요."

 "평소에도 이 시간에 일어나니?"

 ", 요즘 계속 늦게 자요."

 

 등교 개학이 계속 연기되던 4,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책이라도 읽었으면 해 학교에 있던 온작품 읽기 책을 아이들 수 만큼 챙겨 집집마다 방문을 다녔다. 10시가 넘는 시간인데도 한밤중인 아이들도 있었고 딱 봐도 정리되지 않은 집안에서 스마트폰과 뒹굴거리다 나온 아이들도 보였다. 방학까지 거의 석달이 넘는 시기를 집에만 있다 보니 생활리듬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사상 초유의 온라인등교 개학이 결정되었다. 당황스러웠다. 온라인으로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플랫폼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책 배달을 다닐 때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위기는 기회다. 어쩌면 이 시기이기에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기주도적 생활습관을 알려주자. 그 어느 때 보다 자기 삶에 주어진 시간이 많은 이 때가 자신의 삶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주체성을 키우는 연습을 해보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불안과 걱정을 안고 나만큼이나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학부모님들과 화상으로 다모임을 진행하며, 공부도 공부지만 아이들의 삶을 관리해주는 코치이자 멘토의 역할이 절실함을 느꼈다. 그 날부터 찬샘특강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한 가지씩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내용을 화상수업으로 전했다.

 

 습관의 힘, 작은 습관 만들기, 디지털 미니멀리즘, 맛있는 독서, 건강한 수면과 아침시간의 힘, 그릿과 성장형 마인드셋, 청소력, 도전과 끈기의 힘, 명상까지. 내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 중 가장 좋았던 것만 추리고 추려 하루 하루 마음을 다해 특강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필기를 화면을 보며 따라 쓰며 배우고 배운 내용을 부모님께 자신이 선생님이 되어 전달하고 매일 싸인을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복습하고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부모님께 지금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전달되었다. 그리고 배운 주제를 직접 실천한 사진을 밴드에 사진을 찍어 인증했다.

 

 


 
화려함 하나 없는 간단한 시스템이었지만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선생님의 글만 가득했던 우리 반 밴드에 아이들의 글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는 모습과 그림, 낚시, 오름 등반 등 줄어든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을 내 영혼이 좋아하는 일로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 두발 자전거 타기 등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이 수없이 올라왔다.

 

 

 학급 밴드를 통해 긍정적 동조효과가 일어났다. 처음 한 두명의 작은 시도가 물결이 되어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몸은 멀리 있었지만 건강함이라는 가치로 서로 연대했고 아이들은 서로의 작은 변화를 댓글로 응원했다. 그렇게 삶에서 아이들은 주도성을 되찾았고 자신의 변화를, 또 우리 반의 문화를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에는 학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교사가 이끌어가는 수업의 흐름에 맞게 가정에서 센스있게 힘을 실어주셨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수업 때는 26가구 중 25가구가 가족회의를 통해 디지털기기 사용규칙을 만들어 밴드에 인증을 해주셨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음식 시민 수업 때는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도 했다. 아이들의 공책 설명으로, 밴드로, 카톡으로, 화상 모임으로 시기적절하게 소통한 덕분이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가장 의미있는 대상은 부모, 교사, 또래 친구들이다. 이 세 주체가 건강한 삶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게 되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가치에 물이 들었다.

 

 

 

 이번 온라인 수업을 통해 배운 점 두 가지는, 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는 아이들은 누구도 없다는 사실, 그리고 학부모님의 힘이다.

 

돌아보니 위기 속에는 정말 기회가 숨어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얻은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처럼 뜻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 수업 너머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삶에 대한 지원과 학부모님과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교육에 대한 고민은 이번 사태가 끝나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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