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성과지상주의가 몰고 온 죽음

권영국 변호사·진상조사단장 | 기사입력 2020/07/14 [11:36]

[희망칼럼] 성과지상주의가 몰고 온 죽음

권영국 변호사·진상조사단장 | 입력 : 2020/07/14 [11:36]

  지난 4월 8일 장래를 촉망받던 이준서 신라공업고등학교 기능영재반(기능반) 3학년 학생이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합숙 훈련 중 학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학교는 처음부터 준서 학생이 무슨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진상을 알려고 하기보다 학교 책임이 없다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었다. 학생에게 가정문제가 있었다거나 파트너와의 불화가 있었다는 말을 앞세웠다. 기능훈련에 대해서는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여 자율성을 보장하였고 강요나 물리적인 강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학교가 보여준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죽음의 배경과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진상조사단을 자임한 이유였다. 

 

 이 사건은 성장기에 있는 학생을 보호하고 이들의 인격적 발전을 지원해야 할 고등학교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결코 불행한 일로만 추모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직업계고에서 기능반 운영을 통해 기능경기대회 상위권 입상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늦은 밤까지 반복적인 훈련으로 학생들을 혹사하고 메달 수상자 이외의 대다수 학생을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진상조사 결과, 이준서 학생은 기능반을 그만두고 싶어 했으나 끝내 실패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준서 학생의 죽음은 기능경기대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규반이 아닌 특별반(기능반)을 운영하고 기능반 학생을 일반 학생들과 다르게 '관리'해온 신라공고의 차별적인 교육행위와 이를 용인해온 경북도교육청 및 교육부의 차별적인 직업계고 교육정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업계고에서의 기능경기대회 성적은 인문계고의 '스카이' 대학교 합격률과 유사한 측면을 갖는다. 기능경기대회 메달의 수와 색깔에 따라 학교의 명성과 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메달을 따기 위한 양성 공간이 바로 기능반이었고 기능반에는 학교의 예산과 지원이 집중되고 소속 학생들의 일탈행위마저 묵인되었다. 선배들에 의한 도제식 지도는 선후배간 강한 위계구조를 만들었고 특별반의 폐쇄적인 운영은 선배에 의한 괴롭힘과 폭력을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폭력은 대물림되게 마련이다.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해진 폭력과 죽음이 결코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성과지상주의가 갖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닮아있다. 

 

 기능경기대회에서의 메달 획득이 직업계고 교육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학교는 '기초지식의 함양'과 '전인적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로부터 멀어져왔다. 기능반 중심의 직업계고 학교 운영의 문제점은 메달 수상자 이외의 대부분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수혜 당사자들도 예상과제에 대한 기계적 반복 훈련에 매달려 적정한 교육을 받을 학습권과 올바르게 성장할 건강권을 침해받고 창의적인 기술인으로의 성장가능성을 오히려 봉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당면하고 있는 직업계고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까 한다. 소수 정예를 선발하고 이들의 성적을 통해 학교의 명성을 드높이고 차별화하려는 교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수를 소외시킬 뿐만 아니라 수혜 당사자들에게도 고통과 차별을 감내하게 만든다. 

 

 이제 이준서 학생이 탈출하고 싶어했던 기능반 중심의 차별적인 직업계고 교육현실, 이를 용인해온 경북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교육정책, 그리고 성과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봐야할 때다. 기능반을 폐지하라. 그리고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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