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된 관료주의에서 발견한 희망

포스트 코로나, 고질적 교육문제 해결 계기로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7/14 [17:03]

'셧다운'된 관료주의에서 발견한 희망

포스트 코로나, 고질적 교육문제 해결 계기로

강성란 기자 | 입력 : 2020/07/14 [17:03]

사상 초유의 네 차례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 온-오프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까지 코로나19를 겪으며 나타난 교육현장의 변화를 토대로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2일 국가교육회의가 진행한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위한 현장포럼'에 참여한 교사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교자치의 의미와 현재 상황, 자치를 지원하는(혹은 가로막는) 시스템의 문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발성을 끌어내는 시스템과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발표한 민천홍 강원 남산초 교사는 기약 없이 휴업이 연기되면서 초조했던 교사들이 온라인 개학 방침이 발표되자 다양한 원격수업 방안을 모색하며 자발적 움직임을 이어간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은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발적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학교가 멈추자 교육부를 위시한 기존의 관료주의적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셧다운' 되었고 이는 교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로 교육주체들의 자발성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과정, 시수, 평가, 서열화 공방을 넘어 '학생이 성장하는 배움'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미래 교육 시스템을 고민할 때라는 점도 덧붙였다.   

 

 김미영 경기 응곡중 교사도 "교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공허한 이유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도, 방역업무 부담도 아닌 우리 교육의 이유가 평가와 입시로 귀결되는 현실"이라는 말로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온라인은 평등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원격교육이 시작됐을 때 기자재 보유 여부, 가정 내 온라인 수업 도움이 가능한 보호자의 부재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 극명히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해소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교육격차가 확인된 만큼 교육부가 해결방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19 상황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교육개혁 과제를 찾자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등교수업 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코로나 이전처럼 운영되면서 교사들은 주요 교과 중심의 진도 빼기식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습결손을 겪게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부족한 등교일수로 인한 배움의 공백 속에서도 평가는 공백없이 치러지고 있는 상황과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나 후속 지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도 설명했다.

 

 초등특수학급 학생 등의 경우 온라인 학습 효과가 저조하고, 맞벌이· 다문화· 저소득· 한부모 가정 등은 학생의 원격수업을 도와줄 보호자의 여건에 한계가 있어 이들에 대한 학습결손 지원책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 차원의 교육과정 경감책을 낼 것"을 촉구했다. 현 상황에서 학교급 및 교과별 적정 진도를 파악하고 안전한 방역 환경 속에서 가능한 수업량으로 조정책을 마련해 학습결손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중고 국가교육과정에서 과목별 내용 체계상 학년(군)에서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하고 이를 단위학교에 보급할 것을 요구했다. 

▲ 쉬는 시간 각자 공기돌로 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교육희망 자료사진

 

 나아가 감염 위험도나 학부모 설문 결과를 토대로 계획한 현행 등교수업 일시를 '학습의 연속성, 학생의 발달, 교과별 요인 등을 고려해 학습 능률의 관점에서 조정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조사와 연구 결과를 교육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격차 심화 문제에 대한 대응은 개별 가정과 학교현장에 '알아서 잘해 보라'고 맡겨져 있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지난 수 개월간 배움을 멈출 수 없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대응해 온 정책들이 교사, 학부모에게 실효성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교육당국은 이 같은 교육현장의 요구는 외면한 채 포스트 코로나 대비 교육 분야 한국판 뉴딜, K-에듀 등을 내세워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 내용을 살펴보면 초중등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에 2708억 원, 교원 쌍방향 수업환경 구축 등에 33억 원을 배정하는 등 예산의 대부분을 원격수업에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7일 '포스트 코로나19 : 사회와 교육의 변화, 방향, 가능성'을 주제로 연 국제웨비나(웹+세미나)에 참여한 교육학자 앤디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 전 보스턴칼리지 린치스쿨 사범대학 연구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나라의 부모들이 가정에서의 학습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다양한 기기 속에서 얼마나 산만해지는지를 알게 되었고, 교사의 돌봄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면서 "정부의 돈이 사기업의 활동을 증진시키고 학교 밖 국민들의 기술 접근성의 편차를 키우면 안 된다."는 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 대안의 핵심이 원격교육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코로나 이후 몇 년간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공적인 모든 교육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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