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단상

앞당겨진 미래?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최혜영 서울위례별초 | 기사입력 2020/08/12 [14:15]

온라인 수업 단상

앞당겨진 미래?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최혜영 서울위례별초 | 입력 : 2020/08/12 [14:15]

 앞당겨진 미래에 부응하는 하루살이 지식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없게 되었다. 교사들은 원격 수업을 해야 했고, 원격 수업은 곧 온라인 수업과 같은 말이 되어 현장을 덮쳤다. 서둘러 온라인 수업 기술을 익혀야 할지, 조금 버티면 끝나는 것인지 고민을 다 정리도 못한 채 무언가 강한 힘에 떠밀려 우르르 어디론가 뛰어가야 했다.

 

여전히 인쇄된 책을 더 좋아하는 나는 이미지나 영상 중심으로 사고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 방식 자체와 맞지가 않아 뭐든 더뎠다. 그동안 해왔던 소통 중심의 수업 방법과 학급 운영을 통째로 바꿔야 해서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온전한 성장과 발달이라는 전인적 교육 목표는 잠시 접어두고, 교과서에 나오는 꿰어지지 않은 낱낱의 지식들을 하루하루 온라인 수업으로 올렸다. 그런 지식조차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것은 쉽게 거세되었고, 몇 시간씩 공들여 만든 내 수업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질 좋은 콘텐츠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볼품없었다. 자꾸만 루저 교사라는 생각으로 우울한 내게 앞당겨진 미래라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방송은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어려움도 있었다. 교사의 모든 말과 글이 온라인상에 공개되어 사상 검증의 대상이 되었다.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의 교육반경은 더욱 작아졌다.

 

 

▲ 긴급돌봄에 참여해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손균자 기자

  

 

온라인 공간을 배회하는 온포자

아이들 문제는 더 심각했다. 점점 벌어지는 학습격차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신선함이라도 있어 수업도 집중해서 듣고 과제도 성실하게 제출했지만 점점 포기하는 숫자가 늘었다. 보호자의 적절한 조력을 받는 경우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의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학습을 지속하기 위한 엄청난 강도의 의지력이 요구되었다.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적극성과 규제력, 자발성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패드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에 더 난감했다.

 

급기야 온라인 학습에 기권하는 온포자(온라인 학습 포기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야 하는 문제, 집중력의 문제보다 훨씬 더 기저에 있는 다른 성격의 문제였다. 기존 교실 수업에서는 산만함이나 폭력성 등이 주로 문제가 됐다면 이제는 각 가정에 고립되거나 방치된 학생, 무기력하고 우울하며 학습 의욕 자체가 없어 쉽게 포기해 버리는 학생들이 더 문제가 되었다.

 

이 아이들에게 제발 온라인 학습 공간으로 나와만 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매일의 고된 업무였다. 온라인 공간 어딘가를 배회하며 공식적인 학습의 공간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아이들의 출현! 공교롭게도 그런 학생들은 보호자와 연락하는 것도 힘들었다. 가정 요인이 그대로 온라인 학습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 효과라는 걸 기대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

 

사교육에 온라인 학습 방기, 무너지는 학교

그런데 재미있게도 온라인 수업을 해태하는 다른 종류의 학생군도 보였다. 소위 싸구려 공교육대신 질 높은 사교육에 집중하겠다는 부류였는데, 이들은 소규모 대면 수업(또는 개인과외)에 집중하느라 온라인 수업을 방기하는 거였다. 그런 탓에 학습 격차는 더 벌어졌고, 가끔은 온라인 수업의 진도가 너무 느리다는 민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학교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학교 현장은 신기할 만큼 조용했다. 온라인 수업은 무사하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여기서 입을 잘못 떼었다간 성실한 동료들에게 민폐가 된다. 그저 나만 온라인 수업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퇴출 0순위 교사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들이 분명 곳곳에 있었으리라!

 

     © 정평한

 

 

 

'즐거움 한 스푼'도 안전에 갖힌 대면수업

그러다 대면 수업을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에 딱 한 번이지만 아이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그저 고마웠다. 그러나 등교일이 다가올수록 고민은 더 깊어졌다. 첫 대면 수업, 아이들과 정말 힘들게 만나게 된 이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실제 방역도 정말 중요하고, 책임추궁을 피해야 하니 예방수칙 안내와 충분한 연습도 필요했다. 그간 진행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진단과 피드백도 중요하고, 처음 만난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학교 오니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싶었다.

 

그러다 내가 내린 최종 결정은 '즐거움 한 스푼'이었다. 그래서 좀 놀았다. 그랬더니 누군가는 벌써 친해진 느낌이라 했고, 또 누군가는 선생님, 우리 반만 노나 봐요.” 라고 놀라워했다. 그 말에 슬쩍 다른 교실을 둘러보니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 대화도 없고, 다들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하고 있다.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에도 자리를 이동하거나 말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어쩌다보니 놀이가 있는 교실은 이제 급진적인 교실이 되었다.

 

코로나-19'안전'이라는 프레임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주된 업무가 감시와 통제의 역할이라고 왜곡시킨다. 학급은 더이상 소통과 협력의 공동체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기에 통제하기 가장 좋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든 건 출석번호 순서로 움직인다.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충분히 질서 있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 대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며 늘 줄을 세운다. 예전엔 아이들과 의논하며 정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이미 다 정해진 채로 하달된다. 낡고 불편한 방식이 공포를 타고 교실 안까지 밀려들어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 어느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참 평화로웠다고. 그 말이 참 씁쓸했다. ‘평화라니.

 

 

▲ 교실에서 신이난 아이     ©교육희망 자료사진

 

  

죄짓는 기분,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대면수업이 몇 차례 진행되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벌어진 학습격차를 어떻게든 보완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 1회 등교하는 아이들과 그런 시간을 갖게 되면 결국 조용히 책상에만 앉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게다가 관계 맺기 활동 같은 것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방역의 문턱도 높았지만 오전 수업만 끝내고 돌아가는 아이들과 넉넉하게 놀이를 할 만한 시간 자체도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모처럼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 수업에서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분 단위로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그래야만 시간 운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빠뜨리는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계획한 것을 모두 끝내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어느 선배 교사는 이런 상황이 죽도 밥도 아니고, 무슨 죄짓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방역 문제, 그간 진행한 온라인 학습에 대한 피드백과 학습 격차 해소,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면 평가, 그러면서도 대면 교육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이든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교사들은 책무성의 방향을 정리하지 못한 채 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어떤 책임도 다하지 못한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수업의 한계는 분명히 확인되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는 용감한 선언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학교와 교사가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배우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것은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곧 학교와 교사의 사명에 관한 이야기다.

 

감염병의 시대에도 대면 교육이 가능하도록 이제라도 작은 학교와 작은 학급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시수를 줄이고, 교육과정이 대강화된 형태로 제시되어야 실질적인 내용 감축이 가능해진다. 공동으로 책임지며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 민주주의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미래 교육은 대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덕에 이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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