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입시가 중합니까, 목숨이 중합니까

정은균· 군산 영광중 | 기사입력 2020/06/05 [10:59]

[희망칼럼] 입시가 중합니까, 목숨이 중합니까

정은균· 군산 영광중 | 입력 : 2020/06/05 [10:59]

지난 5월 29일 교육부가 변경된 등교 지침을 발표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도권 학교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유 ㄱ 초 ㄱ 중학교와 특수학교 학생 3분의 1 이하만 등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었다. 고등학교는 등교 학생 수 제한선이 3분의 2로 조금 달랐다.


 고교생을 한 명이라도 더 학교에 등교시키려는 정부 당국의 입장이 고교 공교육의 당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5월 21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코로나 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 입시 일정과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때 박 차관의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를 접하면서 지금 정부 교육 당국자들이 전국 학교에 대해 갖는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고 3은 코로나가 건드릴 수 없거나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대학 입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입시 지상주의자들의 걱정이나 진정성을 믿는다. 그들은 5월 30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질병관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고백한 다음과 같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방역당국의 실무자로서 솔직한 심정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시설이나 장소는 사실상 장기간 운영 제한이 불가피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야말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가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등교해야 하는 고 3은 빽빽한 교실이 아니라 다른 여유 있는 장소에서 수업을 하나. 교육부는 방역 당국자의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처음 등교 개학 문제가 이슈가 되었던 4월말경 언론 보도들을 일별해 보면 감염병 전문가들이 등교 개학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등교 개학 문제가 코로나 이슈의 최전방에 섰다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중3 ㄱ 고3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 문제라는 "현실적인 문제"(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 같은 정부 당국자들이 쓴 표현이다.)를 좀 더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시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노동자나 가게가 부도 난 영세자영업자, 소득이 멈춘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떠안고 있는 것보다 더 절박하게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까. 그들은 생존의 절벽을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다. 5월 4일 교육부가 등교 개학 시기와 일정을 발표할 때, 나는 고 3과 중 3 학생들을 등교 개학의 맨 앞자리에 놓은 교육당국자들에게 묻고 싶었다. '학생들 입시가 중합니까, 목숨이 중합니까.'


 감염병 전문가들의 판단이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적어도 전염병에 관한 한 그들보다 더 많은 사실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임을 고려할 때 등교 개학 문제도 방역당국이나 전염병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는 대신, "현실적인 문제"의 불가피함에 호소하면서 등교 개학을 강제시킨 정부 당국의 처사는 비겁하고, 어찌 보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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