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착취를 주도한 10대, 뒷이야기와 그 후

[지상중계] N번방…그리고 우리의 교육은?

김상정 | 기사입력 2020/05/29 [20:35]

디지털 성착취를 주도한 10대, 뒷이야기와 그 후

[지상중계] N번방…그리고 우리의 교육은?

김상정 | 입력 : 2020/05/29 [20:35]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주최로 ‘N번방과 일베, 그리고 우리의 교육은?’토론회가 528일 오후 630분 전교조 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N번방을 심층 취재하고 보도해 온 김완 기자(한겨레 신문 사회부)가 취재와 그 뒷이야기를 하면서 토론회가 시작됐다. 교육희망은 이날 열린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N번방 취재, 그 뒷 이야기 "우리 애가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데"

인천의 한 고등학생이 한국 최대 규모의 텔레그램 링크 공유방 그룹의 방장(9천명)이며 동시에 아동 포르노를 공유하는 그룹을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짧은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 됐다. 취재 과정에서 김완 기자에게 오래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건 학생이 아닌 학부모와 통화를 하면서 듣게 된 말이다.

 

우리 애가 얼마나 공부를 잘 하는지 아냐? 입시 앞두고 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 자신의 아이가 9천 명을 거느리며 성착취 범죄를 벌이고 있는데 그 부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 말이었다.

 

박사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상을 캤고,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영상을 찍었다. 노예녀로 불리는 피해자는 신상이 특정되면서 구체적인 여성의 삶과 인격이 파괴되는 상황은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끝내 모든 것이 파괴된 피해자가 기기묘묘한 동영상을 인증하면 하나의 범죄가 끝났다. 가해자들은 이른바 인간 사냥을 마쳤다는 쾌감을 나눈 후 또 다른 피해자를 갈구했다. 십수 개에 달하는 박사방을 운영하던 박사는 그 세계의 중심이었고 피해자를 협박해 찍은 영상을 금액에 따라 입장 자격이 나뉜 대화방들에 유포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여성을 두고 나누는 대화에는 윤리 감각도 최소한의 행동규범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피해자들을 말로 살해하며 성착취 영상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김완 기자가 취재를 위해 들어간 성착취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텔레그램 방에서 목격한 광경이다. 그는 취재과정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가 박사로 대변되는 누군가가 악마여서 벌어지는 문제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깨달았다고 했다. 모두 함께 모여 잔혹한 성범죄를 지지르고,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은 ‘N번방’. 김완 기자는 어릴 때부터 성착취 문화를 익숙하게 접하고 거부감없이 자라오고 그것이 착취인지도 모르고 관람했고 성착취 사건을 피해자 이름으로 명명하며 낄낄거려왔던 그것이 오늘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범죄를 가능하게 한 토대였다. 그 토대에서 우리가 살아왔고, 박사방이, N번방이 생겨났다.”라고 분석했다.

 

내가 한때 텔레그램에 모여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성착취를 저질렀지만, 젊을 때 잠깐 거기서 그랬지만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로 끝내지는 말아야겠다고, 그들이 그 감각을 공유하면, 훗날 우리가 마주해야 할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할지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박사는 검거됐다. 하지만 여전히 성노예 동영상, 성착취물을 기다리는 평범함관전자들은 흩어지지 않고, 또 다른 조주빈들은 오늘도 생겨난다. ‘조주빈류들이 잡혔을 뿐,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상제작이 아닌 단순 관람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분리한다.”라면서 언론과 수사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과 수사기관만 뒤늦게 알았을 뿐 오래전부터 온라인 성착취 범죄는 계속되어 왔고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 그리고 엄정한 수사와 엄벌, 또한 주범자들을 엄벌하는 것 못지 않게 그 방에 가입했던 회원들을 모두 확실히 처벌하는 것만이 예방의 시작이다. 이 행위가 범죄이고, 사회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는 걸 26만이 아니라 260만 명이더라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빈에 대한 엄벌과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했던 800만 명에 달했던 청원 행렬. 결국 박사를 잡은 힘은 이 문제를 계속 공론화했던 젊은 여성들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들의 간절함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직시하고 부디 이번부터는 제대로 된 응답을 할 수 있길 기원한다라면서 ‘N번방 취재, 그 뒷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발제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을 끈을 놓지 않았던 토론참가자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토론회는 오마이 tv에서 실시간 생중계되었고 채팅창에는 상상이 안되는 끔찍한 사건이다.”, “모두 신상공개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라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강간문화, 성접대, 룸싸롱, 여성을 상품화하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성착취문화가 그대로 디지털 세계에서 10대들을 중심으로 범죄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던 김 기자는 기성세대를 향해 그런 짓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할 자격이 1도 없다고 일갈했다.

