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하루 전, 고3들의 수다

신종플루·세월호 참사·메르스·코로나19 겪으며 안전이 우선

강성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5/20 [04:07]

등교 하루 전, 고3들의 수다

신종플루·세월호 참사·메르스·코로나19 겪으며 안전이 우선

강성란 기자 | 입력 : 2020/05/20 [04:07]

오늘이라도 등교가 미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굳이 학교에 갔다가 아프고 싶지 않죠. 아플 위험을 감수하며 대학을 가야 하는지, 위험이 덜 할 때까지 등교 날짜를 조정하면 안 되는지,…… 본인들이 학교 갈 것도 아니잖아요.”

 

고등학교 3학년 등교수업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2시 등교 전 마지막 원격수업을 마친 세 명의 고3 학생을 만났다. 초등학교 친구인 이들은 현재 일반고와 자립형사립고에 다니고 있다(이날 함께하기로 한 특성화고 친구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A고교(일반고) ㄱ 학생은 아침 8시 반에서 9시 사이 출석 체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과목별로 EBS 등 동영상을 수업시간 50분 분량에 맞춰 제공하기도 하고, 해당 주제에 맞는 영상을 1교시에 1시간 이상 분량으로 제공하는 과목도 있다. 짧은 영상과 함께 과제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시간 수업은 없다.

 

B고교(자사고) ㄴ 학생도 아침 8~9시 즈음 출석 체크를 하고 시간표대로 강의 영상을 시청한다. 교사들이 50분간 실제 수업처럼 영상을 직접 촬영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대부분의 수업이 실시간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C고교(자사고) ㄷ 학생은 실시간 수업을 모두 마치고 오느라 인터뷰 중간부터 함께 했다. 정규 수업 이후 방과후 수업까지 실시간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모든 수업을 마치면 오후 다섯 시가 훌쩍 넘는다고 했다.

▲ 인터뷰에 함께한 학생들  © 손균자 기자

 

원격수업에 대해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달라는 주문에 ㄷ 학생은 간혹 연결이 끊기거나 화면이 꺼지기도 하지만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과 답이 오가고 괜찮다. 하지만 학원 인강과 비교하면 안 될 것 같다(학원 인강이 더 낫다).”고 했다. 

 

수업 동영상을 보다가 잠시 휴대전화 게임에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마치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ㄴ 학생은 비교를 한다면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게 낫다. 좋아하는 화학 수업을 교실에서 들었다면 집중했을 텐데 영상으로 볼 땐 나도 모르게 휴대 전화에 손이 간다. 좋은 건 영상을 보다가 이해가 안 될 땐 잠깐 멈춰 다시 보거나 처음으로 돌려볼 수 있는 것이다. 진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다. 요즘에는 중간고사 시험 범위를 다시 보고 있다.”는 말로 원격수업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ㄱ 학생은 영상 시청으로 수업이 진행되니 수업방식이 재미있었던 과목은 아쉽고 선생님과 안맞았던 과목은 차라리 더 낫다. 동영상이 수업중심으로 제작되다 보니 진도가 빠르지만 시험 범위 등은 한 번 더 보며 복습할 수 있다.”면서도 한 수업을 꾸준히 듣는 느낌이 없고, 어수선하다. 수업에 앞서 이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게 거의 안 되고 있어 복습을 강조는 하는데 어느 부분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 학생 모두 학교에 안 가니 통학시간이 절약되는 점,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설명 했다. 

 

아직 등교 전이지만 학생들은 이미 6월 초로 예정된 중간고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가도 걱정 안가도 걱정이라는 ㄱ 학생은 학생부를 챙겨야 하는데 3학년은 교내대회가 1학기에만 있다. 안 그래도 몇 개 없는 경시대회도 못 하고, 자율동아리도 1학기에 다 끝내야 하는데 가능할까 한숨이 난다. 특히 진로가 바뀐 친구들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넣어야 하는데 남은 기간 이걸 다 채울 수 있을까. 5월 모의고사, 6월 중간고사, 7월 모의고사, 8월 기말고사다. 주변 어느 학교는 자율동아리는 한다고도 하고, 예고는 교내 콩쿨도 했다는데 난 3학년이 되고 선생님 얼굴 한 번 못봤다.”는 말로 복잡한 속내를 털어 놨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불안하다.”는 ㄴ 학생은 “3학년이 되면서 혼자 해보려고 학원을 다 끊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불안하다.”고 했다. 학교는 안 가지만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다. 팀 친구들과 화상채팅 등을 통해 논의하고, 교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듣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입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제시된 정책 방안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대입에 2학년 2학기 성적까지만 반영하는 건 어때요? 2학년 겨울방학에 바짝 준비하며 3학년을 기약하는데…… 3학년 1학기 반영 안 하면 대학 못 가요. 9월 학기제는요? 그게 뭔데요? 내년 9월 대학 입학이요. 뭐라고요? 6개월을 미뤄요?

▲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등교개학을 앞두고 전남 지역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 교육부 제공 

 

"입시가 그렇게 걱정되면 학교에 가고 싶나요?”

대답은 세 명 모두 아니였다. “우리 학교는 두 반으로 나눠서 한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다른 교실에서 아이들이 영상을 본대요. 그럴 바에야 집에서 보는게 낫죠.” ㄷ 학생이 답했다.

 

ㄴ 학생은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19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인 만큼 안전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ㄱ 학생도 이태원 집단감염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 19에 걸리면 수시, 수능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강제 재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2주 동안 학교가 폐쇄되면 그 학교는 중간·기말 고사를 미루고 면접 준비와 자소서 쓰기도 중단된다.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그걸 굳이 실험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3년 전인가? 경주 지진 때문에 수능이 미뤄지는 걸 보면서 최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헌데 지금이랑 비교하면……

 

이들은 스스로를 불행한 학년이라고 불렀다. 1~2 학년 신종플루로 인한 공포, 6학년 세월호 참사, 3 메르스에 이어 고 3이 되자 코로나 19를 만났다. 이 과정을 겪으며 누구보다 안전에 대한 민감성이 커졌다.

 

2월에 마스크 쓰고 수업할 때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거든요. 이제 더우니까 땀까지 날 텐데. 에어컨을 틀 때도 정수기 사용도 학교에서는 제한하는 것들이 많은데 굳이 이렇게 학교를 가야 하나. 수능을 한 달 미루고 대학교 입학을 4월에 하자는 이야기도 있던데 확 바꿀 수는 없어도 그렇게 위험이 덜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될까.

 

아직은 위험한 상황이니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학생의 의견도 존중되길 바래요.”

그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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