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교육현장 특수성보다 법적 권리가 앞선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 | 기사입력 2020/07/14 [11:13]

육아휴직, 교육현장 특수성보다 법적 권리가 앞선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 | 입력 : 2020/07/14 [11:13]

  2009년 A 교사는 첫째 아이 육아휴직 중 둘째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휴직 중 출산휴가는 불가능하므로 육아휴직 복직 신청을 했다. "학기 단위 휴·복직 허가"라는 교육청의 지침과 업무 매뉴얼을 근거로 학교장은 복직 신청을 반려했다.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유산 또는 자녀 사망인 경우에만 학기 중 복직이 가능하다. 3개월 출산휴가는 유급휴가이므로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지만 이쯤 되면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A 교사는 '복직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청구했다.

 

 소송의 쟁점을 살펴보자. 교육청의 주장은 학생의 학습권 보장,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 평가의 일원성, 생활지도의 연속성, 방학 중 방과 후 활동, 대체 교사의 근로권 보장 등을 위해 학기 단위 휴·복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심, 2심 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2012두 4852. 2014.6.12. 고)대법원은 교육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복직반려처분은 자유롭게 분할하여 원하는 시기와 기간에 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된 법령에서 정한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업무 매뉴얼은 학교장에게 행정 절차를 안내하기 위하여 마련한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하므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학기 단위 휴·복직 지침은 위법이라 판단했다. 출산휴가는 모성보호를 위해 법령에서 보장하는 특별휴가이므로 휴가사용을 위해서는 복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업무 매뉴얼이 헌법 36조에 명시된 모성보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현장 교사가 교육청을 상대로 끝을 알 수 없는 법정 투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은 모성보호를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임을,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 책무라는 점도 확인했다. 교육청의 학기 단위 휴·복직 지침은 헌법, 남녀고용평등법, 교육공무원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B 교사의 육아휴직 중 출산휴가를 위한 복직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대해 2014년 9월 25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대법원과 같은 논리로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냈다.

 

 대법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육청은 지침을 변경하지 않았다. 전교조 교권지원실에는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2015년 7월 전교조 본부는 해당 교육감에게 학기 단위 휴·복직 지침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9월 1일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교육감과 교육장 전원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겠다는 거센 내용의 공문이다. 해당 교육청은 "육아휴직을 원하는 일자에 휴직을 허가하되, 휴직 종료일은 학기 말"로 지침을 변경했다. 반쪽만 개정한 것이다.

 

 2020년 해당 교육청은 또 다른 소송에 휘말렸다. 2년 가까이 육아휴직 중이던 중학교 남교사가 학기 중인 12월 복직을 신청하자 불허한 것이다. '휴직 종료일은 학기 말'이라는 교육청 지침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교육부 역시 해당 교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학기 단위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지침을 폐기했다. 

 육아휴직은 다른 청원휴직과 달리 신청이 있으면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사유로 인사상의 불이익은 금지한다. 교육공무원법의 규정이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에서는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교육청은 법령의 취지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출산·육아는 여성과 가정의 몫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과제라는 인식은 보편적 진리다. 교육청이 강조하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학생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출산과 육아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오랜 기간 모성보호를 외면한 교원의 육아휴직 관련 지침을 고수하고 있는 전국 유일한 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임을 정중하게 밝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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