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전담교사로 살아본 한 학기

박형남・전남 영암초 | 기사입력 2020/09/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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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전담교사로 살아본 한 학기
전남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
박형남・전남 영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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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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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

 

 

  2020학년도에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도입한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학생에 대한 책임지도를 강조하며 도내 교사 중 희망을 받아 문해력 전문교사 34, 수해력 전문교사 6명 총 40명을 선정하여 교사 1인이 3~5(1, 2학년)의 학생을 지도한다. 해당 학교 학생인 경우가 다수지만, 일부는 타학교 순회 지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초학력 지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정규교사를 활용하여 지속성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용감하게 문해력 전담교사를 자원하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업이 6월 개학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연수도 연기되거나 축소되어 안타까웠다다행히 1년 동안 진행하는 <읽기 따라잡기>실행 연수가 시작되어 비슷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두 지역으로 나누어 매주 모여 강의를 듣고 사례를 나누었다. 혼자서는 막연하고 처음 가는 길이라 불안하였는데 함께 나누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현장에서 곧장 실행했다. 새로운 문제점을 찾아내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감도 생기고 아이들과의 만남이 더 풍성해진 멋진 경험이었다.

  

 전담교사의 지도대상은 1~2학년. 2학년은 개학 후 한글 미해득 전수검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선정했다. 1학년은 담임선생님의 관찰과 협조로 지도대상을 찾아 2단계의 검사를 통해 지도대상을 확정하였다특수학급처럼 수업시간에 '풀아웃'(별도 공간에서 수업) 방식으로 운영하였다. 방과후에 학생을 따로 남겨 지도할 수밖에 없었던 담임일 때와는 달리 학생도, 전담교사도 집중력 있는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해력은 단순히 한글을 해득하는 수준을 넘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이해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읽기를 통해 읽기를 배우는 과정'은 문해력지도에 있어서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아이 눈높이에 머무르기(10회기 정도)를 통해 아이에게 어떤 것이 의미가 있을지를 살펴보았다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패턴 수업(30)이 시작되고서야 깨닫기 시작했다패턴 수업은 익숙한 책 읽기, 읽기 과정 분석, 낱말 글자 말소리 탐색, 문장쓰기, 새로운 책 읽기 등 5가지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1. 수업의 시작

 전 시간에 배운 낱말카드를 쭉 살펴보고 낱자의 이름과 음가, 음운 변동 규칙 등을 복습한다. 또는 일상의 소재로 가벼운 대화를 하는데 교사는 의식적으로 배웠던 글자나 어구를 사용하여 이야기하고 대답해주도록 유도하곤 한다.

 

 

 2. 익숙한 책 읽기

 수준 평정 그림책이나 그림책을 읽는다. 축자적 읽기가 두드러진 아이에게 손가락으로 짚으며 어절을 자연스럽게 읽어 볼 수 있도록 요구하였다아이가 학습해야 할 낱자가 등장하였을 때에는 체크해 둔 후 읽기 후 활동으로 낱말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3. 읽기 과정 분석

 그림책을 두 번째 읽을 때 읽기 수준을 알아보는 읽기 과정 분석을 한다.'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책''수준 평정 그림책'을 활용해 읽은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를 파악하고, 읽는 도중에 발견되는 학습요소(, 받침 지도, 복잡한 모음, 연음규칙)를 필요할 때마다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무엇을 보충하여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4. 문장쓰기

 문장 쓰기와 낱말 글자 말소리 탐색을 함께 진행한다. 날마다 한 문장 쓰기를 진행하였는데, 읽기를 더욱 정교하고 풍성하게 배워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한 문장 쓰기는 그날 있었던 일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일 중에서 글로 쓰고 싶은 한 문장을 정하여 쓰기를 하는 것이다. 쓰고 싶은 문장을 구성하면, 그것을 음절상자에 배치해 보도록 한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잊지 않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고, 어절단위로 띄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익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그 후 스케치북에 문장을 써보고 어절별 또는 음절별로 잘라서 다시 맞춰보는 활동을 한다. 놀이처럼 진행되는 자연스런 복습과정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좌절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글자에 대한 지식과 모양에 대한 감각을 더 빨리 배워나갈 수 있었다.

 

 5. 새로운 책 읽기

 비슷한 수준이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책을 선택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고 읽어보는 활동을 마지막으로 패턴 수업이 끝난다가르치는 아이 중 기본적인 자모 이름조차 모르는 **이는 수준 평정 그림책도 0수준을 벗어나니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글자를 소리로 읽어내고, 들은 소리를 글자로 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모두 깨치는 한글'이라는 실행 연수(7/4~8/1, 토요일 3시간씩 5)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기초가 전혀 없는 **이에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아 그대로 적용해보았고 지금도 연수 실행은 진행 중이다.

 

 아직도 형 외에는 가족 이름을 쓸 수 없는 **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 책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2학기 개별화 수업에서 수준 평정 그림책의 수준을 올려가며(현재 1수준) 낱자의 소리 찾기로 해독하고, 그 의미까지도 온전히 이해하는 성장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개별화 수업 시간에 읽고 싶다며 가져온 어벤져스 책도 함께 읽으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벌써부터 개학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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