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부는 고 이준서 학생이 울린 경종 무겁게 받아들여야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운영자 | 기사입력 2020/05/23 [09:13]

기고/ 교육부는 고 이준서 학생이 울린 경종 무겁게 받아들여야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운영자 | 입력 : 2020/05/23 [09:13]

늦은 밤 학교에서 가정으로 울리는 전화는 흔한 일이 아니다.

 

 

고 이준서 학생의 유가족은 지난 48일 밤늦은 시간에 받은 전화로 하늘이 무너졌다. 그는 코로나 19로 학교가 휴업 중인 상황에서도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 훈련을 강행하던 중 사망했다. 한국교육의 가장 아픈 지점을 돌아보게 해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

▲ 고 이준서 학생이 사망직전까지 기능대회 준비를 하던 자리에는 시든 국화꽃이 놓여있다     ©전교조 제공

 

 

사건 이후 지난 13일 해당 학교를 방문한 뒤 교사로서 나는 부끄럽고 원통한 심정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능대회는 교육이라는 이름은 괴물이었다. 무엇을 위한 기능대회인가? 이준서 학생은 메달 경쟁을 위한 가혹한 훈련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해당 학교는 관행적으로 운영하던 기능반 활동이 비교육적 행위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513일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전국단위 경주 S공고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죽음의 원인 밝히고 교육부의 직업교육 정책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출범했다. 출범 기자회견은 고인이 통곡하던 곳, 경북 ㅅ고 정문 앞에서 이루어졌다.

 

공대위 내 진상조사단이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가면 조금씩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기능훈련 준비과정에서 지독한 훈련이 있었고, 청소년 시기에 종합적으로 배워야 할 교육이 아닌 기능반 활동이 학생 학교생활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또한 또래 소집단이 가지는 문제가 기능반 내부에서 다수 발견되었다. 동 학년 간, 기능반 선후배 간 위계적 갈등 같은 관계 문제가 더해지면서 소집단만이 전부였던 고인의 어려움은 커졌다. 단절된 관계와 이로 인해 증폭된 상황의 어려움이 그를 심리적 한계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 교육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13일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훈련을 하던 중 사망한 고 이준서 학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학교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 제공

 

 

사건 전인 325일에는 기능경기대회 앞둔 부산 고교, 휴교인데 몰래 합숙 훈련 적발이라 기사나 나왔다. 42일에는 경북 8개 학교, 코로나19 사태에도 기능대회 준비로 학습시켜라는 보도가 또 다시 기능반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렸다. 하지만 이때까지 교육부의 직업계고 관련 지침은 온라인 개학 시기에는 전공 이론 수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등교 개학 이후에는 실습수업을 집중 실시한다.’가 전부였다. 익명을 요구하는 교육부 직원은 위 신문 기사를 접하고 긴급하게 시도교육청에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해줄 것을 구두로 요청했다고 한다.

 

48일 사고 이후에도 학교는 중단없이 기능대회 준비훈련을 하였다. 424일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 198개 학교 중 약 50개 학교에서 학생이 등교를 중지하지 않고 기능반 훈련을 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심지어 514일 시점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도 최소 14개 학교가 기능반 학생이 학교에 등교하는 형태의 기능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선으로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경북 ㅅ고등학교 기능반 고 이준서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알 수 있는 증거를 하나를 제시하겠다.

 

 

201910월 숙박 시설에서 현장실습이라 명목으로 취업 아닌 취업을 한 직업계고 학생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후 교육부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에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고용금지 업종 등에 현장실습을 보내지 않도록 안내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2017청소년 고용금지 숙박업소에 실습생 파견 뒤 취업 자랑이라는 기사가 나오자 교육부는 숙박 시설의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겠습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내고 실습교육을 위한 청소년 호텔근무가 가능해진다.’면서 46일까지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직업계고 학생 보호 방안을 요구하자 직업계고 학생을 위험한 일터로 내몰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은 국회가 만든 청소보호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유는 청소년 일자리 정책이라고 한다. 학생 안전과 취업률 중 취업률을 선택한 것이다. 그 취업처가 안정적인 형태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는 기능대회를 위한 기능반 훈련이 학생들의 취업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방식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교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합숙까지 하면서 기능연마를 했다고 교육부는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가 현실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은 명백하다. 지금까지 기능반 고 이준서 학생 사건을 대하는 교육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 25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3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는 2020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부 제공

 

 

고인이 죽은 지 44일인 522일에서야 교육부는 실습 및 고졸 채용 기업 인센티브 확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19로 위기에 몰린 직업계고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 발표에는 기능대회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이 한 줄 올라가 있다. 메달 경쟁으로 내몰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훈련해야 했던 고 이준서가 온몸을 던져 경종을 울렸던 현실에 44일만에 교육부가 낸 한 줄 대책은 비현실적이고 낭만주의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현실은 비정하고 비참하다.

 

교육부는 직업계고 고등학교 학생을 진정 학생으로 보고 있는가? 기능반 활동이 취업과 연계되지 않은 이유가 기업이 채용에 소극적이어서였던가? 그동안 기업이 고졸 취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인센티브가 없어서가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교육부의 낭만적 전망과 탁상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학생 발달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고인을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현실 세계로 강제 소환해야하는 지금의 현실에, 학생을 중심에 두지 않은 교육부에 나는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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