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백초, "목소리가 보이는 라디오"

정승운 문백초 교사 | 기사입력 2020/08/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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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백초, "목소리가 보이는 라디오"
코로나상황 교사를 연결하는 훈훈한 학교 방송
정승운 문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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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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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상황 교사를 연결하는 훈훈한 학교 방송

 

▲ 문백초 정승운 교사는 학교 방송으로 코로나 시기 동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 정승운

 

 

  지난 6월 서울노원초에서 근무하는 후배교사를 만났습니다. 여기저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학교에서 교사들이 방송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안을 했는데, 학교 방송으로 퇴근 방송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도 한 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되었고, 이러한 일로 의기투합할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격려만 하고 그냥 넘겼는데,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고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에서 진행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교직원들이 잘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학교 방송이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교장 선생님과 독대를 하고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학교 방송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에 근무하시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퇴근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떨까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제는 상관없이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5분정도 이야기하고, 5분정도 듣고 싶은 음악을 보내면 10분정도 방송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송 취지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결국 교장 선생님은 흔쾌히 해보라고 하셨고, 부장회의에도 언급은 하겠다고 했습니다.

 

첫 방송은 7월 초의 한 날을 잡았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첫 방송이니까 잘 해야겠지요? 그래야 학교의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의지를 가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리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께 2시부터 30분간 방송점검을 실시하니, 양해바란다고 전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배경음악과 듣고 싶은 음악도 고르고, 이 방송에 대한 의미도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A4 세 장에 걸쳐서 대본도 만들었습니다.

 

방송의 제목은 가안으로 문백의 목소리가 보이는 라디오로 정했습니다. 수업준비와 학생, 학부모 상담을 얼른 마치고, 방송실에 내려와 방송이 가능하게 설치를 했습니다. 부담 안되게 혼자 하려고 했는데, 방송실 담당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네요. 이런 활동은 나 스스로도 처음이라 떨리긴 했습니다. 배경음악이 학교의 방송장비를 타고 학교 곳곳의 공간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각 학교를 돌아다니시면서 모니터링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가칭 문백의 목소리가 보이는 라디오를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많이 참여하고 분위기가 좋냐고요? 사연도 보내주시고, 신청곡도 올려주시지만 아직은 제 개인방송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참여하시는 데 많이 꺼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5분 정도 자기 이야기 하는 것인데 하고 싶은 분들이 좀 있을거라 착각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여러 의견을 주셔서 처음보다는 많이 수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실 스피커로 방송이 나오면 음질도 좋지 않고, 업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녹음하여 전체 메시지로 보냅니다. 그리고 새로 오신 분들, 퇴직하시는 분들, 그리고 축하할 일이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거나 우리 교실로 초대해서 방송을 만들어 학교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의 목표는 우리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소통이 활성화되어 결국 제가 마이크에서 손을 놓는 것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시작은 했으니 일주일에 한 두 번 이라도 라디오를 운영하려는 계획입니다.

 

방송을 진행하는데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지만 의도치 않게 전적으로 문백의 목소리가 보이는 라디오를 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우리 학교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 라디오 방송은 대체로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담아지기 때문에 학급을 넘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상에 민감성을 가지고 접근하게 됩니다. 결국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조금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취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방송 이후 사연소개와 신청곡 제안, 격려의 메시지를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 코로나19 상황에 학교에서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여기에 뜻있는 선생님들이 함께 도모해서 학교 방송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혼자하고 있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분들이 한 두 명이라도 더 계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다음에는 학교 라디오에 대한 더 훈훈한 이야기가 여러 지역의 학교에서 전해지기를 소망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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