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공화국인가?”

2013년 국제중 부정입학 사건 통해 본 ‘삼성일가의 부끄러운 민낯’

김형태 기자 | 기사입력 2020/07/06 [17:56]

[기고]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공화국인가?”

2013년 국제중 부정입학 사건 통해 본 ‘삼성일가의 부끄러운 민낯’

김형태 기자 | 입력 : 2020/07/06 [17:56]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그동안의 삼성 수사(17개월 수사, 110명 소환조사, 20만 쪽 의 수사기록)를 뒤집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공화국인가?”하며 허탈해 하고 있다.

 

왜 세월이 흘러도 삼성과 그 일가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을까? 

 

▲ 2013년 영훈국제중 비리를 비롯해 대원국제중에서도 성적조작 및 회계부정 고발이 이어졌다.      © 전교조

 

필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이었던 2013년 국제중 비리를 파헤치면서 언론으로부터 국제중 저격수라는 별명과 함께 삼성과 싸워 이긴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긴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인 이 아무개 군이 학교를 자퇴하는 것으로 모든 게 덮였다.

 

201212월과 20131월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영훈초 6학년 졸업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분명 우리 아이보다 공부를 못하는데, 이건희 회장 손자인 이 아무개 군은 국제중에 합격하고 우리 아이는 떨어지고... 이게 말이 되나요?” 라는 말이 나오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즈음 한겨레 신문이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하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특종에 거의 모든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 자녀의 국제중 입학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학부모가 영훈국제중에 비리가 있다며 의원실을 찾아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이곳저곳에 하소연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의 자녀는 영훈국제중에 일반전형으로 응시했다가 떨어졌는데, 얼마 후 학교 측에서 입학 의사를 묻는 전화를 해왔고,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요구해 현금을 줬다고 했다. 이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교육청과 학교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감추려고만 했다.

 

영훈국제중 입학생의 출신학교를 살펴보면 영훈초 출신이 나머지 학교를 압도했다. 보통 한 초등학교당 1~2, 많으면 3~4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는데 비해, 영훈초는 약 20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고 있었다. 2013학년도의 경우 비경제적 사배자 16명 가운데 6명이 영훈초 출신이었다.

 

사배자 전형기준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당초 2010년도까지는 자기소개서 5, 학교생활기록부 및 생활통지표 65점이었으나, 2011년부터는 학습계획서 15, 2012년에는 자기개발계획서 15점 등으로 배점 기준이 달라졌다. 왜 바꾼 것일까? 의문에 꼬리가 더해졌다. 객관적인 성적보다 다분히 주관적인 계획서등의 배점이 높아진 것으로 보아 특정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배점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의 합리적 의심은 교육청 감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상당수 사실로 드러났다. 이사장과 학교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2009~2010년 신입생 추가 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으로부터 총 1억 원을 수수했고, 2012년2013년 신입생 선발 시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거나 불합격시키기 위해 무려 867명의 성적을 조작했다.

  

탈락권인 500등 밖의 6명 학생에게는 주관적 점수 만점을 줘서 합격권으로 끌어올린 반면 합격권 안에 있는 학생 중에서 부적격자로 판단한 학생들에게는 1점이라는 최하점을 줘서 떨어뜨렸다. 사실상 부모의 배경을 보고 학생 골라 뽑기’, ‘학생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이 부회장 아들의 점수집계표를 보면, 교과성적이 45.848점이었다. 반면 자기계발과 추천서는 50점 만점이었다. 교과성적이 45점대라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합격권은 아니었다. 국제중의 합격권은 교과성적이 49점대다. 이 부회장의 아들 이 아무개 군은 성적조작을 통해 주관식에서 점수를 만회한 것이었다.

 

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의 영훈초 재학시절, 당시 4800만원 상당의 컴퓨터 50여대를 학교에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같은 법인인 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닐까 싶어 계속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보수집단의 정치공세를 넘어 나에 대한 자격심사, 사퇴 압박, 의원직 제명 등 과도한 인신공격과 신상털기가 이어졌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와 결심으로 회유와 압박에 아랑곳없이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사실을 기자들 앞에 공개했다.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주관식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영훈국제중에 합격한, 이 부회장 아들이 포함된 사배자 전형 점수집계표를 공개한 것이다.

 

기자간담회 다음 날 이 부회장은 교육청의 감사 결과 등에 상관없이 학교를 다니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와 해외의 학교를 알아봤다면서 최근 일고 있는 부정입학 의혹이 자퇴의 계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빈축을 샀다.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 사건에도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인 삼성(기업)이 왜 가해자인 이 부회장을 위해 저토록 애걸복걸 애쓰는지, 그 모습이 눈물겹다 못해 안쓰럽다. 삼성 임원진 눈에는 오너만 보이고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것일까?

 

이 부회장 역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는 말을 가슴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 이제 특권을 이용한 반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통해서도 안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면서 왜 그런 구시대적 악습과 악행을 버리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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