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교사 첫 공판, 학생들이 지켜봤다

“더이상 디지털성범죄가 일어나선 안된다.”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8/28 [11:19]

불법촬영 교사 첫 공판, 학생들이 지켜봤다

“더이상 디지털성범죄가 일어나선 안된다.”

김상정 | 입력 : 2020/08/28 [11:19]

 

“역겨웠습니다. 

발언 때에는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단순한 긴장 때문이 아닌 분노와 원망, 뒤엉킨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교사보다 우리가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허망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학내에서 불법 촬영을 해 온 경남 고성 ㅈ고교 A교사에 대한 재판을 방청한 학생의 방청 후기글 일부다.

 

▲ 창원지방법원(형사 단독3부) 218호에서 지난 27일 오전 10 20분 경남지역 학교에서 불법 촬영을 해 온 경남 고성 ㅈ고교 A교사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첫 공판은 해당학교를 졸업하거나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방청했다.     ©창원지방법원 누리집

 

해당 교사의 전임 근무학교를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은 ‘[고성 ㅈ고교] 경남 A교사 사건 대응모임(대응모임)’을 꾸렸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A교사가 엄중한 처벌을 받고 더 이상 학교나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있다. 재판을 방청한 학생들은 상세하게 재판진행상황을 기록하고 방청후기도 남겨 세상에 알리고 있다.

  

해당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 27일 오전 10시 20분 창원지방법원 218호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과정은 학생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포함한 약 20여 명이 지켜본 가운데 진행됐다.

  

A교사의 건조물 침입,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서 A교사 측에서는 검찰 측 증거 제출에 모두 동의했다.

  

검찰 측에서는 ‘△2017년 근무 중이던 고교 체육관 여자화장실 침입 및 카메라 부착/촬영을 하였으나 미수 △2019년 5월경 경남 교육청 학생교육원 샤워실 침입, 카메라 부착/촬영, 비슷한 시기 여교사 샤워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촬영 △2020년 03월~06월 근무 중인 고등학교 1층 여자 화장실에 침입, 5회에 걸친 카메라 설치가 있었으나 미수’ 등 기소 요지를 진술하였다.

  

대응모임은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엄벌 촉구 릴레이 탄원’운동을 진행했다. 탄원에는 경남 고성 ㅈ고교 재학생과 졸업생을 포함하여 총 372명이 공동탄원서에 이름을 올렸고, 별도로 작성된 9개의 개인 탄원서가 25일 재판부(형사3단독)에 전달됐다.

  

공동탄원서에서는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불안 △범죄사실 은닉 △지속적인 불법 촬영 △학생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사회적 지위를 악용한 악질 범죄임 △성폭력특례법 개정 이후 경남 첫 교내 불법 촬영임에 따라 향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사유로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재판방청 후 남긴 후기를 통해 피해자 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후기글에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성범죄 사건에서 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쉽게, 그리고 크게 전달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굳이 피해 대상자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내가 법적 대응 방법에 대해 무지해도, 함께 목소리 내줄 사람이 없어도 누구나 자신의 상태나 피해상황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요구가 담겼다. 대응모임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파악해 경남교육감 면담 등을 통해 지원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재판부에 학생들이 제출한 탄원서에는 학생들이 겪고 있는 피해 상황이 적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럽고, 괴롭고, 황당하고, 고통스럽고, 토할 것 같고, 속상하고, 비참하고, 불안하고, 배신감과 모욕감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3년간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학교와 기숙사였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더 큰 배신감과 절망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도 ‘혹시 내가 찍히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분노, 상실감 등에 소화불량을 앓거나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는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혹시나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며 일상생활에서 마저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학교에서 믿고 따랐던 선생님이 일으킨 범죄이기에 더는 어떠한 것을 쉽게 믿지 못합니다.” 

 

2차 공판은 10월 08일 오전 10시에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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