 

N번방 그후, 뿌리와 근절 방안

 

신호승 대화의 정원 대표는 모든 남자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두려움을 끊임없이 생산하면서 여성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옥죄고 있는 뿌리 신념을 가부장제라고 봤다. 무수히 많은 남성들이 성착취 동영상을 쫒아다니며 보고 있는데 누구 하나,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풍토를 지적하며, 폭력적인 행위가 벌어졌을 때, "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한국적 상황 속에서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학교 안에서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N번방 사태를 결국 권력의 문제다.”라고 바라보면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안에 있는 지배와 굴종의 문화를 어떻게 협력의 문화로 바꿀 것이냐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하나 도입할 일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호승 대표는 그것을 해내는 주체가 학교 안에서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학생도 함께 가지만 동력을 추동해내는 것은 교사들이며, 동료성을 가지고 학교 안에서 지지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엄정한 처벌은 사법부의 일이고 국회에서는 법이 통과됐으며 경찰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교육부에서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문화와 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떻게 사회적 성찰과 배움으로 전환해야 될 것이냐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의사가 바라본 열려진 N번방, 열려야 될 마음

N번방 사안을 의사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단할 수 있다면 치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진단이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의학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이 있다. 그는 이생망의 고통이 자해하는 삶, 중독된 삶, 은둔, 비행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성과 연결이 되어서 지금의 사태로 귀결이 된다고 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안전과 건강으로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치료, 돌봄이 절실하다. 또한 성착취 피해자라는 용어보다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고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인 생존자로 규정하는 관점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사와 치료적 접근은 생존자들이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생각 멈추기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나이가 10대인 것을 성착취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봤다. 2005년에 나온 논문에 의하면 인터넷 익명성이 하나의 축이 되고 성에 대한 조기 경험, 컴퓨터 기술, 성적 판타지, 위험을 감수하려는 청소년의 특성들이 합쳐져서 성착취 가해자이자, 유통자, 이용자가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들에 대한 예방적인 조치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독일의 사례처럼 우리 나라도 1차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온라인 광고 및 캠페인을 하고 성범죄자들의 치료도 대중에게 노출시킨다. 

또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와 책임이 필요하다며, “2018년 유네스코에서 나온 포괄적 성교육을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서 젠더 및 폭력에 대한 이해, 몸에 대한 이해, 관계에 대한 이해를 다 아울러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제안하는 대책이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면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사들의 바라보는 N번방, 그리고 해결 과제

 

안혜정 휘봉고 교사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한 장면을 통해 교실 내에서 폭력상황을 보고도 제지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는 죄책감도 느끼고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아무 행동도 일어나지 않는 현상은 어디서부터 근원한 걸까?”라는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안 교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참혹한 폭력이 나쁜지도 알고 피해자의 고통도 알고 있지만 용기가 없어서 방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관에 대한 죄책감, 스스로 비겁한 인간이라는 자기혐오, 함께 방조했던 친구에 대한 혐오는 이 상황을 만든 피해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폭력이 가혹할수록 공포가 더해져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은 마비된다는 것이다죄의식과 자책감의 반복은 자기 합리화로 진행되어 가해자에 대한 동경이나 흠모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세상에 대한 냉소로 바뀌고, 자신이 받았던 부당한 폭력에 대한 분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과 폭력성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현상에서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비판적 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는 공감,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를 검토해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지 못한 채, 살인적인 경쟁과 과중한 학습노동으로 정신적인 탈수 상태가 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현실을 짚었다.

 

N번방 사건 또한, 본질적으로 약자에 대한 억압과 혐오, 힘에 대한 숭배가 만든 잔인무도한 집단 폭력이고, 주도범들이 힘을 통해 상대를 지배하는 것에 얼마나 흥분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배려받고 존중받으며, 자신이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인 것을, 그래서 그 누구도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방어할 수 있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존엄을 존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학교에서 몸으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갈등과 긴장을 해결할 때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토론과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된 규칙을 정의롭게, 공정하게 행사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라면서 학교가 민주적이고 정의롭고 평화롭고 행복한 곳이어야 학생들의 삶 또한 그렇게 된다.라는 말로 대안을 제시했다.

 

권종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N번방에서 일어난 디지털 성범죄는 혐오와 폭력’ 문화가 성착취로 변태를 일으킨 것으로 봤다그러면서 폭력과 혐오를 극복하는 핵심 덕목으로 공감과 이해를 꼽았다.

 

권 교사는 이를 위해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데 입시와 선발’ 중심인 현실을 지적하며, 경쟁적 교육제도는 폭력과 혐오를 유지하고 발달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학교가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때 비로소 일베와 N번방이 또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 신현고 교사는 피해자의 이름으로 명명되는 사건들, 유명한 여자연예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가출한 여중생이 등장하기도 했던, 킥킥대며 봤던 동영상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가해자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피해자와 자신을 철저하게 분리해왔던 사회를 꼬집었다. 또 고통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라면서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상황의 피해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감각과 소망을 가진 존재임을, 같은 인간임을 거듭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N번방의 피해자를 향해 “얘들아 괜찮아, 인생은 길고 너는 소중하단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종섭 성사고 교사는 “N번방과 일베에서 드러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학교의 역할과 책임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학교가 교육과 학생의 삶에서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 있다고 보거나 책임져야 한다는 만능론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학교와 가정,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학생들 내면에 쌓이는 불안과 두려움, 화와 스트레스가 다른 곳으로 분출되기 십상인 상황에서 등교가 시작됐고, 실제 확진자 또는 의심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문제에 더해 숨겨져 있던 혐오와 공격성, 폭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심리적 안전망에 주목해야 한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함께 살자라는 공감과 공존의 표현과 노력이 빛을 발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치유가 근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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